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
레프 톨스토이 저
위즈덤하우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떨리는 일이 현실로 닥치고, 상상도 안 해봤던 일이 내 일이 되는 날이 있다. 저장된 기쁨과 감사로 견뎌내야 하는 시간이 있다. 그럴 때면 나를 둘러싼 것들과 나의 모든 세포들이 살아있음을 더 생생하게 느낀다. 잠자는 아이의 머리칼을 귀 뒤로 쓸어넘겨주는 일과 그 결을 따라 손끝으로 느껴 내려가는 일이 평안을 준다. 행복과 불행은 멀지 않아서 고개를 돌리면 서로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내 의지로 안되는 일이 있고 잠잠히 기다려야 할 일이 있다. "기도하기 위해 시간을 내라. 그것은 인생의 영원한 투자이다."라는 부분에 연필로 꾸욱 눌러 줄을 긋고 눈을 감는다. 영혼이 깨어 더욱 기도해야 하는 시기구나.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상황이 어떻게 정리되기를 기대하는 마음보다, 지금 이 순간 내 마음을 지키고 악이 아니라 선을 행하는 일이 내게 중요하다. 톨스토이의 비유가 적합하다. "혀끝까지 나온 나쁜 말을 내뱉지 않고 삼켜버리는 것,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음료이다." 침묵이 최선인 상황도 있다. 할 말이 없어서도 아니고, 생각이 많아서도 아니다. 상황에게 시간을 허락하기 위해서다. 잠잠히 기다리면 최선의 것을 하나님께서 내게 보여주실 것을 믿는다.
열매가 자라기 시작하면
꽃잎이 떨어진다.
여린 꽃잎을 부풀려 화사하게 활짝 열린, 나뭇가지 끝의 꽃이 있었다. 그 꽃은 눈부신 아름다움이 영원하길 바랬다. 하지만, 나무는 자신이 꽃피우며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열매를 맺기 위해 심기웠음을 기억했다. 열매가 맺히려면 꽃잎이 떨어져야 한다. 곱고 여린 마음보다, 성숙하고 단단한 인생을 꿈꾼다. 더 나은 것을 위해 꽃잎이 떨어지는 것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그동안 내 인생의 나무에 피웠던 아름다운 꽃을 주신 분께 감사한다. 그리고 이제는 더 풍성한 열매를 주실 분을 신뢰하며 기대한다. 상황은 내가 통제할 수 없을지라도, 내 영혼에서 일어나는 일은 내 통제 범위 안에 있다는 톨스토이의 말을 소리내어 몇번이고 다시 읽어본다. 영원히 존재하는 영혼이 생명이다. 지나갈 바람에 생채기가 나도 내 영혼은 여전히 한 곳을 바라본다. 그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