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유지비 이론 - 1
영화 <Thank you for smoking> 속 한 장면이 오래 남는다. 주인공 닉은 자신을 곤란하게 만든 워싱턴 기자의 이름을 밝히지 않겠다고 말하며 그 이유를 “내 dignity 때문이다”라고 한다. 그는 폭로할 수 있었고, 충분히 복수할 수도 있었지만, 상대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는다. 그 순간 그는 도덕적으로 옳아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함부로 다루지 않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는 그 장면이 품위가 무엇인지 묻게 만든다.
우리는 흔히 누군가를 낮추면 내가 올라간다고 생각한다. 조롱과 폭로, 비꼼과 낙인은 빠르게 우월감을 준다. 그러나 그 높이는 남의 바닥을 파서 만든 착시에 가깝다. 낮은 언어를 쓰는 순간 그 언어의 수준이 곧 나에게로 돌아오고, 상대를 깎는 방식은 결국 나를 더 아래로 끌어내린다.
그래서 품위는 상대를 올려줘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굳이 깎지 않음으로써 유지된다. 상대의 실수를 알고 있을 때, 내가 유리한 위치에 서 있을 때, 한마디면 분위기를 장악할 수 있을 때 그 유혹을 거절하는 태도에서 품위가 생긴다. 그것은 상대를 보호하기 위한 배려라기보다 나 자신의 바닥선을 지키는 일이다.
즉각적인 통쾌함과 박수를 포기하고 내 기준을 선택하는 것, 남의 추함에 기대어 나의 높이를 증명하지 않겠다는 태도. 품위는 위로 올라가는 기술이 아니라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기술이고, 상대를 내리깔지 않겠다는 결심은 결국 “나는 나를 값싸게 만들지 않겠다”는 선언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