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단녀, 다시 시작하기 위해 내가 한 일들

by 달빛소나타

오랫동안 ‘경단녀’라는 이름 뒤에 숨어 있었다.

누군가는 그 이름이 ‘잠시 멈춤’이라고 말하지만, 나에게는 ‘길을 잃음’에 더 가까웠다. 아이를 키우며, 가정을 돌보며, 어느새 내 이름은 사라지고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로만 불리고 있었다.


그런데 마음 한구석에서는 늘 작은 속삭임이 들려왔다.

“나답게 살고 싶어. 다시 무언가를 시작하고 싶어.”


하지만 막상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질문 앞에 서면,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너무 늦은 건 아닐까, 다시 실패하면 어쩌지, 가족에게 짐이 되는 건 아닐까. 불안과 두려움은 늘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그러다 나는 아주 작은 결심부터 했다.

‘일단, 나를 다시 만나보자.’


책을 펼치고, 공책을 열었다.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순간, 잘할 수 있는 일들을 적어 내려갔다. 거창할 필요는 없었다. 누군가는 웃을지 몰라도, 그건 오롯이 내 마음의 지도를 그리는 과정이었다.


다음으로, 하루 30분이라도 나를 위해 시간을 쓰기로 했다. 글을 쓰거나, 강의를 찾아보거나, 작은 온라인 수업을 듣는 것. 그것만으로도 잊고 있던 설렘이 다시 깨어났다.


‘경단녀’라는 단어는 이제 더 이상 부끄러움의 이름이 아니다.

그건 오히려, 멈춰섰던 내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또 다른 이름이었다.


내가 내린 첫 걸음은 거창한 도전이 아니었다.

단지 나 자신을 다시 믿는 연습, 그리고 작게라도 매일 해내는 습관.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이제는 안다.

내 삶을 바꿀 힘은 거대한 기회가 아니라, 아주 사소한 ‘오늘의 작은 선택’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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