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 your bestie!
#6. 여섯 번째 이야기. 최자윤 아나운서
여러분은 현재 직장에 몇 년째 재직 중인가요?
근속연수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언론 기사를 자주 접하게 되는 요즘, 저도 벌써 6번째 직장에 다니고 있습니다. 이직과 퇴사와 재취업을 선택하는 우리네 속사정은 서로 다르지만요, 소속을 바꾼다는 것과 새로운 일을 만나는 경험은 늘 큰 변화를 동반하곤 하죠. 그 덕에 우리는 자신을 재평가하는 기회도 얻습니다.
최자윤 아나운서도 새로운 일을 맡게 되면서 전혀 다른 세상을 경험했다고 해요. 주어진 일만 하다가 우연히 직장을 옮겼는데, 그곳에서 새롭게 맡게 된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의 리포터, 작가, 오프닝, 섭외까지-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매우 넓어졌거든요. 사견 없이 정확하게 연사의 말을 옮기는 통역사로 오래 활동하면서는 ‘내 말을 한다’는 것이 재미있다는 것조차 몰랐다고 합니다. 그런데 새로운 일을 시작한 뒤로 내가 ‘화자’가 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고요. 내가 모르던 나의 가능성이 더 있지 않을까? 혹시 지금 내 삶에서 놓치고 있는 건 없는가 궁금해졌습니다.
7-8년을 쉬지 않고 달려온 지난날. 어느 순간 갑자기 번아웃을 넘어서는 무기력이 최자윤 아나운서를 찾아왔습니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던 시기였다고 해요. 마음이 지치니, ‘내가 이 일을 좋아하는 게 맞나?’ 생각도 많아지고요.
어느 날 과연 지금 나는 행복한가, 나를 돌아보는 시선을 갖게 된 계기가 생깁니다.
당시 출석하던 요가원에는 네덜란드에서 오신 요가 선생님, 전문 요기가 수업을 했다고 합니다. 기력도 없이 지친 상태로 그날도 요가를 하러 갔어요. 그런데 힘없는 쳐진 모습을 본 선생님이 Be your besite 라고 말합니다. 즉시 아…! 하는 울림이 생겼어요.
그랬구나, 왜 내가 스스로에게 더 친절하지 못했을까. 왜 그렇게 남의 시선에 신경 쓰고 나를 극한으로 몰아넣었을까.
선생님의 말씀처럼 내가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야겠다!라고 마음먹었어요. 그리고 마음 깊은 곳에 품고 있던 한 가지 생각이 떠오릅니다. 강아지 임시보호를 해 보고 싶었다는 기억이 떠오른 것이죠. 그토록 무기력했던 모습이 무색해질 만큼 즉시 보호소에 연락을 하는 스스로가 조금 놀랄 정도였어요. 까다로운 조건이었지만 모든 과정 끝에 진도믹스 한 마리를 임보하게 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입양보다 임시보호 조건이 더 엄격하더군요. 추운 겨울의 어느 날, 어렵게 만난 강아지의 이름을 겨울이라고 지어주었습니다.
겨울이를 만나고 임보하는 기간 동안 일기처럼 기록한 글을 모아 첫 책도 만들어봤어요. 한 번쯤은 책을 내고 싶다가도 ‘내가 무슨 책을 써…’라고 생각을 접는 사람이 많을 것 같아요. 그런데 판매가 아니라 소장용이라 생각하니 오히려 가볍게 시작할 수 있었다고 고백해요. 삶을 더 행복하고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취미를 놓치지 않았던 거죠.
거창한 목표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서 그랬을까요. 책을 쓰는 것에서 깊은 재미를 느낀 최자윤 아나운서는 이어 두 번째 책, 소설책도 쓰게 됩니다.
해보지 않았던 일들을 가볍게 시작하는 것,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것에 재미를 느끼는지 발견하는 일에서 의외의 기쁨과 행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편견 어린 시선이 없지 않았습니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병이 있나 봐요’라는 핀잔을 듣기도 했었어요. 평일은 IT프로젝트 통역사로 바쁘게 일하고, 주말에도 과외를 몇 개씩 했어요. 쉴 틈 없이 살아가던 저에게 사람들은 날카로운 말을 던지기도 했어요. 그러다 보니 남의 시선과 평가에 늘 신경을 쓰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저는 이제는 가만히 못 있는 병이 아니라 여러 가지를 배우면서 오히려 쉬고 있다고 말할 수 있어요. 다양한 것을 배우려는 도전, 그 하나하나의 시도로 저는 행복하거든요.
