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AI 캠퍼스 1차 연도 사업 제안서 작성 작업 회고록
AI라는 키워드가 뜨겁다. 너도 나도 AI를 자신의 상황에 맞게 활용하는 노하우를 공유한다. 선두 무리는 에이전트(Agent)라는 키워드를 필두로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 AI 기술 발전이 빠르고 폭발적인 만큼 트렌드를 주도하려는 사람들의 노력에도 불이 붙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런 현상이 아직 상위 1%도 안 되는 사람들만의 유행인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AI가 실체 없는 허상이라거나, AI의 발전이 세상을 바꾸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 관점이 아니다. AI는 분명 사회 전반을 큰 파고로 뒤흔들 힘을 가졌다(고 믿는다). 다만, 기술 혁신이 사회에 안착됐는지는 상위 1%의 혁신가들이 아닌, 99%의 일반인들에게 그 기술이 어떻게 인식되는지로 평가돼야 하는 게 아닐까.
AI는 날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아직 그 변화를 제대로 체감하고 있지 못한 것 같다. 기본적인 AI 도구 활용도 충분히 잘하지 못해 과거 방식을 고수하는 사람이 내 주변에도 과반 이상이다. 그렇다 보니, 어려운 개념들은 차치하더라도, 가장 기본 도구인 Chat 기반 LLM 서비스들을 잘 선택하고 사용하는 것부터 친절히 가이드해 주는 자료가 (누군가에겐) 더 중요하고 필요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
동시에, 2주가량 시간을 쏟은 작업물에 대한 회고이면서 성장 기록이기도 하다. 아무리 좋은 경험도 기록 없인 휘발된다. 이번 작업은 기본적인 채팅 기반 LLM 도구에게 기존보다 많은 부분을 위임하여 최종 결과물까지 결과적으로 만들어 낸 새로운 작업 방식이고 경험이었다. 엄청 특별한 기술을 사용한 것은 없지만, 그래도 처음 해 본 경험에 대해 글로 적어두고 싶었다.
고용노동부 주관 사업인 [K-디지털 트레이닝]의 하위 유형으로 [AI 캠퍼스]라는 사업이 신설됐다. AI가 국가 핵심 인프라이자 필수재로 인식되는 흐름 속에서, 그에 걸맞은 우수한 AI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 사업이다. AI 직무 훈련에 특화된 인적 자원·시설·장비를 충분히 투입할 수 있는 곳에게 기관 단위로 직무 훈련 사업권을 부여하는 구조다. 1차 연도 예산만 해도 약 1,300억 원가량 배정된, 규모가 상당히 큰 사업이다.
이번 [AI 캠퍼스] 사업 지원 기간 동안 서로 다른 네 곳의 기업·기관과 협업해, 각기 하나씩 총 네 개의 사업 제안서를 준비하게 됐다. 각 기업·기관마다 사업에 참여하는 방식과 내부 역량, 기존 경험과 실적이 모두 달랐고, 제안 전략 역시 각기 달라야 했다. 그래서 네 곳의 서로 다른 맥락(Context)을 명확히 구분한 채, 병렬적으로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작업의 중요한 챌린지였다.
동시에 큰 압박 요인 중 하나는 일정이었다. 정식 사업 공고 시점부터 제안서 제출 마감까지 주어진 시간은 약 2.5주에 불과했다. 클라이언트로부터 피드백을 받고 이를 반영해 보완하는 과정까지 고려하면, 최소한 2주 안에는 네 개 제안서 모두를 초안 수준 이상으로 완성해야 했다. 각 기업·기관별 정보 취합도 충분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요구되는 제안서 분량 대비 주어진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AI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매달리게 됐다. 다른 특별한 도구를 쓴 건 아니고, ChatGPT만 활용해 필요한 작업들을 단계별로 해결해 나갔다(플랜은 Plus 유료 플랜, 모델은 GPT-5.2를 사용했다).
먼저, 네 개의 사업 제안 작업을 모두 ChatGPT 안에서 수행하기로 하고, 각각에 대해 별도의 [프로젝트]를 생성했다. 아래와 같이 [AI 캠퍼스:]라는 헤딩 뒤에 각 기업의 이름을 붙이는 방식으로, 프로젝트 네이밍 규칙을 정했다(어떤 기업·기관과 작업했는지는 대외비로 관리하기 위해 캡처 이미지에는 이니셜로만 표기를 임의 변경했다).
