30대를 베트남에 묻었고 40대도 묻는 중입니다.
응답하라 2007! 호치민 그때 그 시절.
삼* 폴더 폰으로 2G 와이파이가 겨우 잡힌다. 옆으로 메는 가벼운 천 가방 안에 명함이 한가득이다. 호치민 생활을 좀더 윤택하게 도움을 주는 생활의 길잡이다. 호치민 맛집, 발 맛사 잘하는 스파 미용실, 필요한 생필품 구입처 주소, 벤탄 생선가게 특징이 기록된 명함이 명함집 안에 들어있다. 심지어 발 맛사 명함에는 마음에 꼭 들었던 맛사직원 번호까지 큼지막이 적혀 있다. 제법 두껍고 큰 손으로 한 번씩 꾹꾹 눌러 줄 때마다 어찌나 황홀했던지 매번 그녀에게서 지압을 받고 싶어서다. 명함집 때문에 가방이 제법 묵직하다.
주소 적힌 명함이 없다면 말도 통하지 않는 택시기사와 한차례 실갱이를 벌여야 하고 삥 둘러 가더라도 입을 꾹 다문채 뒷좌석에 앉아 있어 버린다. 그때 그 시절 ‘응답하라 2007년 호치민 버전’ 답게 택시기사 아저씨들은 뻔뻔하면서 당당하기까지 하다. 설사 주소 적힌 명함을 보여준들, 기사 아저씨들은 호치민 시내 관광이라도 시켜줄 기세다. 골목을 돌고 또 돌고 돈 뒤 목적지에 20분이나 늦게 데려다준다. 2007년 호치민에 갓 도착한 30대 초반 새댁과 기사 아저씨들과 기싸움은 허무하게 매번 백전백패한다. 하루는 클랙슨을 울리며 호객 행위를 하는 택시 승차 거부를 나 스스로가 하기로 굳게 결심한다. 기억 속 가물가물한 거리 이름을 되뇌며 꿋꿋이 걸어간다. 깨어진 보도블록에 굽이 빠져 부러지고 새 신발 가죽이 까져 하루 만에 헌신이 된다. 난 몇 시간 만에 땀이 범벅이 된 채 다시 택시에 올라탄다. 아저씨들 승!
택시 기사뿐만 아니라 메이드와 기싸움에서도 항상 전패를 당한다. 살림에 대해 까막눈인 나는 오히려 메이드에게 값비싼 댓 가를 치르며 살림을 배우고, 마음을 다쳐가며 베트남 사람을 배운다. 어느 누군가 그랬다. 한국에서 시어른들과 부딪히지 않아 부럽다고. 서로 입장이 항상 다르듯, 나의 입장에선, 그땐, 시댁이라도 옆에 있었으면 했다. 아이가 태어나고 육아 가사 메이드는 구해지지 않고, 겨우 구한 메이드 눈치 보며 메이드 시집살이를 하느니 시어른을 호치민에 모시고 오고자 했다. 시어른들이 더워서 싫다고 하셨다. 혼자 아이를 키웠다. 덕분에 좀 더 빨리 어른이 되었고 지금 그 아이에게 감사하다. 아이와 서로 주거니 받거니 성장했고 현재도 진행형이다. 아이도 자라고 나도 자란다. 당연한 나의 업무 였다.
베트남 문화를 몸으로 배운다. 마담이 살림을 알고 일머리가 있어야 메이드가 일하기 쉽다는 것을 결국 깨닫는다. 베트남이라서, 경제발전이 느린 나라 라서가 아니라, 철없고 무지한 젊은 새댁이 다른 문화와 민족 특성을 가진 베트남에서 한국문화, 한국사람, 한국 정서를 찾다 울기도, 웃기도 했다는 것을 산전수전 공중전을 겪은 후 알게 된다. 사회성까지 떨어지는 지독한 내향인이라 더욱 힘이 들었음 역시 알게 된다. 그때라도 알게 되어 참으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나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베트남 생활이 힘들고 즐겁지 못한 것은 나의 문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에서 주부 생활은 한국 주부 생활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여행을 갈 때도 그 나라에 대해 공부를 하고, 새로운 동네에 이사를 갈 때도 그 동네에 대한 정보를 필요로 한다. 하물며 인생에 있어 최소 삼사 년 정도 베트남에 살기 위해 오는 주부들에게 ‘호치민 마담’이 되기 위한 전문적이고 실질적인 공부와 정보가 필요하다. 건강하고 풍요로운 호치민 생활을 위해서다. 처음 일 년 동안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메이드와 관계에서 마음고생을 하지 말고 머무는 동안 넉넉한 마음으로 베트남을 즐겼으면 좋겠다. 현지의 생생하고 살아 있는 정보를 경험에 비추어 진솔하게 이야기해본다.
