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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던데

조용히 남들의 행복을 응원하는 사람

by 좋은루틴

본의아니게 어른이 되었던 일년이 흐르고 있다.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유난히 어려웠던 지난 해 내 마음에 들어앉았던 책 제목.


삼십대의 마지막 해,

소란스럽고 화려함을 지향했던 지난 십수년간의 행복 자랑이 막을 내리는 듯이,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예전에는 귀하고 행복한 모든 순간이 남들과 공유될 때 비로소 "행복"이라는 하나의 꾸러미로 저장되어 완결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숙제하듯 SNS에 모든 순간들을 기록했던 것 같다.

남들은 간혹 SNS가 삶을 좀먹는다거나, 관종이라거나, 진정한 행복을 즐기지 못하고 인정에 목메여 있는 모습이라고 혀를 찼지만 이제사 되돌아 보면 그건 행복한 찰나를 영구 기억 저장소로 저장하는 한 개인의 관습같은 행동의 발현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데 그 모든 원동력을 잃은 나는 지금 행복하지 아니한가?

또는 남들의 행복을 보는게 괴로운가?


조용한 행복을 감사할 줄 알게 된 사십대의 나에게 SNS는

내 지인들의 행복을 한 발자국 뒤에서 응원하고 관망하는 도구로 아직도 그 존재 가치를 다하고 있다.


힘든 일을 겪고 있는 와중에 다른 이들의 결점 하나 없이 완벽한 행복의 꾸러미들을 보여주는 SNS가 버거울 때도 있었다. 누가 부러 보여주지 않는데도 굳이 들어가서 보고, 상처받고, 비교하던 나날들이 있었다.


시간이 흐른 지금 흐뭇한 미소로 그들의 행복을 응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 예쁘고 곱고 해맑고 사랑스러운 모든 순간들을 응원하고,

그 시간 속에 나의 지인과 그 가족들을 위해 기도한다.


아프지 않기를 몸도 마음도 다치지 않기를. 너도 나도 우리 모두 안온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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