ChatGPT의 [프로젝트] 기능을 활용하면 AI와의 대화 내역을 프로젝트 단위로 구조화해 관리할 수 있다. 내 경우처럼 네 개의 사업 제안 작업을 병렬로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맥락이 섞이지 않도록 정리하는 데 특히 유용한 기능이다.
특히 ChatGPT의 [프로젝트] 기능은, 단순히 UI 상에서 채팅 스레드를 구분해 주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프로젝트]를 생성할 때, 해당 [프로젝트 전용] 메모리를 사용하도록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정 화면을 보면, ‘프로젝트가 자체 메모리에만 액세스 할 수 있습니다. 외부 채팅에서는 프로젝트 메모리를 볼 수 없습니다’라는 안내 문구를 확인할 수 있다. 즉, 외부 채팅들과 독립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 테이블을 내준다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쉽다.
이 기능의 쓰임을 알려면 ChatGPT가 답변을 생성할 때 맥락(Context)을 어떤 식으로 유지하고 활용하는지 좀 더 알아야 한다.
기본적으로 생성형 AI는 사용자와의 발화에서 이전 대화의 맥락과 흐름을 고려해 답변을 생성하기 위해 컨텍스트 윈도우(Context Window)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컨텍스트 윈도우란, 사용자와의 대화 과정에서 AI가 참고하고 활용할 수 있는 정보(Info)의 총량을 의미한다. 아래 예시 이미지에서 보듯, 발화의 턴(Turn)이 누적될수록 AI에게 전달되는 입력(Input)에는 직전 사용자의 발화와 그에 대응하는 AI의 답변 내용까지 함께 포함된다(무한정 포함되는 건 아니고, 일정 양을 초과하면 앞선 맥락부터 컨텍스트 윈도우에서 제거되는 방식으로 관리된다).
AI와의 대화에서 “이전에 답변해 준 내용에 이어서 ~하게 해 달라”라고 요청했을 때, 맥락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연결된 답변을 받을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 개념 때문이다. 이전 발화와 그에 대한 AI의 응답이 함께 컨텍스트로 유지되기 때문에, AI는 앞선 논의를 참고해 비교적 자연스러운 연속 응답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리고 ChatGPT는 보다 사용자 친화적인 대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하나의 대화 스레드 안에서의 발화뿐 아니라 서비스 전반에 걸쳐 축적된 대화 기록을 필요에 따라 컨텍스트 윈도우에 반영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특히 여러 대화 스레드 중에서도, AI가 답변할 때 반드시 참고해야 할 고정 정보를 저장하고 이를 컨텍스트 윈도우에 주입하는 '메모리(Memory)'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프로젝트는 이 '메모리'라는 개념을 ChatGPT 서비스 전체가 아닌, 프로젝트 환경 내부로 좁혀주는 역할을 한다.
ChatGPT 안에서 오간 모든 발화 내용이 맥락적으로 공유되고, 필요에 따라 서로 참고될 수 있다는 게 항상 장점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 내가 진행한 프로젝트처럼, 동시에 네 곳의 사업 제안서를 각기 다른 맥락에 맞춰 작성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서로 다른 대화 스레드의 내용이 규칙 없이 참조되면 오히려 답변의 일관성을 해칠 우려가 생긴다.
예를 들어 한 대화 스레드에서 A 제안서에 대해 논의하다가 다른 스레드에서 B 제안서 관련 내용을 이어가는 상황이라면, 두 작업의 컨텍스트 윈도우는 명확히 분리되어 있는 게 유리하다. 이 경계가 흐려지는 순간, 두 제안서의 내용이 뒤섞이기 시작하고, 결과적으로는 각 제안서가 지녀야 할 차별성과 고유한 제안 전략이 무너진 채 일반적이고 평이한 결과물로 수렴해 버릴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구분된 맥락 관리가 필요한 작업은 별도의 [프로젝트]로 생성하고, [프로젝트 전용] 메모리를 활성화해 사용하는 편이 효과적이다. 이번 작업에서도 프로젝트별로 맥락을 독립적으로 축적하고 확장하기 위해, 네 개의 프로젝트를 각각 분리해 운영하는 구조를 선택했다.
