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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곡도 May 14. 2024

우울의 해부학 (42)

로버트 버턴


머리에서 돌 꺼내는 수술  Jan van Hemessen (1500 - 1575)



( 역자 - 라틴어는 명조체로 진하게 표시합니다. )





SUBS. II.  


질병의 정의, 수, 구분.



     질병이 무엇인지에 대해 의사들 대부분이 각자 정의를 내립니다. 페르넬리우스는 "자연스러운 본성에 어긋나는 신체의 영향"이라고 했습니다. 푸크시우스와 크레토는 "육체의 작용 혹은 그 일부를 방해하거나, 상처 주거나,  변형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톨로사누스는  "몸과 영혼 사이의 동맹의 해체와 그것으로 인한 혼란. 건강을 완전하게 유지하십시오"라고 했습니다. 아겔리우스⑤의 글에 나오는 라베오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자연과 반대되는 신체의 나쁜 습성으로 신체의 작동을 방해하는 것." 다른 경우도 모두 이와 비슷합니다. 

     얼마나 많은 질병들이 있을까요?  아직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습니다. 플리니우스는 머리 꼭대기부터 발바닥까지 300개가 있다고 계산했습니다. 또 다른 곳에서는 셀 수 없이 많은 질병이 있으며, 그 수는 무한하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이런 의견이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오늘날에는 그 수가 훨씬 더 증가할 거라고 나는 확신합니다. 


     황폐화시키는 새로운 질병들이 인류를 덮쳤습니다.


      갈레노스와 히포크라테스에게도 알려지지 않았고 들어본 적도 없는 수많은 전염성 질병들, 그러니까 괴혈병, 천연두, 연골 손상, 발한, 매독 등등이 있습니다. 우리는 거의 모든 부분에서 고유하고 독특한 병들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중  몸과 마음에 어떤 장애도 없이 건강하고 체질이 훌륭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우리는 각자의 유령에 의해 고통받습니다. 우리 모두는 첫 번째이든 마지막이든, 많든 적든 간에 나약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플리니우스⑦의 글에 나오는 음악가 제노필루스가 아무런 방해 없이 105년을 살 수 있었던 것처럼, 어쩌면 한 세대나 1000명 중에 한 명 정도는 그렇게 될지도 모릅니다. 폴리오 로물루스는 "포도주와 기름"으로 자신을 보호할 수 있었습니다. 발레리우스⑪가 너무나 자랑스러워 한 메텔루스⑫처럼 운 좋은 사람도 있지요. 점성가 레오비티우스가 그의 기술에 대한 확실한 본보기와 사례로 보여주기 위해 제시한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의 정치가인 오토 헤르와르두스처럼 건강한 사람도 있구요. 그는 타고난 행운으로 자신의 운명의 별을 가지고 있었고, 또 토성과 화성의 적대적인 양상에서 벗어나 기질이 매우 차분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한 번도 아픈 적이 없었습니다." 파라켈수스⑯는 만약 자신이 어떤 사람을 아기 때부터 키우면서 자신의 계획대로 식단을 조절할 수만 있다면 그 사람을 400년 혹은 그 이상 살게 할 수 있다고 자랑하였습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사람의 삶에 정해진 수명은 없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절제와 약제로 수명이 길어질 수 있다는 건 여전히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동안 공동의 경험을 통해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헤시오도스의 말이 옳습니다.


     땅은 질병으로 가득 차있고, 바다도 가득 차 있습니다. 

    양쪽 다 밤낮으로 우리에게 닥친 일입니다.

     

     사람들에게 발생하는 이런 일반적인 질병에 대한 정확한 분류에 대해 더 배우고 싶다면 저는 의사를 방문하기를 권합니다. 그들은 습관이나 성향에 따라 부분들이나 전체에 속하는 급성과 만성, 1차와 2차, 치명성, 유익함, 타락, 회계, 단순함, 혼합, 결과에 대해 말해줄 것입니다. 이 시점에서 (나의 목적에 가장 적합하도록) 나는 질병을 몸과 마음으로 구분할 것입니다. 육체의 구분을 위해서  푸크시우스가 만든 간략한 카탈로그가 있습니다. 나는 갈레노스, 아레테우스⑱, 라시스, 이븐 시나, 알렉산더, 파울루스 아에티우스, 고르도네리우스의 방대한 책들을 여러분께 권합니다. 현대인들인 사보나롤라, 카피바치우스,  도나투스 알토마루스, 잔센의 헤라클레스, 머큐리얼리스, 빅토리오스 파벤티누스, 웨커, 피소 등등은 모두 질병에 대해 체계적이고 정교하게 기록하였습니다. 그럼 마음과 머리의 질병에 대해 각각 구분해서 간략하게 다뤄보겠습니다.



UBSECT. III.