“내가 행복하고 안정적이면, 주변에도 행복하고 안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행복하면 삶이 자연스러워집니다. 결국 그토록 아등바등 살 필요가 없으니까요. 매번의 시도와 노력이 다 성공일 순 없겠지만, 기대만큼 나와는 맞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는 것도 좋아요. 그렇게 후회 없이 살아가고 싶어요. 이런 삶이 저는 꽤 만족스럽습니다.
최자윤 아나운서가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가 낯설지 않았어요. 늘 발전하고 원하는 목표를 이루고 싶다는 생각은 사실 우리 모두가 갖고 있기 때문이라 여겨집니다. 바쁘고 치열한 삶의 방식에 의문을 갖지도 않는 현실. 뒤처지는 것이 불안하고 두려운 세상에서는 내가 아닌 세상을 기준으로 삼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최자윤 아나운서는 나름의 방식으로 경쟁적인 속도에서 한 발 물러섭니다. 진도믹스였던 겨울이를 산책시키느라 어쩔 수 없이 몸을 움직여야 했거든요. 산책을 하면서 서서히 느끼기 시작해요. 밖을 바라보던 시선이 다시 자신에게 돌아오고 있다는 점을, 그리고 그게 얼마나 큰 힐링이 되는지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운동을 놓지 않고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예요. 운동하는 것도 나 자신을 아껴주는 방식 중 하나거든요.
사실 겨울이 같은 진도믹스가 보호소에 정말 많아요. 한국인들이 진도믹스를 꺼려하기도 해서 많은 아이들이 안락사를 당하거나 운이 좋은 경우 해외로 입양 보내지기도 해요.
그런데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 혹은 반려 식물을 키워본 사람들은 다 아실 거예요. 이런 생명체를 품고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우리에게 정말 엄청난 회복이 됩니다. 다른 생명체와 공존한다는 건 불편하기도 하고 희생이 필요하기도 해요. 하지만 우리는 더 큰 힐링을 돌려받습니다. 내 하루의 일부를 떼어서 함께 하는 생명체를 돌보기 위해 시간과 돈을 쓰고, 우리보다 먼저 떠날 때 겪어야 하는 상실의 아픔도 감수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존재 만으로 우리가 느끼는 기쁨이 얼마나 큰가요! 아마 크게 생각해 본다면 산이나 바다와 같은 자연과 공존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요.
자연을 돌보며 공존하는 삶은 일부 불편함을 줄 수 있지만 결국엔 우리 인간이 가장 큰 쉼과 회복을 얻으며 살아가게 되겠죠.
우리가 조금만 불편하면 지구가 깨끗해져요,라고 하지만 불편함이라는 단어에서 주는 불편함이 있잖아요. 그래서 정작 우리가 얼마나 큰 쉼을 얻을 수 있는지 생각하지 못하게 되는 것 같아요.
최자윤 아나운서가 진행한 라디오 캠페인도 이처럼 사람들이 미처 잘 생각하지 못하게 되는 부분을 짚어준다고 해요. 라디오 프로그램 사이사이에 공익성 광고가 나오죠. 최자윤 아나운서는 매 달 새로운 주제로 환경 광고를 진행하고 있어요. 한국을 좋아하는 해외 청취자와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분들을 대상으로 미니멀리즘, Pet waste, 엠제코. 탄소발자국, 채식주의와 같은 주제로 캠페인을 진행했어요.
엠제코란 말 들어보셨나요?
앰제코는 MZ Generation + Eco-Friendly의 합성어입니다. 청년들이 생활에서 실천하는 다양한 친환경 활동을 가리키는 단어죠. 알약이나 물약과 같은 약품을 그냥 버리는 것이 아니라 약국에 가져다주는 것도 엠제코 활동이라고 볼 수 있어요. 요즘에는 우체통에 넣어도 됩니다. 우체국에서 회수해 간다고 해요. 강아지의 변(Pet waste)도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박테리아와 같은 균이 새어 나와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킬 수 있어요. 그래서 제대로 처리해야 하죠.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동안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으니 배터리 절약 모드로 바꿔 놓으면 탄소배출을 줄일 수도 있어요.
이렇게 우리가 잘 모르고 있거나 잘못 알고 있던 정보를 라디오 환경캠페인으로 전달하면서 한국의 환경 인식을 알리는 일이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말하는 최자윤 아나운서.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과 쉼의 밸런스, 나를 아끼는 방법을 드디어 알게 된 이후에도 여전히 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고 합니다.
우리 스스로의 최고의 친구가 되어주어요. 남 눈치 보지 말고요.
인터뷰 전문은 유튜브 오와한채널에서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