다음으로, 각 프로젝트 안에서 오가는 모든 발화가 공통으로 공유해야 할 일관된 정보를 초기 맥락으로 주입했다. 이를 위해 ChatGPT의 [프로젝트] 설정에서 [파일]과 [지침]을 추가하는 방식을 활용할 수 있다.
정부 사업 지원의 경우, 비교적 명확한 사업 목표와 가이드라인, 심사 평가 항목 및 배점 기준 등이 공고에 포함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내가 진행한 [AI 캠퍼스] 역시 1차 연도 사업인 만큼, 사업의 배경과 방향성을 상세히 설명하기 위한 별도의 자료집이 함께 배포됐다. 이런 파일들을 프로젝트 설정의 [파일] 영역에 첨부해 두면, 해당 [프로젝트] 내에서 이뤄지는 모든 발화가 사업 공고의 맥락을 자연스럽게 고려한 상태로 진행될 수 있어 유용하다.
추가로, 제안의 주체가 되는 각 기업·기관의 소개 자료나 관련 정보를 PDF 형태로 정리해 프로젝트 참조용 파일로 함께 등록했다. 그 결과, 각 기업·기관 전용 프로젝트 안에서는 해당 기업·기관에 대한 충분한 정보와 사업 공고 상의 요구사항을 함께 참조하여, ‘이 기업·기관의 특장점을 살린 사업 제안 진입 전략’에 대해 보다 밀도 있는 발화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파일로 컨텍스트를 첨부할 때 특히 신경 쓴 부분은, 사업 제안 작업에 방해가 될 만큼 불필요한 맥락이 과도하게 유입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AI는 문서 전체를 기준으로 어떤 정보가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지를 스스로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핵심적이고 중요한 정보 위주로만 참조될 수 있도록 파일 구성을 선별했다.
예를 들어, 사업 안내문 공고의 후반부 상당수 페이지는 제안 단계에서 참고해야 할 내용이 아니라, 사업권 수주 이후의 실제 행정 운영과 관련된 안내였다. 이런 정보는 제안서 작성 단계에서는 오히려 불필요한 노이즈가 되기 때문에, 파일을 첨부할 때 해당 페이지들을 삭제한 버전을 사용했다. 의미 없는 정보로 인한 컨텍스트 충돌이나 맥락의 모호함을 사전에 줄여준 것이다.
이처럼 제안서 작성에 반드시 필요한 자료만을 프로젝트에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해당 프로젝트 내에서 오가는 모든 발화의 맥락을 사업의 취지와 평가 기준에 보다 밀착시킬 수 있다. 물론 실제로 제안 내용을 기획하거나 문안을 다듬는 단계에서는, 참조 자료 중에서도 특히 더 유의해야 할 부분을 이미지 형태로 캡처해 수시로 상기시키는 방식으로 작업을 병행했다. 이 과정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조금 더 자세히 풀어보려 한다.
파일 참조와 함께, 프로젝트의 맥락을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하기 위해 [지침]을 최대한 상세하게 작성하는 것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지침]은 해당 프로젝트 안에서 이뤄지는 모든 발화가 따라야 할 일종의 초기 규칙 역할을 한다. 단순히 필요한 정보를 주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원하는 답변의 형식이나 스타일, 톤 앤 매너까지 세밀하게 지정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사업 제안 전략을 구상할 때 보수적인 접근을 취할지, 혹은 일정 수준의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사업권 수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보다 공격적인 전략을 선택할지와 같이, AI가 취해야 할 판단 기준과 캐릭터 자체도 [지침]을 통해 구체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프로젝트 상세 [지침] 구성에는 [메타 프롬프팅] 방식을 활용해 생성했다. 메타 프롬프팅은 말 그대로, 프롬프트 작성을 AI에게 위임하는 프롬프팅 기법이다.
프롬프트를 뽑아내는 과정에서 AI가 보다 밀도 높은 프롬프트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질문 증강]을 함께 적용했다. 질문 증강이란, AI에게 답변을 생성하기에 필요한 정보가 있다면 역으로 사용자에게 질문해 달라고 요청함으로써, 추가적인 맥락을 단계적으로 주입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초기부터 보다 구체적이고 정교한 지침을 설계할 수 있었다.
