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렸다.
자꾸 메마르고 가난하던 나의 호수.
한때 마음 애태워 가꾸던 백리향,
무성하던 아카시아,
밤새 네게 젖었다.
네가 비로소 와주었다 하여
여전히 아름답고 달콤하지마는
진 꽃이 다시 피지 않는다.
지난날의 조각들을 주워모아본들
작은 잿더미에서 보잘것없는 불꽃을 살려내 본들
누가 나의 노래를 듣겠는가.
어리석고 서투르던 그 시절,
나의 시는 가난하고 참담했다.
그러나, 아무런 소산도 피워내지 못했다 하여
네가 준 삶이 비루하겠는가.
운명은 갈망하는 이들의 삶을 방황하게 하였지마는
흔들지언정 부수지 않는다.
젊은 날, 불처럼 뜨겁고 충동적이며 꽃을 꺾고 환상에 취하던 그 시절처럼
폭풍우가 되어 다시 내게로 와다오.
다시는 동굴에 숨지 않으리라.
밀밭의 밀, 사과나무, 돌멩이고 흙이고 잔디풀이었던 나는
이제 네게서 도망치지 않으리라.
온몸이 흠뻑 젖어 뼛속까지 시릴지라도
나는 네가 몸서리쳐지도록 그리웠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