취업과 경제 사업 발전에 관한 책은 시중에도 있으나 정작 그들과 함께 삶을 살고 생활을 해야 하는 주부들을 위한 정보가 부족하다. 혹시 아는가? 주부 생활을 읽다 이곳에서 부족한 사업 아이디어를 덤으로 얻을 수 있을지? 나의 브런치 글 중 베트남 필라테스에 대한 스토리가 있다. 일상을 그냥 적었을 뿐인데, 한국에서 어떤 필라테스 강사님이 베트남 운동과 생활에 대해 더 궁금하다고 하신다. 남자분이라도 호치민 마담 백서를 접하게 된다면, 구석구석 읽어 보시기를. 대박 사업 아이템이 숨어 있을수도 있다. 수치화된 경제개념과 마켓 전문 시장에 대한 정보는 아니더라도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이 더 필요한지 글을 읽다 보면 힌트를 얻을수 있다.
베트남은 아직도 부족한 것 투성이다. 항상 허술하고 뭔지 모를 1~2프로가 모자란다. 덕분에 주부들도 물건과 상품을 구매 후 항상 고개를 갸우뚱한다. 엉성한 제품을 보고 있자면 웃음도 터져 나온다. EL브랜드 커피메이커를 메가 마켓에서 구입했다. 브랜드를 믿었다. 말도 안 되는 가격에 땡잡았다는 주부 마음으로 개봉 박두를 했다. 연한 커피를 내렸다. 역시 나의 의심을 빗켜 가지 않았다. 베트남을 위한 특별 커피메이커였다. 커피가 드립 되는 용수철 부분과 꼭지 부분이 까많게 물이 들어 씻기지도 않고 녹슨 모양새로 첫날부터 유지 중이다. 필터 망 이음새 부분이 커피물이 베어 금 간 듯하다. 뭐 이런 경우가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다 보면 허다하다.
여행자나, 호화로운 호치민 마담 눈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주부의 눈을 통해 본 호치민’ 생활을 나눈다. 요즘 대세인 온라인 플랫폼 인스타그램, 블로그, 유튜브 그리고 페이스북에 포스팅되는 화려한 식당, 먹거리, 가까운 베트남 근교의 호화로운 리조트, 부러운 국제학교 생활, 수영장 딸린 넓은 아파트, 그리고 풍족한 베트남 열대과일 사진이 아니라 주부들을 위한 실제 생활 정보를 기록한다. 국제학교 역시 마찬가지다. 사실 있는 그대로 기록한다.
교민사회는 마치 우물 안의 개구리가 모여 살고 있는 모양새와 아주 흡사하다. 한집 걸러 누구인지, 누가 아침에 무엇을 먹는지, 저 집 친구는 무슨 공부를 하는지, 어느 회사를 다니는지, 어디서 이사를 왔는지, 서로서로에 관심이 많다. 타지에서 서로돕고 가족 같은 분위기를 선호한다면 전혀 문제가 없지만, 나처럼 내향성 성향이 90프로가 넘는 사람,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고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중요한 사람에게 친밀한 교민 생활환경이 때론 버겁다. 베트남에서는 심지어 자동차 번호 판으로 한국인 영사와 대사관 가족도 누구인지 알 수 있다.
용기를 내었다. 분명 나처럼 힘들었던 베트남 생활을 하고 계신 주부도 있다고 믿는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경험을 베트남이라서 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메이드 부분이 그렇다. 마치 모든 베트남 사람이 그렇다는 착각을 하게 만든다. 마음도 부서진다.
어느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나도 한번 선하고 착한 일 해보고 싶다는 욕심에 노트북 앞에 앉아 기록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