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무례함에 굳이 답하지 않는 이유

품위유지비 이론 - 2

by Y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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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가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기술'이라면, 그 기술이 가장 혹독하게 시험받는 곳은 관계다. 우리는 혼자 있을 때보다 타인과 얽힐 때 훨씬 쉽게 낮아진다. 상대의 허점을 찌르는 한마디, 나를 높이기 위해 상대를 깎아내리는 조롱은 관계의 주도권을 쥔 것 같은 기분을 준다. 그러나 그 승리는 값싸다. 상대를 진흙탕으로 밀어 넣는 순간, 나 역시 진흙탕에 발을 담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품위는 혼자 완성되지 않는다. 내가 상대의 품위를 지켜주는 것은 그가 그럴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있는 이 공간을 오염시키지 않기 위해서다. 상대를 정중하게 대할 때, 그 관계 안에서 나의 수준도 함께 유지된다. 나는 그의 품위를 지킴으로써 나의 품위를 지키고, 그는 나의 품위를 지킴으로써 그의 품위를 지킨다. 이것은 착한 사람이 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살고 싶은 세계를 내가 먼저 만들겠다는 태도에 가깝다.

문제는 그 합의가 일방적으로 깨질 때다. 내가 지킨 선을 약점으로 이용하거나, 끊임없이 나를 낮은 언어로 끌어내리려는 사람은 반드시 존재한다. 이때 필요한 것은 맞대응이 아니다. 소란 없이 멀어지는 것, 그것으로 충분하다. 상대가 나를 진흙탕으로 끌어당기려 할 때 조용히 발을 빼는 것, 그것이 품위가 일방적인 상황에서도 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이다.

결국 품위는 나 혼자 잘나지는 기술이 아니다. 내 곁에 누구를 둘 것인가, 우리 사이에 어떤 공기를 흐르게 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일이다. 서로의 바닥선을 지켜줄 때, 그 관계는 비로소 천박함의 중력에서 벗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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