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한끼 - (4)
날이 참 많이 따듯해졌다.
온수장판 없이는 잘 수 없던 때가 몇 주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지금은 두껍던 속이불을 빼고서도 다리 한쪽을 이불 밖으로 빼고 잔다.
뒤늦게 만개했던 벚꽃도 벌써 다 지고 푸릇해진 나무가 존재감을 드러내는 지금.
각양각색의 꽃들이 추운 겨울을 잘 견뎌내 활짝 웃고 있는 지금.
정말 봄이 왔다.
난 원래 나물을 그리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러나 학교를 졸업하고 채식을 지향하기로 마음을 먹은 후부터 채소가 훨씬 좋아지기 시작했고 그 애정은 나물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봄나물.
2주 전, 어디선가 이런 글을 보았다.
한겨울의 추운 날씨를 씩씩하게 견디며 천천히 자란 봄나물은 사계절 중 가장 진한 향과 당도를 자랑한다고.
겨울철 영양을 축적하는 과정이 약초와도 닮아서 영양제이자 보약으로 치기도 한다고.
이 글을 읽고 어떻게 봄나물 없는 봄을 지낼 수 있을까?
롱패딩으로 몸을 둘러도 추위에 이가 덜덜 떨리던 살기 어린 날씨를 아무런 외투 없이 오롯이 버텨내 천천히 싹을 틔운 봄나물.
강한 향과 맛은 봄나물의 굳셈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어쩐지 나는 봄나물에게서 나는 향을 참 좋아했다.
그리고 그 향에 담긴 과정을 깨닫게 된 나는 봄나물의 향기가 더 좋아진다.
작년에는 미나리 파스타를 엄청 맛있게, 자주 해 먹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는 두릅을 사 와봤다. 두릅에는 땅에서 나는 '독활'이라고도 부르는 땅두릅, 음나무의 새순인 개두릅, 두릅나무에 달리는 새순인 참두릅이 있는데 나는 땅두릅을 구매했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두릅을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먹기도 하고, 아예 나물로 무쳐 먹기도 했다.
나는 두 가지 버전을 모두 즐기고 싶어 일부는 그냥, 일부는 나물을 무칠 예정!
우선 두릅을 데쳐야 하는데 그전에 두릅을 세척해야 한다.
- 땅두릅은 흙이 묻어있을 수 있기 때문에 잎사귀까지 꼼꼼히 세척해 준다.
* 땅두릅은 솜털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피부가 예민하다면 장갑을 끼고 세척해 주는 게 좋다.
- 뿌리가 두꺼운 땅두릅은 뿌리 쪽을 2~4등분 해준다
- 냄비에 소금을 넣고 물이 끓어오르려 할 때쯤 땅두릅을 넣어준다.
- 이때 뿌리 부분을 먼저 넣어 데쳐주는데 두껍지 않다면 30초 정도, 두껍다면 1분 정도를 삶아 준다.
- 30초 ~ 1분이 지났다면 잎사귀도 함께 넣어 2분 정도 더 데쳐준다.
* 데치는 시간은 두릅의 상태에 따라 다른데 뿌리를 만졌을 때 살짝 물러졌다면 꺼내는 게 좋다. 너무 오래 데치면 향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고 한다.
- 꺼낸 두릅은 찬물에 헹궈준 후 물기를 짜준다.
*너무 세게 짜지 말고 살짝 짠 후 물기를 털어주는 식으로 만지는 게 좋다.
+) 그냥 초고추장에 찍어먹는 두릅은 모양을 유지한 상태로 먹었고, 나물로 만들 두릅은 먹기 좋게 찢어서 무쳤다.
양념장을 만들 차례
재료: 간 마늘 1스푼, 매실액 1스푼, 식초 3스푼, 고추장 3스푼, 참기름 1스푼
재료를 모두 넣어 섞어주면 양념장 완성!
통깨가 있다면 같이 넣어주면 좋지만 우리 집에는 통깨가 없어 패스했다.
두릅 무침을 할 때 만들어뒀던 양념장을 남겨뒀다가 데치기만 한 두릅과 함께 먹기 위해 접시 위에 세팅했다.
향이 좋아 입맛을 돋운다는 두릅 무침은 밥과 함께 먹기 위해 냉장고에 넣어두고
땅두릅을 DIY 초고추장 양념에 찍어 먹어본다.
적당히 부드럽지만 그렇다고 부스러지게 무르지는 않은 딱 좋은 식감이다.
나물을 데쳐보는 건 처음인데 꽤나 잘 해냈다는 생각에 괜시리 뿌듯함이 밀려온다.
입에 넣자마자 두릅의 향이 가득 퍼진다.
열어둔 창을 통해 선선한 바람이 피부에 닿고, 입 속은 나물 향이 채워지니
정말 봄이 왔다는 게 실감 난다.
유튜브와 함께 맛있다를 연발하며 먹다 보니 빠른 속도로 사라진 두릅.
개인적으로 잎사귀보다는 식감이 살아있으면서도 향이 적당한 뿌리 부분이 나의 취향을 저격한다. - 물론 잎사귀도 맛있긴 하다.
음식으로 봄을 맞이한 오늘이었다.
참고ㅣ 네이버 지식백과 "두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