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의 해부학 (69)
로버트 버턴
Pieter Bruegel the Elder 의 [The Land of Cockaigne] (1956)( 역자 - 라틴어는 명조체로 진하게 표시합니다.)
SUBSECTION. VI.
과도한 운동이 원인 그리고 그 이유. 고독, 나태.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남용될 수 있습니다. 운동만큼 (적절하기만 하다면) 신체를 보존하는 데 좋은 것은 없지만 시기에 맞지 않거나, 과격하거나, 지나치면 더 나쁜 것도 없지요. 갈렌①의 견해에 따라 페르넬리우스②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과도하게 많은 운동과 피로는 정신과 물질을 소모시키고 몸을 차갑게 합니다. 또한 자연이 만들어서 내보냈을 그런 체액들을 자극하고 들끓게 만들죠. 그렇게 격해진 체액은 몸과 마음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고 고통을 줍니다." 위장이 가득 차있거나 변이 배출되지 않은 것처럼 적절하지 않은 때에 운동을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푸크시우스③는 그 점을 통렬하게 비난하면서, 독일의 학생들이 그토록 자주 딱지가 생기는 것은 식사 직후에 운동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바이에루스④도 이러한 운동에 대해 경고합니다. "이것은 위장의 음식을 부패시키고, 소화되지 않은 날 것 같은 즙을 정맥으로 운반합니다." (렘니우스⑤가 말하길) "이것은 동물 원기⑥를 부패시키고 혼란스럽게 합니다." 크라토⑦는 식사 후의 운동이 가장 큰 적이며, 체액의 부패를 유발하여 우울증과 다른 여러 질병들을 유발하기 때문에 이에 반대합니다. 그러므로 살루스트⑧와 레오나르투스 야키누스⑨, 메르쿠리알리스⑩, 아르쿠바누스⑪, 그리고 다른 많은 사람들이 과도한 운동을 우울증의 가장 강력한 원인으로 꼽은 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습니다.
운동의 반대는 나태함(신사의 상징) 또는 운동 부족으로, 몸과 마음의 재앙이고, 추함을 키우는 보모, 징벌의 계모, 모든 해악의 주범이며, 일곱 가지 대죄 중 하나일 뿐만 아니라 우울증과 다른 많은 질병의 유일한 원인입니다. 굴터⑫가 말했듯이 그것은 악마의 방석, 악마의 베개이자 주된 휴식처입니다. "정직한 일 외에 이런저런 일에 신경을 쓰다 보면 마음은 결코 쉴 수가 없기 때문에 저절로 우울증에 걸리기 마련입니다." "지나치게 격렬한 운동이 한 편으로 해롭듯이, 나태한 생활도 다른 한 편으로 해롭습니다." (크라토⑦가 말했듯이) "육체를 가래, 역겨운 체액, 온갖 종류의 막힘, 콧물, 감기 등으로 가득 채웁니다." 라시스⑬는 그것을 우울증의 가장 큰 원인으로 설명합니다. "나는 종종 나태함이 다른 어떤 것보다 이러한 체액을 유발하는 것을 종종 보았습니다"라고 그는 말합니다. 몬탈투스⑭는 그의 경험을 근거로 그를 지지합니다. "일 없이 노는 자들은 어떤 직무나 사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우울증에 걸리기 쉽습니다." 플루타르코스⑮는 영혼의 질병의 유일한 원인으로 나태함을 꼽습니다. (그가 말하길) "그들에게 이것 외에 마음을 불안정하게 하는 것은 없습니다." 호메로스⑯의 일리아드는 아킬레스⑰가 나태함으로 인해 싸우지 못하게 되자 자신의 심장을 먹는 모습을 묘사합니다. 메르쿠리아리스⑱는 한 우울한 젊은이에게 있어서 그것을 주된 이유로 지목합니다. 그는 왜 우울했을까요? 나태함 때문입니다. 나태함보다 우울증을 더 즉각적으로, 더 빨리, 더 자주 지속시키는 것은 없습니다. 그것은 모든 나태한 사람에게 익숙한 질병이며, 편안하게 사는 사람들, 평안과 무위 속에서 나태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즉 행동하지 않는 삶, 바쁘게 할 만한 소명이나 평범한 직업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반자입니다. 