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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사비맛 찹쌀떡 Oct 15. 2024

모두 안녕하길 바랍니다.

아이슬란드 여행이 내게 남긴 것

1. 

아이슬란드는 내게 도망칠 구멍이었다. 가본 적 없는 곳으로, 도시의 화려한 자극이 최대한 없는 곳으로, 고요하고 요란스럽지 않은 곳으로 도망치고자 아이슬란드로 떠난 것이었다. 무거운 마음이 여행 내내 짐처럼 따라오지 않을까- 했던 걱정은 아이슬란드에 도착하자마자 사라졌다. 아이슬란드에서는 하루하루가 생존(living)이고 존재(being)였다. 


이곳에서는 한국의 일상에서 느꼈던 불안과 답답함을 돌이켜 볼 여유가 주어지지 않았다. 7일 동안 내 눈을 사로잡아 준 아이슬란드의 자연은 하루에도 몇 번씩 매일 다른 빛과 바람과 온도와 풍광을 보여주며 두려움을 잊게 해 주었다. 일부러 잊으려고 노력한 것도 아닌데, 나의 직장과 직업에 대한 고민은 저절로 잊히거나 아무것도 아닌 게 돼버렸다. 


그곳에서 매일의 여정은 SNS 속을 탐험할 욕구조차 사라지게 만들었다. 네모난 작은 화면 속 다른 사람들을 보지 않는 것만으로도 불안이 줄어들었다. 더 많이 소비하고 더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해야 '남들처럼' 살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가 얼마나 가혹한지. 아이슬란드는 나에게 꼭 그렇게 지치도록 살아가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 속에서 나는 자유와 해방감을 느꼈다. 아주아주 오랜만에...


해리포터의 모자 모양을 닮은 키르큐펠(Kirkjufell)



2. 

그러나 여행은 결국 끝이 나고, 다시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는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자유를 느꼈다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돈을 많이 벌어야 이렇게 아이슬란드도 여행할 수 있으므로. 하지만 변화된 모습으로, 도망치기 전 나를 무겁게 했던 생각들을 덜어내고, 가볍게 돌아간다. 


우리 모두는 나름의 연약함을 가질 수밖에 없지 않나. 그 연약함이 사회에서 드러나면 약점이 될까 봐, 위계와 경력을 무기로 혹은 강압적인 말과 태도로 스스로를 방어한다. 그게 상대에게 상처가 되는 줄도 모르고.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는 원래 완전하고 완벽할 수 없는 것인데 사회는 우리에게 자꾸만 더 나아질 것을 강요한다. 끝없이 '더, 더, 더' 발전하고 성장하라는 요구에 나도 나의 취약한 부분을 돌볼 새가 없었다. 내게 여유가 없으니 남을 이해하고 배려할 힘도 없었다.


하지만 아이슬란드에서 겨우 제자리를 찾았다. 


이제 돌아가면 같은 회사, 바뀌지 않는 상황 속에서 일을 하고 돈을 벌어야겠지만, 일과 나 사이에 충분히 안전한 거리를 두자고 생각한다. "그럴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라고 스스로 다독여 줄 배포도 조금 생겼다. 괜찮다. 충분하다. 이 말이 자연이 우리에게 그토록 말해주고 싶은 메시지였던 것 같다. 


내가 나를 돌보고, 이제 내 주변과 사회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가장 큰 삶의 럭셔리지 않을까.


"내가 전 세계는 못 가봤어도 아이슬란드는 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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