예시 차 [메타 프롬프팅]과 [질문 증강] 방식으로 초기 프롬프트를 생성하는 데 사용한 프롬프트 내용을 공유해 둔다.
“프롬프트를 만들기 전에, 먼저 확인이 필요한 추가 정보가 있다면 나에게 질문해 달라”는 요청을 보내면, 아래와 같이 사전에 정리돼야 할 정보들에 대한 질문이 반환된다. 예시 이미지에서 보듯, AI를 제안서 작업에 어느 범위와 목적까지 활용할 것인지, 원하는 문체나 결과물의 형식은 무엇인지와 같은 질문들이 먼저 제시된다. 여기에 더해, 제안 내용의 방향성이나 전략 수준을 가늠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질문들도 있다.
질문들에 하나씩 상세하게 답변하면서 제안 작업에 필요한 맥락을 충분히 주입하면, 그 응답을 바탕으로 프로젝트의 초기 규칙 역할을 하는 프롬프트, 즉 상세 [지침]이 만들어진다. 아래는 해당 과정을 통해 생성한 실제 초기 프롬프트 예시다. 모든 사업 제안 과정에 항상 정답일 수 없지만, 메타 프롬프팅과 질문 증강을 통해 어느 정도로 상세하고 구체적인 초기 지침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참고할 수 있도록 첨부해 둔다.
https://gist.github.com/geniusgo/c3e73252a8f311aeec8caad640e48532
제안서에는 반드시 작성해야 하는 목차 구성이 존재하고, 각 목차의 중제목에 따라 요구되는 작성 내용도 달라진다. 기본적으로 제안서의 목차는 평가표와 대응되게 매칭되기 때문에, 어느 항목에서 어떤 평가 기준과 배점이 적용되는지를 먼저 구조적으로 파악한 뒤 작업을 요청하는 게 좋다.
실제 작업 과정에서도, 프로젝트 안의 하나의 대화 스레드를 하나의 목차 내 중제목에 대한 기획과 작성 전용 작업창처럼 구분해 사용했다. 새로운 대화 창을 열 때마다 “○○ 목차의 [중제목]에 대해 작성해 보자”와 같이 작업 범위를 먼저 좁힌 뒤, 해당 중제목에 매칭될 것으로 예상되는 평가 배점 항목과 사업 소개 자료집에 제시된 작성 가이드를 함께 제공했다. 이를 통해 공고에 명시된 기준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해당 항목에 집중된 제안 내용이 기획되도록 유도했다.
아래는 각 문항별로 사업 제안 내용 기획을 위해 실제로 사용한 프롬프트 예시다. 참고로 ChatGPT에는 이미지 인식 기능이 내장돼 있기 때문에, 아래와 같은 가이드 문서 내용을 이미지 형태로 첨부하면, 오른쪽의 [항목 설명] 영역에 텍스트로 정리된 가이드를 스스로 읽고 그 맥락을 반영해 제안 내용을 기획해 준다.
RFP와 작성 가이드, 평가 항목 등이 비교적 세부적으로 공개돼 있는 상황에서는, 결국 제안의 완성도를 가르는 핵심은 제안의 주체인 기업·기관이 보유한 차별점을 얼마나 충분한 정도로 주입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 지점에서도 [질문 증강] 기법을 적극 활용했다.
구체적인 내용 기획에 들어가기 전 “추가로 확인이 필요한 정보가 있다면 먼저 질문해 달라”라고 요청하면, 아래와 같은 형태의 세부 질문들이 반환된다. 이 질문들에 대해, 사람의 판단으로 반드시 강조하고 싶은 전략적 방향성과 차별 요소를 의도적으로 풍부하게 채워 넣는 방식으로 맥락을 설계했다. 이렇게 정제된 맥락 위에서 제안 내용을 기획하면, 공고 기준을 충족하는 수준을 넘어서 각 기업·기관의 개성이 살아 있는 제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단계부터는 다소 지겹게 느껴지더라도, 멀티턴(Multi-turn)으로 끈질기게 발화를 주고받으며 원하는 수준의 제안 내용을 끌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생성된 답변을 확인한 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즉각적으로 피드백을 주고, 그 과정에서 추가로 참고해야 할 정보나 레퍼런스가 있다면 계속해서 제공한다.
