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표준 공간, 을지로 3가 비스트로'녘'
직장 다닐 땐 직장을 옮기고 처음 와서 하는 일이 주변의 맛있는 곳을 찾는 일입니다. 저는 현재 을지로의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을지로, 광화문과 명동의 식당을 자주 가게 됩니다. 사람 모이는 곳이 늘 그러듯이 맛집이 많지 않습니다. 술집과 화려한 쇼윈도로 무장한 옷 가게 그리고 화장품 가게들이 즐비할 뿐입니다. 그 을지로에서 저를 사로잡은 집이 바로 파스타와 바 그리고 카페를 겸하고 있는 '녘'입니다. 이름부터 남다른 '녁'은 '저녁'에서 쓰이는 시간을 가리키는 의존 명사인데 비표준을 지향하는 사장님이 일부러 '녁'이 아닌 '녘' 이란 오탈자를 썼다 고합니다. 그래서일까요. 낮에는 카페요 저녁엔 레스토랑 밤에는 바로 변신합니다. 아침 10시부터 평일엔 밤 12시까지, 토요일은 밤 12시까지, 일요일은 아침 11시부터 저녁 9시까지 운영합니다.
우선 외관은 예전 오래된 건물 안의 다방을 들어가는 느낌입니다. 들어서니 빈티지 느낌의 편안한 소파와 아늑한 조명의 실내가 펼쳐집니다. 사장님이 예전에 조명 전문가였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간접조명을 적절히 배치한 실내 공간이 참 편안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날 바질 페스토 파스타를 시켰습니다. 동행은 봉골레 파스타를 시켰습니다. 가격이 일반 프랜차이즈 파스타집보다 세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유가 여기에 있었네요. 엄청난 양의 파스타가 우리를 반깁니다. 봉골레의 처음 비주얼은 두툼한 면발이 눈에 띕니다. 주재료인 바지락과 백합도 풍부하게 올려져 있습니다. 면과 조개에 촘촘하게 둘러 쌓인 봉골레였지만 개인적으로는 국물이 좀 더 자작자작 많았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파스타면이 적당하게 익혀져 구미를 당깁니다. 주재료인 조개가 신선하여 입맛을 당깁니다. 오늘 저녁의 백미는 바질 페스토에서 느껴지는 감칠맛입니다. 잘 갈려진 마늘 맛부터 향기로운 바질까지 어느 하나 부족한 게 없습니다. 바질 페스토를 좋아하지만 여느 파스타집에서 찾기 힘든 깊은 맛이 일품입니다. 소개팅 하기 좋은 파스타집을 찾는다면 여기로 오시면 됩니다. 후회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적극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