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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은세 Nov 16. 2022

코스모스


살랑이는 갈대밭 위에 하얀색 컨테이너.
어지럽게 뻗은 담쟁이에 뒤덮인 돌담.
낡은 아스팔트,
풀 냄새. 새소리.
단조롭고 평화로운 선율.
교래리부터 붉은오름, 의귀리, 넋이오름을 지나 굽이굽이
울릉도 두 개 반만큼이나 넓다는 남원읍,
늦은 여름 어귀어귀 마치 불붙듯 발화하는 꽃이 있다.
아름답고 절제된 베토벤의 다장조 바이올린 소나타, 플룻과의 협주곡.
조용한 함성, 응축된 생명력은 서늘한 공기를 부수고 피어오른다.
연분홍색, 하얀색, 자주색, 진한 노란색,
갖가지 빛깔과 모양으로 피어난 코스모스 한 송이 한 송이. 단 한 점 후회 없는 삶이 있었을까.
다만 눈물도, 아픔도, 절망도 꾸역꾸역 집어삼켜 삶과 기어코 화해하며 피고 지는 것이다.
처음 살아가는 삶을 용서하는 것이다.
힘들었구나.
외로웠구나.
서러웠구나.
마치 처음 사랑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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