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선생이 사는 우리 집
우리 집에는 고집불통, 독재자 보스가 살고 있습니다. 보스는 언제나 명령하고 무엇이든 마음대로 합니다. 우리 집 그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강력한 독불장군입니다.
보스가 원하는 일이라면 우리는 무조건 따라야 합니다. 보스의 기분을 잘 맞춰야 하루가 편안해요. 우리 집 보스는 기분만 좋으면 모든 게 O.K 이니까요.
하지만 보스의 명령을 거절하게 된다면, 어휴 모든 불이익을 감수해야 합니다. 반찬으로 브로콜리가 올라오고 김치 다섯쪽을 먹어야 합니다. TV 전원이 꺼지고 게임 금지령이 내려지고 핸드폰이 사라집니다.
핸드폰을 숨기는 건 정말 너무 유치하지 않나요?
보스는 저의 잘못을 쉽게 용서하지 않아요. 조그마한 실수에도 꼭 사과를 받을 려고 합니다. 가끔은 그냥 넘어 가 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에요. 보스가 실수할 때도 있잖아요. 본인은 절대로 먼저 사과하지 않으면서 저에게만 사과하라고 해요. 겨우 초등학생인 저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하는 거 아닐까요? 어른인 보스가 먼저 사과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보스가 화가 나면 내가 말을 걸어도 대꾸도 안 하고 눈도 안 마주쳐요. 분명 삐졌음이 분명해요. 왜 그렇게 속이 좁을 까요? 그럴 때마다 정말 불안하고 불편해요.
보스가 원하는 대답은 언제나 Yes 뿐.
"왜요?"라고 내가 묻기만 하면, " 또, 또 왜요 한다." 라며 짜증을 냅니다. 언제는 대답 안 한다고 뭐라 하더니 대답을 하니 말대꾸한다고 또 뭐라고 합니다. 그저 '예' 만을 바라는 걸까요?
정말 제멋대로 인 보스랑 살기 참 힘들네요.
우리 부부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장선생이라고 부른다. 아들은 언젠가부터 우리가 하는 모든 말에 귀찮아하며 "알았어요"라고 대답한다.
우리가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거나 걱정하며 조언을 하면 "저도 다 알아요." 한다. 우리가 하는 잔소리가 그냥 듣기 싫어 우선 안다고 말하는 아들의 마음을 알면서도 때론 섭섭하다. 우리는 맨날 알았다고 말하는 아들을 척척박사 장선생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면 아들은 또 짜증을 낸다.
"왜 제가 장선생이에요."
" 맨날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게 없는 척척박사이니 장선생이지..."
지금은 아들이 싫어해서 그냥 애칭으로 휴대전화에 울 이쁜 장선생이라고 저장을 하고선 부르지 않으려고 한다.
자신은 장선생으로 불리는 게 싫으면서 아들은 나를 보스라고 부른다. 맨날 엄마 마음대로만 한다며 나를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난 보스라 불리우는게 그리 싫지 않다. (사실 독재자 보스가 맞다ㅎㅎ)
나는 하고잡이 외향형 엄마로서 집 밖이 좋은 사람이다. 하지만 남편과 아들은 집돌이이다. 늘 어딘가 가고 싶은 나와는 달리 늘 집에만 있고 싶은 두 사람을 누가 리드 하겠는가? 그러니 늘 내가 계획하고 주도하게 되다 보니 보스가 될 수밖에 없다.
장선생은 종종 ‘왜 맨날 엄마하고 싶은 것만 해요. 제가 하고 싶은 것도 해요.’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기회를 주면 정작 하고 싶은 거라곤 게임 밖에 없다. 다른 아이디어가 없다. 그럼에도 늘 엄마 마음대로 한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내가 화가 나서 말을 안 하는 것은 심한 말로 아이마음에 상처 낼까 봐 입을 닫은 것이고 아이의 사과를 기다리는 것은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나 역시 화를 식힐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아이는 그 시간이 불편했나 보다.
아들이 종종 말하는 ‘왜요?'는 호기심을 가지고 하는 질문이 아니라 딴지 거는, 시비 거는 것처럼 들리는 왜요? 라서 듣기 싫다. 그 어떤 토를 달지 않고 ‘예’라고 경쾌하게 대답하길 원하다. (역시 난 보스다)
내 말에 무조건 복종하라는 뜻이 아니라 긍정의 사인으로 대답해 주기 바라기 때문이다. 삐딱이가 아닌 긍정적으로 표현하는 사람으로 자라기를, 상냥함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그게 부모의 마음이지만 아들에게는 잘 전달되지 않는 듯하다.
오늘은 좀 더 상냥하고 다정하게 아들을 불러야겠다. 내사랑 장선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