머리 질환의 분류



   이러한 마음의 병은 머리에 주된 자리와 기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머리의 질병 중에서도  흔하게  반복되며 발생 위치에 따라 양상도 다양합니다. 머리에는 여러 부분들이 있는 만큼 다양한 어려움들이 있습니다. 그것들은 (아르쿨라누스㉜의 글에서 차용한) 헤르니우스의 구분에 따라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나 전적으로 뇌에 속해있습니다.  대머리, 탈모, 털 빠짐, 비듬, 머릿니처럼요. (눈과 귀, 콧구멍, 잇몸, 치아, 입, 입천장, 혀, 입 주변, 얼굴 등과 관련된 다른 모든 항목들은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음의 병은 내부적으로는 모든 두통과 그 밖의 것들이 그렇듯 뇌 옆의 경질막과 유막이라고 불리는 피부에 속해있습니다. 혹은 뇌실, 맥, 막, 외피, 흐름, 그 밖의 것들에게 속해있죠.  그것들이 격정에 휩싸이면 무기력, 어지럼증, 악몽, 뇌졸중, 간질을 일으킵니다. 신경, 경련, 무감각, 발작, 떨림, 마비의 병이죠.  혹은 뇌의 배설물인 코와 목의 염증, 재채기, 점막 분비물, 노폐물을 만들어냅니다. 혹은 그 밖에 뇌 자체의 물질과 관련되어 격분, 무력감, 우울, 광기, 기억력 저하, 깊은 잠이나 혼수상태, 불면증각성 혼수상태를 야기하기도 합니다. 나는 여기에서 다시 환상, 상상, 사유 그 자체에 속하는 것들을 골라내겠습니다. 라우렌티우스는 이것을 마음의 질병이라고 불렀습니다. 힐데스하임상상의 질병 혹은 손상된 이성의 질병에는 3, 4가지가 있는데, 광란, 광기, 우울, 혼미함 등이 그렇습니다. 나는 공수병, 수화광, 악마 들림인 성 비투스의 춤㊳을 간략하게 언급하면서 우울증이야말로 이 모든 것들보다 두드러진다고 주장합니다. 모든 종류, 원인, 증상, 예후, 치료에 있어서 말이죠. 로니케루스는 뇌졸중과 그러한 다른 특정 질병들을 치료했습니다. 나는 예전에 이 주제에 대해 글을 썼던 제이슨 프라텐시스㊵, 로렌티우스, 브라이트㊷ 등등의 오류들을 지적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들은 여러 종류와 방법들에 대해 매우 훌륭한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 빠트린 것을 다른 사람이 우연히 발견하기도 합니다. 한 사람이 축소한 것을 다른 사람이 확대할 수도 있구요. 나도 스크리바니우스㊸와 같은 결론을 내리겠습니다. "그들이 무시했거나 형식적으로 다룬 것에 대해 우리는 더 철저하게 검토할 수 있습니다. 그들에 의해 모호하게 전달되었던 것들이 우리로 인해 명료하게 확장되고 확대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모든 사람들의 역량과 공공의 이익을 위해 그것을 더 친숙하고 용이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내 담론의 주된 목적입니다. 








1) Fernelius - 16세기 경 프랑스 의사로, 신체 기능 연구를 설명하기 위해 '생리학'이라는 용어를 처음 도입했다.



2) Fuschius - 16세기 경 독일의 의사, 번역가, 편집자, 평론가, 대학 교수 및 인문주의 식물학자. 그는  '식물학의 아버지' 중 한 사람이다



3) Crato - 누군지 찾지 못함. 



4)  Tholosanus - 정확하지는 않으나 16세기 경 프랑스의 법학자이자 철학자.



5)  Agellius - 2세기 경 고대 로마의 수필가.



6) Labeo - 누군지 찾지 못함.



7) Pliny - 1세기 경 고대 로마 사람으로, 이 시절 두 명의 플리니우스가 있었다. 나이가 많은 쪽은 대(大)플리니우스 나이가 적은 쪽은 소(小)플리니우스로 불렸는데 여기서는 어느 플리니우스를 지칭하는지 모르겠다. (대)플리니우스는 정치가, 박물학자, 백과사전 편찬자이며 (소)플리니우스는 정치가, 저술가이다. 



 8) Galen - 2세기 경 활동했던 의사로, 1000년 이상 의학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많은 저서를 남겼다. 의학의 황제라고 칭송되었다.



9) Hippocrates - 기원전 4세기 경 고대 그리스에서 활동했던 의사. 우울에 빠진 데모크리토스를 진찰하고는 미친 것이 아니라 모두 이렇게 고독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그런데 또 다른 일설에 의하면 반대로 데모크리토스가 너무 웃어서 히포크라테스의 진찰을 받았는데 히포크라테스는 데모크리토스가 미친 것이 아니라 지혜로워진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10) Pollio Romulus - 인물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찾지 못했으나 "폴리오 로물루스는 100세에 율리우스 카이사르에게 편지를 써서 벌꿀 술을 정기적으로 섭취함으로써 장수와 정력을 누릴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라고 말한 구절로 봐서 매우 장수했던 인물인 듯하다.



11) Valerius - 누군지 찾지 못함.



12) Q. Metellus - 1-2세기 경 로마 공화국의 군인이자 정치가. 



