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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ngsue Kim Aug 28. 2018

예민한 미각을 가진 자의 변명

예민한 미각을 가진 자의 변명


음식점에 가기 전 음식에 함유된 지나치게 들어간 나트륨의 양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저는 식당 가기 전에 항상 염도와 당도가 지나칠까 봐 걱정을 하는 사람입니다. 친구들에게 소문난 저의 까다로운 입맛에 대한 변명을 길게 적어 보겠습니다. 저는 이토록 투정만 하면서 누군가가 정성스레 준비한 음식을 대접받을 수 있을까요?


달디 단 음식을 싫어합니다. 보통 단 요리하면 생각 나는 대표적인 음식, 사탕을 싫어합니다. 처음부터 지금처럼 싫어하지 않았습니다. 어릴 때부터 20대까지는 정말 좋아했습니다. 편의점에 신제품이 나오면 전부 먹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습니다. 빵도 그전엔 엄청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빵에 함유된 설탕의 양도 사탕에 버금갑니다. 설탕이 많기로 소문나기 전부터 빵에 대한 사랑을 그만두었습니다. 젊을 때는 아무리 단것을 먹어도 비만이 오지 않아 육체에 괜찮은 줄 알았지만 오해였습니다. 혈액이 점점 불투명해졌나 봅니다.  건강검진을 통해 고지혈증 위험군에 들었다는 소견을 몇 해 전에 받았습니다. 음식이 건강에 많은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러닝이 육체의 건강함에  미치는 영향보다 음식이 기여하는 부분이 더 컸나 봅니다.

두 번째로 짠 음식을 싫어합니다. 어렸을 적엔 모든 음식에 소금이 많이 함유되어 있었습니다.  부모님이 전라도 출신이었던 것이 이유인 것 같습니다. 어릴 적엔 소금간이 많이 되어 있는 고등어구이 같은 음식을 좋아했습니다. 나트륨을 피하기 위해 찌개류는 건더기만 먹고 국물을 먹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순댓국에서 순대를 건져 먹고 국물은 먹지 않는 방식입니다. 식당에서 소금을 찌개나 국에 일부러 넣어 본 적이 없습니다. 사실 이대로 라면 무병장수해야 할 텐데 그렇지가 않네요.


이 정도면 제가 지나친 양념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아실 듯합니다. 그럼 뭘 먹는지 궁금해하실 것 같은데요. 그 이후로 고민이 되었습니다. 이 까다로운 식성을 어찌해야 하나 고민이 생겼습니다. 매일 맛집만 다닐 수도 없습니다. 저에겐 맛집도 대부분이 간이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새로운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바로 직접 만들어 먹는 것입니다. 직접 만들어 먹기 위해 문화센터에서 요리도 배웠습니다.  '문화센터' 다닌 남자입니다. 사실 문화센터 다닌다고 요리를 잘하게 된 것은 아닙니다.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는 것에 대해 공포가 사라졌습니다. 집에선 파스타를 주로 만들어 먹었습니다. 제가 간을 맞추니 진하게 하지 않게 되어 행복했습니다. 직접 재료를 고르고 만들어 보니 음식재료와 음식 간에 대한 안목이 생겼습니다. 직접 만드는 음식은 샐러드부터 시작했습니다.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을 모아 놓고 직접 만든 샐러드를 만들어 먹었습니다. 사람과 친밀감도 더 높아지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아직 요리를 잘하지 못합니다. 뛰어난 요리는 아니지만 요리를 통해 예민한 식욕을 긍정적으로 방향을 튼 것 같습니다. 투정을 부리기보다 타인을 위해 마음을 쓰는 방법을 배운 것 같습니다. 요리가 저를 긍정으로 이끌었으니 더 노력해서 가지고 있는 긍정심을 다른 분들에게도 전파하고 싶네요. 조금 더 욕심을 내서 더 많은 사람에게 대접하고 싶습니다. 작은 식당을 만들어 맛있는 음식을 널리 나누고 싶습니다. 예민함을 긍정적인 마인드로 바꾸었던 이 경험을 많은 분들에게 나누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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