이 과정을 거쳐 하나의 문항에 대한 제안 전략과 스케치 수준의 구조가 완성되면, 마지막으로 “이 흐름을 기준으로 제안서를 작성해 달라”는 요청을 보낸다. 제안서의 문체와 톤 앤 매너는 프로젝트 초기 [지침]에 어느 정도 반영해 둔 상태였기 때문에, 결과물 역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안정적으로 생성됐다. 그렇게 만들어진 초안은 최소한의 정돈과 퇴고만 거친 뒤, 실제 사업 제안서에 그대로 반영했다.
하나의 스레드에서 대화가 지나치게 길어지면 앞선 발화의 맥락이 점차 유실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동시에 AI를 파일럿 하는 사용자 입장에서도, 어떤 스레드에서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워 이후 작업을 복기하거나 필요한 내용을 다시 찾아 활용하는 데 부담이 커진다.
그래서 전체 프로젝트의 발화 흐름을 적정한 분량으로 끊어, 여러 스레드로 나누어 관리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나는 그 기준을 사업 제안서의 각 문항 단위로 잡았다. 각 문항별로 하나의 스레드를 할당했고, 그 문항에 대한 내용 기획과 문안 작성을 해당 스레드에서 완료하는 식으로 작업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서로 다른 스레드에서 나눈 대화 내용이 다음 스레드의 작업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사업 제안서처럼, 첫 문항부터 마지막 문항까지의 내용이 하나의 결과물로서 강한 연결성을 가져야 하는 작업에서는 더욱 그렇다. 앞에서 유지하던 논지가 뒤로 갈수록 흐려지거나, 문항마다 서로 다른 주장이 등장할 경우, 심사자의 관점에서는 제안의 신뢰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문항별로 스레드를 분리해 작업하더라도, 각 스레드에서 다뤄지는 내용이 일정 수준 이상의 내용적 연결성과 일관된 논지를 유지하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각 스레드에서 해당 문항에 대한 기획과 작성을 마무리할 때마다,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내용 요약과 정리 요청을 반복적으로 진행했다.
새로운 대화 스레드(창)에서 이후 제안서 기획 작업을 이어가려고 해. 이 대화 스레드에 적용된 초기 지침과, 함께 발화하면서 만들어 낸 최종 사업 제안 내용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내용 요약 정리해 주는 이관 프롬프트 작성해 줘.
요청을 보내면, 프로젝트의 초기 지침과 그동안의 발화 과정에서 추가로 형성된 맥락을 하나로 정리한 프롬프트를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정리된 프롬프트를 다른 스레드를 열 때 첫 번째 싱글턴(Single turn) 프롬프트로 전달하면, 사업 제안서 작업 전반의 흐름과 논지가 끊기지 않은 채 이어지도록 관리할 수 있다(아래는 새로운 스레드 창을 열어 논의를 이어가기 위해 이관 프롬프트를 사용한 예시이다).
(예시)
[3.3.1 훈련 운영 및 학습 관리 체계] 부분의 내용 작성하려고 하는데, 아래 프롬프트를 이 스레드의 모든 대화에 반영하는 기본 배경으로 고정해놔 줘 혹시 이 맥락에서 벗어나는 지시를 내가 하면 바로 답변 작성하지 말고 '이러이러한 부분과 충돌하는데 어떻게 할까요?'라고 물어보고 진행해 줘!
```
{기존 제안 기획 내용이 반영된 이관 프롬프트 전체 내용}
```
경우에 따라선 파일럿 하는 사람이 앞선 사업제안서의 맥락과 충돌되는 가이드를 주는 경우도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제안서 전체 흐름을 무너뜨릴 수 있는 명령이 올 경우 "이러이러한 부분과 충돌하는 데 어떻게 할까요?"라고 제약을 걸도록 설정을 추가했다. 이런 노력을 통해, 구분된 스레드에서 긴 발화를 통해 대화를 주고받으면서도 하나의 일관된 전체 사업 제안 논리가 무너지지 않도록 관리할 수 있었다.
전체 사업 제안서 문항에 대한 기획과 작성 작업을 하나의 프로젝트 안에서 스레드 단위로 나누어 진행하면, 최종 단계에 이르렀을 때 해당 프로젝트 공간에는 제안서 전반을 만들어낸 모든 맥락이 자연스럽게 축적돼 있게 된다.