13) Leovitius  - 누군지 찾지 못함.



14) Augsburg - 독일 남부 바이에른 주에 있는 도시. 알프스에서 북쪽으로 흐르는 레히 강과 베르타흐 강의 합류점에 위치하고 있다.



15)  Otto Herwardus - 누군지 찾지 못함.



16) Paracelsus - 15-16세기 경 의사이자 연금술사. 마술과 과학의 영역을 넘나들며 의학과 화학의 기초를 세웠다. 



17) Hesiodos - 기원전 7세기경 활동했던 고대 그리스의 서사시인. 호메로스와 함께 그리스 신화, 그리스 문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인이다. 



18) Aretaeus - 고대 그리스 의사 중 가장 유명한 사람 중 한 명으로 2세기 후반에 살았을 가능성이 높다.



19) Rhasis - 혹은 Rhazes라고 하는 데 우리나라에는 후자인 '라제스' '라체스' '알라지'로 검색할 수 있다. 9세기-10세기에 이란에서 활동했던 위대한 의학자이다. 



20) Avicenna - 10-11세기 경 아라비아의 철학자. 근대 의학의 아버지라고 일컬어지기도 한다. 



21) 알렉산더 대왕인지 누구인지 모르겠음.



22) Paulus Aetius - 누군지 찾지 못함.



23) Gordonerius - 누군지 찾지 못함.



24) Savanarola - 15세기 경 이탈리아의 도미니크회 신부이자 설교자, 개혁가, 순교자. 폭군과 부패한 성직자와의 충돌로 유명했다. 또한 부도덕한 예술품으로 간주한 것을 파괴하였다. 



25) Capivaccius - 16세기 이탈리아 의사.



26) Donatus Altomarus - 누군지 찾지 못함.



27) Hercules de Saxonia - 16세기 경 파도바에서 태어난 르네상스 시대의 위대한 이탈리아 임상의 중 한 명인 사수니아(Ercole Sassonia)의 별명



28)  Mercurialis - 누군지 찾지 못함.



29) Victorius Faventinus -  누군지 찾지 못함.



30) Wecker - 누군지 찾지 못함.



31) Piso - 누군지 찾지 못함.



32) Arculanus - 14세기 경 이탈리아의 외과의사로 치과학의 초기 선구자. 금 충전재로 치아를 채우는 것을 최초록 권장했으며 치과학 전반을 연구했다. 



33) Heurnius - 16세기 경 네덜란드의 의사이자 자연철학자. 



34) Laurentius - 3세기 경의 로마의 기독교 성인으로 초대 교회의 3대 성인 중 한 사람. 불쌍한 이들이 모두 교회의 보물이라고 말했다가 총독의 노여움을 사 뜨겁게 달구어진 철망 위에서 죽었다. 



35) Hildesheim - 독일 니더작센주에 속한 도시. 하노버에서 남동쪽으로 30km 떨어져 있으며 도시 주변에 라이네강의 지류인 이너슈테강이 흐른다. 왜 여기에서 도시 이름이 나왔는지 전혀 모르겠음.



36) 물을 무서워하는 병이라는 뜻으로 '광견병'이라고도 한다. 



37) 낭화증, 수화망상이라고도 하는 동물화망상이다. 자신이 이리나 야수라고 생각하는 망상으로 조현증 환자에게서 볼 수 있다.



38) '성 비투스의 춤'은 5세부터 성장이 끝날 때까지 소년 소녀들이 걸리는 질병으로, 환자는 사지가 말을 듣지 않아 경련을 일으키며 허우적거리게 된다.  몸짓이 약간 불안정한 것에서부터 보행이나 필기가 힘든 상태, 극단적으로는 말하거나 먹을 수도 없다고 한다. 하지만 수면 중에는 움직임을 멈춘다.  '성자 비투스'는 시칠리아 출신의 기독교 순교자이다. 독일에서는 그의 동상 앞에서 춤을 추며 그를 기리는 축제를 열고는 했는데 이 춤이 인기를 얻어 '성 비투스의 춤'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이로 인해 비투스는 무용수와 연예인의 수호성인이 되었다.  또 다른 전설에서는 그가 간질병 환자를 고쳐주었기 때문에 간질병 혹은 '성 비투스의 춤'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수호성인이 되었다고 한다. 









39) Lonicerus - 16세기 경 의학박사이자 허브와 약초의 연구가. 



40) Jason Pratensis - 15-16세기 경 네덜란드 남부의 인문주의 의사 이자 시인. 그의 저작 '뇌질환 (De cerebri morbis)'은  순수하게 신경학에 초점을 맞춘 최초의 서적이다.



41) Laurentius - 누군지 찾지 못함.



42)  T. Bright - 누군지 찾지 못함.



43) Scribanius - 벨기에 예수회 신부이자 철학 교수, 작가, 예수회 대학의 총장. 






번역/우울증의 해부/우울의 해부/The Anatomy of Melancholy/Robert Burton/로버트 버턴/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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