그들은 나태함과 둔함으로 인해 아무것도 하려 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그들은 필요한 경우에도 그 일을 참아내지 못합니다. 옷 입거나 편지 쓰는 것 정도는 쉽게 할 수 있죠. 하지만 감기에 걸린 사람이 몸을 떨며 가만히 앉아 있으면서 약간의 운동이나 움직임으로 자신을 나아지게 할 수 있는데도 불평이나 하고 있는 것처럼, 그들은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쉽고 간편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여전히 우울증에 시달립니다. 특히 이전에는 사무를 보거나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지내다가 갑자기 정적인 생활하게 되면, 그것이 그들의 영혼을 십자가에 못 박고 어느새 벗어날 수 없게 됩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활동, 토론, 어떤 사업, 스포츠 또는 오락 같은 일에 종사하는 동안에는, 또는 그들이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동안에는 매우 건강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혼자이거나 나태하게 지내면 즉시 다시 괴롭게 됩니다. 하루의 고립, 때로는 한 시간의 고립이 일주일치의 약 처방, 활동, 친구가 줄 수 있는 유익보다 더 큰 해를 끼칩니다. 우울증은 그들이 혼자 있는 순간부터 즉시 그들을 사로잡습니다. 그것은 고문과도 같기 때문에 현명한 세네카⑲는 나태하게 지내기보다는 병드는 게 낫다고 적절하게 표현했습니다. 이러한 나태함은 신체적이거나 정신적인 것입니다. 신체의 나태함은 일종의 마비를 유발하는 게으름, 행위를 멈추는 것으로, 만약 우리가 페르넬리우스②를 믿을 수 있다면 "몸에 찌꺼기가 쌓이게 하고, 기류를 막고, 더러운 체액을 만들고, 자연적인 열을 식게 하며, 정신을 둔하게 하여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듭니다."
방치된 밭에서는 태워버려야 할 고사리만 무성하게 자라납니다.
경작되지 않은 땅에서 양치식물이 자라고 온갖 잡초가 무성해지듯이, 게으른 몸에서는 역겨운 체액만이 만들어집니다. 나태함이 게으른 사람의 육신을 타락시키는 거죠. 마구간에만 머물며 결코 움직이지 않는 말이나, 새장에만 머무르고 거의 날지 않는 매는 둘 다 질병에 걸리기 쉽습니다. 자기 자신을 내버려 둔 자는 모든 부담에서 자유롭긴 하죠. 하지만 게으른 개도 옴에 걸리는데 게으른 사람이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 마음의 나태함이 몸의 나태함보다 훨씬 더 나쁩니다. 일하지 않는 것은 질병입니다. 마음의 녹이자 지성의 녹이죠. 영혼의 녹, 전염병, 지옥 그 자체로 갈렌①은 정신에 가장 큰 해악을 끼친다고 했습니다. "고여 있는 연못에 벌레와 더러운 덩굴이 늘어나듯이 (물은 움직이지 않으면 부패합니다. 물도 썩을 뿐만 아니라, 바람에 끊임없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공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나태한 사람 안에서는 악하고 부패한 생각이 퍼집니다." 영혼이 오염되는 거죠. 공공의 적이 없는 공동체에서는 내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으며 그들은 스스로에게 격노합니다. 게으르고 자신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모를 때, 우리의 육체는 근심과 슬픔, 헛된 두려움, 불만, 의심으로 스스로를 괴롭힙니다. 나태는 자신의 오장육부를 고문하고 괴롭히며 결코 멈추지 않습니다. 감히 말씀드리건대, 나태한 남자 혹은 여자는 그들이 어떤 상태에 있든, 아무리 부유하고, 아무리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아무리 운이 좋고, 아무리 행복하고, 마음이 바라고 원하는 모든 것을 풍요롭고 충분히 누리면서 아무리 만족하더라도, 게으른 한 그들은 결코 기뻐하지 못할 것이며 몸과 마음이 건강하지 못할 것입니다. 