이 상태에서 프로젝트 내 새로운 스레드를 열고 아래와 같은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지금까지 진행한 전체 작업에 대한 평가와 검수를 한 번에 진행할 수 있다. 사업 제안 내용 기획과 작성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독립된 프로젝트 공간 안에서 관리해 왔기 때문에, 결과물에 대한 점검과 보완 역시 훨씬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다.
(심사 공고에서 평가 항목 이미지를 캡처해 스레드에 첨부하며) 제공한 이미지의 심사 기준표에 근거해서 이 프로젝트 공간 안에서 함께 기획한 전체 사업 제안 내용에 대해 평가해 줘. 어떤 항목에서 제안 상 약점이 있는지, 어떤 방향으로 보완해 볼 수 있을지 의견 제안해 줘.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B2G 사업 제안 작업은 상당수의 경우 사업 공고 단계에서부터 평가 항목과 배점 기준이 명확히 제시된다. 이렇게 작성 결과에 대한 판단 기준이 비교적 분명한 작업은, AI가 해당 기준에 맞춰 내용을 점검하고 검수하는 데 특히 적합한 조건을 갖는다. 이렇게, AI를 활용해 문안을 작성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완성된 제안서를 평가 기준에 비추어 다시 한번 검토하고 확인받는 과정까지 함께 맡겨보는 것도 충분히 검토해 볼 만한 활용 방식이다.
디테일한 사업 기획 내용은 사업적인 이유로 대외비에 해당하는 부분이 많이 포함돼 있어, 이번 기록에서는 사업 개발 및 제안서 작성 업무에 ChatGPT를 어떻게 활용했는지에 대한 컨셉과 전체적인 흐름 위주로 정리했다.
AI는 실제로 사업 제안을 수행하는 기업·기관의 구체적 비즈니스 상황이나 운영상 부담 요소까지 100%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명시된 평가표를 기준으로 의견을 제시한다고 해서, 그 방향을 그대로 제안서에 모두 반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업 제안서의 내용은 결국 실제 이행 계획과 맞닿아야 하고, 매출·비용 등 현실적인 비즈니스 요소들과도 연결된다. 이런 이유로, 사업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적절히 헷징 하면서 제안을 보강할 지점에 대해서는 여전히 파일럿 하는 사람이 직접 고민하고 의사결정해야 하는 부분이 많이 존재한다.
이처럼 미세 조정이 필요한 지점에서는 아직까지는 사람의 개입이 상당 부분 필요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사업은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매우 많고, AI에게 모두 주입하기 어려운 다양한 맥락을 동시에 안고 있는 복잡계 문제다. 그래서 해당 분야와 전체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이, 명확한 전략과 사업적 방향성을 기준으로 AI를 잘 파일럿 해주는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이런 사고의 흐름을 업무로 풀어 인턴이나 신입 직원에게 제안서 작성을 지시하던 경험을 떠올려보면, AI는 결정이나 판단의 중심 역할을 맡기기엔 아직 한계가 있지만, 제안서 작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리서치, 제안 아이디어 도출, 문안 작성, 도식화, 표 구성과 같은 업무는 상당 부분을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이전 경험상 비슷한 분량의 제안서를 처리하려면 단기간에 최소 4~5명 이상의 인력이 투입돼야 했을 텐데, 이번에는 나를 포함해 사실상 1명 수준의 인원으로도 꽤 만족스러운 퀄리티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의미 있는 생산성을 증대라고 생각한다.
작업을 진행한 과정에 어려운 기법이나 도구 활용이 이뤄진 부분은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과정이 가장 보편적인 Chat 기반 LLM 도구인 ChatGPT 내부 기본 기능만으로 작업됐다. 그래서, 사실 엄청 특별하거나 대단한 경험까진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서두에서도 밝혔듯, AI의 발전이 99%의 사람들에게도 일반적이고 당연하게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과, 아직도 많은 분들이 업무에 AI를 직접적으로 도입하길 어려워한다는 걸 고려했을 때, 누군가에겐 그래도 의미 있는 자료이고 기록이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앞으로도 다양한 작업에 AI 도구들을 내 나름의 방식대로 잘 사용해 보고, 사용한 경험에 대해 잘 기록해놔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써먹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