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 戒 색, 계 (2007)
남자가 왜 매국노가 되었는지 이유는 모른다.
남자가 좋은 사람이라는 증거도 없다.
남자의 인생에, 남자의 인격에, 남자의 내면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여자가 왜 애국자가 되었는지 이유는 모른다.
여자가 좋은 사람이라는 증거도 없다.
여자의 인생에, 여자의 인격에, 여자의 내면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다만 두 사람의 한 부분을,
아주 작은 부분을,
가늘고 날카로운 송곳처럼 깊이 찌르고 들어가는 무언가가 있을 뿐이다.
그 송곳은 자신의 약점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서로는 그저 서로를 찌르기 위한 도구였는지도 모른다.
육욕과 명분이라는, 애초의 시작은 순수했을 것이다.
그러나 접촉은 언제나 오염을 부르고
평범한 물건도 부적이 되고
마음은 미세한 경사에서라도 한 번 굴러 내려가기 시작하면
멈추지 않는다.
과연 상대방에게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랑을
과연 자기 자신에게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랑을
결국 위도 아래도 좌우도 없이 뾰족한 한 점으로 찍히는 사랑을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이건 사랑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이야기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