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라도 이성민도 아니었다.

미생의 철 지난 리뷰

by 자루

인연의 시작


오래전 다니던 회사의 과장시절에 경력직 입사동기 이대리가 있었다. 첫 입사일에 4시간 걸리는 본사를 왕복으로 동행하고 회사 숙소에서 3박 4일 교육으로 함께 지내기도 해서 누구보다 친하게 지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 분야 경력자였고 그녀는 초심자여서 내가 제품과 서비스 생산과정에 대해서 자세히 부연 설명해 주었고, 친절한 설명충이었던 나는 열정을 다해서 손과 발 입을 써가면 이해시킬 수 있었다.


우리 팀은 아시아 담당으로 주로 동남아 영업을 맡았고 총 20명이 소속해 있었고 나는 아시아를 맡고, 그녀는 유럽 동유럽 담당으로 업무를 분장하게 되었다. 팀을 담당하는 이사 팀장이 개인별 업무분장과 조정을 담당하게 되었다. 매주 월요일 오전에 팀장에게 업무보고하고 업무 조정 분담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업무 초기에는 모두 모여서 업무를 분장하고 조정하였지만 업무가 고도화 집중화 되면서 전체 실적보고를 한 달에 한 번 할까 말까 하고 매주 개인별 팀장 보고를 하고 공통 업무는 각 개인이 서로 필요할 때마다 하게 되었다. 입사 후에도 자주 밥도 먹고 티타임도 갖고 했다. 두 달이 지나고 연말 사업계획서 작성에서 개인별 취합이 끝나갈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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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의 시작


이사 팀장과 둘이 미팅을 하는데 육두문자를 섞어가며 이대리 뒷 담화를 내 앞에서 하는 것이었다. “어린것이 방자하게 보고할 때 말투하며 짜증스러운 표정을 짓고 설명을 하면 한숨 쉬고 듣고 고개를 숙이고 말이야 그년 도대체 어떤 년이야”하며 나에게 따져 물었다. 너무 당황스러워서 뭐라 말을 해야 하는데 그냥 듣고만 있었다. 그녀와 나는 입사동기기도 하고 내 눈에는 업무도 싹싹하게 잘 처리하는 것으로 보여서 별로 잔소리할 것이 없는 동료로 보이기도 했고 정확히 그녀가 담당하는 지역을 파트너 상황과 인기 제품 외에는 잘 모르기도 했다.


그 미팅 후 이사 팀장의 그녀에 대한 태도는 점점 거칠어졌다. 미팅 때마다 그녀 욕을 했지만, 업무가 많아지면서 이대리와의 티타임이나 식사시간은 점점 줄어들었다. 분기마다 있는 전체 회식이 그녀와 대면의 대부분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점점 이대리와도 소원해지기 시작했는데, 이사 팀장이 체제를 바꾸었다. 지역조정을 하면서 나와 이대리가 아시아 전체를 맡고 팀장과 매주 회의를 하였다. 이대리가 팀장에게 어떻게 보고하는지 내가 직접 볼 수 있었다.


정말 팀장에게 보고하는 모양이 묘사한 그대로였다. 미팅 후 내가 이대리에게 몇 마디 했다. 이사님 눈을 보고 말을 해야지 눈을 안 보고 어떻게 하냐고 했더니 “어떻게 저한테 그러 수 있어요.” 짜증을 드러냈다.

몇 마디 더하려다 다른 팀원이 끼어들어 길게 하지 못했다.


그 당시 유행 하던 드라마가 임시완 주연의 미생이었다. 과장의 표상 같은 사람이 나오는데 이성민이 연기했고 주연보다 과장의 인기가 더 도드라지게 나왔다. 꼭 내 앞에서 이대리는 그 과장얘기를 크게 꺼냈다. “이성민 너무 멋져요. 그런 과장님 밑에서 일했으면 소원이 없겠어요.” 그 당시에는 그 드라마를 보지 못했어서 그 말이 뭘 의미하는지 몰랐다. 결국 그녀 얘기는 상사의 부당한 압력에서 부하직원을 보호하는 그런 모습이었던 거 같았다. 한두 번이 아니고 꼭 내가 옆에 있거나 할 때 도드라지게 과장을 꺼냈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나라고 없었겠는가? 참는 게 특기요 취미여서 그리고 업무에, 삶에 무시했던 것 같다. 시간이 꽤 흘러 이대리는 결국 적응을 못했는지 회사를 퇴사한다는 소식이 이사를 통해 들려왔다. 기분이 상했다. 회사를 떠날 거면 나에게라도 한마디 했어야지. 내가 뭘 그녀에게 잘 못한 거지 자문을 했지만 딱히 그 당시에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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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


그녀의 퇴사일이 다가오는데 다른 팀원들과는 식사시간을 잡고 나하고는 끝까지 피하기도 했다. 퇴사일에 그녀에게 잘 가라고 인사하는데 그것조차 부담스러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무슨 관심으로 그런 말을 하세요.” 하는데 화가 났다. 내가 답했다 “끝까지 왜 그래. 너도 강소라는 아니잖아.” 이 말에 그녀의 표정이 붉게 달아 올라 보였다. 후후거리고 앞 머리를 쓸어 올렸다.

나도 결국은 이성민은 못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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