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평범한 삶이 멈추다.
검사 결과를 확인하는 날이었다.
아침부터 마음이 조금 불안했다. 그래도 최대한 평소처럼 행동하려고 했다. 천천히 준비를 하고 병원으로 향했다. 전철 안에서도 특별한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괜히 생각이 많아지면 더 긴장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병원에 도착하니 암센터 대기실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접수를 하고 진료실 앞에 앉았다. 내 차례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아 있었다. 지난 번 첫 방문과 마찬가지로 이 곳 대기실의 공기는 묘하게 무겁게 느껴졌다.
그리고 내 이름이 불렸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긴장된 상태로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 옆 방에서 진료 중인 교수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진료 기록을 정리하던 컴퓨터 모니터가 잠깐 눈에 들어왔다. 교수님이 들어오기 전, 검사 결과가 화면에 떠 있었다. 글자를 정확히 읽을 수는 없었지만 한 가지가 눈에 들어왔다.
여러 줄의 빨간 글씨.
그걸 보는 순간, 느낌이 좋지 않았다.
‘왠지, 불길하다.’
잠시 후 교수님이 진료실로 들어왔다. 자료를 확인하며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잠깐 화면을 바라봤다. 표정이 아주 미묘하게 굳는 것이 보였다. 나는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교수님이 입을 열었다.
“혈관육종입니다.”
불길한 예감은 정확히 맞았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미 수없이 검색했던, 그 단어였다.
제발 아니기를 바랐던 바로 그 이름.
머릿속이 잠깐 멍해졌다.
교수님은 이어서 말했다.
“전이 검사를 먼저 진행해야 합니다.”
“그리고 최대한 빨리 수술을 준비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주변 의사들에게 말했다.
“이 환자, 최대한 빨리 수술 일정 잡아 보세요.”
나는 말을 해야 할 것 같았지만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진료실을 나와 복도로 나왔다. 간호사가 다음 검사 일정에 대해 설명을 해주고 있었다. 폐 CT와 전신 PET 검사. 전이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였다. 하지만 설명이 잘 들리지 않았다.
머릿속에서는 한 문장만 계속 떠올랐다.
‘혈관육종입니다.’
간호사가 설명을 하다가 잠깐 말을 멈췄다. 내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걸 느끼셨나 보다. 그리고 조용히 내 어깨를 한 번 두드렸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작은 행동이 이상하게 위로가 되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복도를 걸어 나왔다.
시선은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걸음은 점점 느려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작은 희망을 안고 결과를 확인하러 온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렇게,
나는 암 환자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