오히려 지치고, 병들고, 괴로워하고, 혐오감을 느끼고, 울고, 한숨 쉬고, 슬퍼하고, 의심하고, 세상만사에 대해 불쾌해하면서, 자신이 사라지거나 죽기를 바라거나 아니면 어리석은 환상에 빠져버리고 맙니다. 이것이 바로 수많은 높은 신분의 남성, 여성, 신사 숙녀들이 시골과 도시에서 우울증에 걸리는 진짜 이유입니다. 게으름은 귀족의 부속물이기 때문이죠. 그들은 일하는 것을 수치로 여기고, 온종일 스포츠, 유흥, 오락을 하면서 보내기 때문에 아무런 고통도 감수하지 않습니다, 직업도 갖지를 않지요. 그들은 마음껏 먹고, 편하게 지내며, 운동, 활동, 일을 하지 않고 (제가 말씀드리건대 그들은 직업에 종사하는 걸 견딜 수 없을 겁니다) 그들의 욕망을 충족시킵니다. 그래서 그들의 육체는 지저분한 체액, 가스, 저속함으로 가득 차고, 그들의 마음은 불안하고, 둔하고, 무거우며, 걱정, 질투, 질병에 대한 두려움, 우울한 발작, 울음이 너무나 익숙하게 그들에게 닥쳐옵니다. 두려움과 환상이 나태한 육체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요? 그것들이 어떻게 고통을 일으키지 않겠습니까? 이스라엘의 자손이 이집트에서 파라오에게 불평을 했을 때, 파라오는 그의 관리들에게 그들의 일을 두 배로 늘리라고 명했습니다. 그들 스스로 짚을 찾아서 벽돌을 최대치로 많이 만들도록 했죠. 그들이 폭동을 일으키고 뻔뻔하고 안일하게 지내는 유일한 이유는 "그들이 나태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가는 곳마다 불만에 찬 사람들이 너무나 많고, 온갖 불만거리와 불필요한 불평, 두려움, 의심이 가득할 때, 이를 바로잡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에게 일을 시키고 마음을 바쁘게 하는 것입니다. 사실 그들은 게으릅니다. 그들은 잠시 동안은 허황된 꿈을 쫓고, 환상적이고 즐거운 기질로 스스로를 달랠 수 있겠지만, 결국에는 쓸개처럼 씁쓸할 것이고, 여전히 불만스럽고, 의심스럽고, 두렵고, 질투하고, 슬프고, 초조하고, 스스로를 괴롭힐 것입니다. 그들이 나태하게 있는 한 그들을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여가를 어떻게 보낼지 모르는 사람은 사무에 바쁜 사람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습니다. 아겔리우스⑳가 말했듯이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는 사람은 자신의 사무 때문에 가장 바쁜 사람보다 더 많은 문제, 걱정, 슬픔, 정신적 고통을 겪습니다." 나태한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릅니다. 나태한 사람은 (그것을 따르면서) 자신이 언제 잘 지내는지, 무엇을 가질지, 어디로 갈지 알지 못합니다. 막상 그곳에 도착하면 그곳을 떠나고 싶어 하죠. 그는 모든 것에 지쳐 있고, 모든 것을 불만스러워하며, 삶에 염증을 느낍니다. 집에서도 사회에서도 잘 지내지 못해요. 집에서도 집 밖에서도 잘 지내지 못합니다. 그는 방황하며 삶을 스치듯이 살아갑니다. 그는 옆길로 벗어나 제멋대로 사는 겁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게으름과 나태함이 미치는 해로운 영향이 무엇인지를 희극 시인의 작품에 등장하는 필로라케스㉑의 대사보다 더 정확하게 표현된 곳을 나는 찾을 수 없습니다. 우아하기 그지없는 이 운문의 일부를 이곳에 적어보겠습니다.
태어난 어린아이는 훌륭한 새 집과 같습니다.
내가 그 이유를 말해보겠습니다.
건물이 완벽하게 지어지면
모두가 건축가를 칭찬하고 본보기로 삼습니다.
하지만 악독하고 무관심한 사람이 그곳에 이사 오면
폭풍이 몰아쳐 기와와 시멘트가 깨지고,
공기가 건축가의 작품을 썩게 합니다.
나는 당신에게 사람은 건물과 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건축가인 부모는 자식을 위해 기초를 놓고,
닦고, 글자를 가르치고, 돈을 아끼지 않습니다.
우리는 건축가들의 품 안에서 성실하게 살아갑니다.
