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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곡도 Jan 17. 2022

색, 계


色, 戒  색, 계 (2007) 





남자가 왜 매국노가 되었는지 이유는 모른다.


남자가 좋은 사람이라는 증거도 없다.


남자의 인생에, 남자의 인격에, 남자의 내면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여자가 왜 애국자가 되었는지 이유는 모른다.


여자가 좋은 사람이라는  증거도 없다.


여자의 인생에, 여자의 인격에, 여자의 내면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다만 두 사람의 한 부분을,


아주 작은 부분을,


가늘고 날카로운 송곳처럼 깊이 찌르고 들어가는 무언가가 있을 뿐이다.


그 송곳은 자신의 약점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서로는 그저 서로를 찌르기 위한 도구였는지도 모른다.


육욕과 명분이라는, 애초의 시작은 순수했을 것이다.


그러나 접촉은 언제나 오염을 부르고


평범한 물건도 부적이 되고


마음은 미세한 경사에서라도 한 번 굴러 내려가기 시작하면


멈추지 않는다.


과연 상대방에게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랑을


과연 자기 자신에게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랑을


결국 위도 아래도 좌우도 없이 뾰족한 한 점으로 찍히는 사랑을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이건 사랑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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