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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형주 Feb 13. 2023

떠도는 삶

지금 이전의 삶 여섯





바람 따라 떠다녔다


콩에 붙으면 된장이 되고

밀에 붙으면 빵이 되고

쌀에 붙으면 술이 될 것이다

유기물을 무기물로 분해하는 것이 내가 하는 일이다

그 중간에 만들어지는 것을 사람들은 좋아했다. 


바람이 불 일이다


따뜻한 김이 풀풀 새어나오는 양철집

창문 안으로 떨어졌다

시큼한 냄새

이제 막 쪄서 나온 고두밥 위로 내려앉았다


문득 깨어나니 막걸리병 속이었다

어느 허름한 공원 벤치

서너 명 노인들이 쭈그리고 앉아 

안주도 없이 막걸리를 따랐다

종이컵을 잡은 손은 굵디굵은 굳은살이 박였고

입으로 가져가는 술잔은 바들바들 떨렸다

꿀꺽-

뜨거운 위장에 닿자 기억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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