하지만 독립한 후에는,
바로 그 마을의 건축가들은 힘을 잃게 됩니다.
그럼 나태함이 찾아오지요. 그것이 폭풍우입니다.
그것은 우박과 비를 가져옵니다.
그것이 내 삶을 어지럽힙니다.
1) Galen - 2세기 경 활동했던 의사로, 1000년 이상 의학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많은 저서를 남겼다. 의학의 황제라고 칭송되었다.
2) Fernelius - 16세기 경 프랑스 의사로, 신체 기능 연구를 설명하기 위해 '생리학'이라는 용어를 처음 도입했다.
3) Fuchsius - 16세기 경 독일의 의사이자 식물 학자. 그의 주요 저작은 식물과 약으로서의 용도에 대한 방대한 책이다.
4) Bayerus - 누군지 찾지 못함.
5) Lemnius - 16세기 경 네덜란드의 의사이자 작가.
6)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혼 이론에 대한 언급이 아닌가 한다. (일반적으로 '영혼'이라고 번역하는 듯한데 보통 '영혼'이라는 단어는 육체와 구분되는 인격적 실체를 지칭하는 기독교식 표현이기 때문에 나 개인적으로는 본문에서 '원기'라는 단어를 사용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식물, 동물, 인간에 해당하는 세 가지 유형의 영혼이 있다고 생각했다. 첫째, 생장 영혼은 식물에 해당하는 영혼으로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 먹고 재생산하는 단계의 영혼이다. 둘째, 감각 영혼은 동물에 해당하는 영혼으로 자발적인 동기와 활동, 감각적인 능력, 다시 말해 욕망에 따라 움직이는 영혼이다. 동물과 사람이 이 영혼을 가지고 있다. 셋째, 이성 영혼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영혼으로 합리적으로 사유하고 판단하는 영혼이다. 인간은 식물 영혼, 동물 영혼, 인간 영혼을 모두 가지고 있으며 가장 높은 단계인 인간 영혼이 고양될 수 있도록 나머지 두 개의 영혼을 다스려야 한다.
7) Crato - 누군지 찾지 못함.
8) Salust. - 누군지 찾지 못함.
9) Leonartus Jacchinus - 누군지 찾지 못함.
10) Mercurialis - 16세기 경 이탈리아의 언어학자이자 의사.
11) Arcubanus - 누군지 찾지 못함.
12) Gualter - 누군지 찾지 못함.
13) Montaltus - 누군지 찾지 못함
14) Rhasis - 혹은 Rhazes라고 하는 데 우리나라에는 후자인 '라제스' '라체스' '알라지'로 검색할 수 있다. 9세기-10세기에 이란에서 활동했던 위대한 의학자이다.
15) Plutarch - 대략 기원후 46~120년에 살았던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작가이다. 특히 영웅들의 전기를 쓴 [영웅전]으로 유명하다.
16) Homer - 기원전 9-8세기 경 그리스에서 활동했던 서사시인.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라는 작품이 유명하며 후세 시인들에게 큰 영향을 주어 그의 이름은 시인의 대명사처럼 되었다.
17) Achilles -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바다의 여신 테티스와 프티아의 왕 펠레우스의 아들이며 트로이 전쟁의 가장 위대한 그리스 영웅으로써 호머의 일리아드에 등장한다.
18) Mercurialis - 누군지 찾지 못함.
19) Seneca - 에스파냐 출신의 고대 로마의 철학자이자 극작가. 스토아 철학자로 네로 황제의 스승으로 알려져 있다.
20) Agellius - 2세기 경 고대 로마의 수필가.
21) Philolaches - 극작가 플라우투스의 로마 희곡 "모스텔라리아"(또는 유령의 집)의 주인공이다. 그는 부유한 상인 테오프로피데스의 아들인데 아버지의 재산을 모두 고급 매춘부 필레마티온에게 탕진했다. 그는 자신의 악행을 감추기 위해 노예 트라니오를 시켜 "유령의 집"에 대한 거짓 이야기를 꾸며내게 하는데, 알고 보니 그 집이 바로 그의 아버지가 찾고 있던 집이었다.
번역/해부/우울증의 해부/The Anatomy of Melancholy/Robert Burton/로버트 버턴/번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