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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서율 Jan 07. 2025

오늘도 내 삶은 한 발짝

죽음에 가까워진다.

난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좋아했다. 어렸을 때부터.

'사랑의 미로' 같은 노래를 좋아했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그냥 또래보다 몇 년 더 빠르게, 나이를 먹는 게 별로라는 걸 깨달은 외곩수였다.


새해를 맞이하는 기간 동안, 건강이 안 좋아졌다. 세밑에는 승진이라는 기쁜 일도 있었지만, 체력적으로 힘들었고, 나라 안팎은 뒤숭숭했다. 오른팔과 손목, 어깨가 아파서 일을 못하겠다고 느낀 것도 처음이었다. 내 몸은 앞으로 더 나이 들어만 갈 텐데, 더 늦기 전에 챙겨야겠다고 다짐하고 다짐했다.


반짝반짝 내 안에 빛나던 것들을 하나하나 빼앗기는 것 같은 세월은, 한 해 더 나이 든 만큼 가속도가 붙고 있다. 그래도 감사한 것이, 나는 여전히 주변인들에게 하나씩 작은 것들을 배워나간다는 사실이다. 나와 다른 사람을 포용하는 일, 성급함을 사과하는 일, 나의 과오를 인정하는 일, 수치심과 모멸감에 대해 정직해지는 일, 무작정 참지 않는 일, 남의 부탁이 아니라 내 것부터 챙기는 일.


'나'라는 거울은 내가 아주 어릴 때 만들어진 것이 틀림없다. 투명하고 맑다. 티끌 하나 없다. 그래서 지키고 싶은 양심이다. 이 거울에 비추어 부끄럽지 않은 내가 되어보려는 일은 정말, 부질없는 일일까?


어떨 때는 삶이 참 멀리 와 있구나 싶다. 불과 몇 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른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불어나는 강물 같은 시간 속에서도, 이 거울만큼은 소중히 잘 간직하고 살고 싶다. 나는 이 수많은 방황의 시간 동안, 그저 나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우려 했던 것인데, 이제는 지혜로워지고 싶다. 혼자가 아니라 같이 사는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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