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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단근 Jun 16. 2024

보도자료에 왠 심리...

개인심리 개요

감을 잡다 vs 철이 들다     

보도자료는 사실의 전달이 아닌 인간을 움직이는 것이다. 인간을 움직이려면 심리를 먼저 알아야 한다. 사람의 마음은 뇌 속에 떠다니는 빙산과 같다. 겉모습인 빙산의 일각은 9%이다.

인간의 뇌는 빙산의 일각인 의식과 수면 아래 잠긴 무의식이 있다. 의식은 논리와 이성이 좌우되고 단기기억에 익숙하다. 무의식은 직관과 감성이 좌우되고, 습관에 의해 장기간 기억된다. 의식과 무의식은 우리말로 풀이하면 ‘감을 잡다’와 ‘철이 들다’와 같이 ‘감’과 ‘철’로 구분할 수 있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반응이 빠르고 순식간에 많은 정보를 처리하는 감을 의존해서 진화하였다. 철은 반응이 느리나 ‘감’의 오류를 수정하고, 깊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감은 관성처럼 움직이려고 하고 편향과 편견에 좌우된다. 철은 에너지를 적게 소모하려는 속성이 있다.     

한편 의식과 무의식이 지배받는 인간은 그리 정확하지 않다. 인간의 감각은 객관적이지 않다. 인간의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변질하죠. 인간은 현상을 잘못 이해해서 잘못 판단한다. 인간은 무수한 고정관념과 선입견에 좌우된다. 이런 불편한 진실은 실험에서 증명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가석방 심사에 따르면 판사는 모범수를 선정할 때, 이성이 아닌 오직 배고픔과 피로에 좌우됐다. 가석방 성공률은 밥이나 간식을 먹으면 65%로 상승하였고, 식사 전 2시간부터 성공률은 감소하였고, 당이 떨어지는 식사 전에는 0%로 떨어졌다.

비단 사람뿐만 아니라 사람을 닮은 인공지능마저도 편향 및 편견을 동원한다. 유튜브 등은 구독자로부터 얻은 정보와 콘텐츠를 분석하여 동영상 추천 알고리즘을 만든다. 이런 알고리즘은 자신의 견해나 주장에 도움이 되는 정보만 선택하고 나머지는 외면하는 확증편향을 확산시킨다. 알고리즘은 선입견을 확산시키고, 특정 프레임에 가두는 필터 버블을 만든다. 

    

변화는 힘들다

     

어두컴컴한 머리뼈에 똬리를 뜬 뇌는 자신을 우주의 중심이라고 생각한다. 뇌는 오감으로 외부 정보를 관찰한 뒤 사고한다고 생각하지만, 오감과 과거 기억이나 경험으로 만든 내적 모델과 비교하여 세상을 이해한다. 뇌는 경험과 정보를 순간순간 능동적으로 수정해 나만의 세계로 짜 맞추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자기중심적 세계관인 움벨트이다. 개인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반대로 내적 모델을 바탕으로 상대방의 말과 생각을 이해한다. 즉 타인과의 교류는 자기와의 대화이다.     

인간은 강력한 외부 자극이나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하지 않으면, 좀처럼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다. 대다수 사람은 『이솝우화』의 두 마리 개구리 이야기처럼 변화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잠시 우화를 살펴보자. 개구리 두 마리가 살았다. 한 마리는 깊은 연못에 살았고, 다른 한 마리는 길가 옆 도랑에 살았다. 도랑에 사는 개구리는 장소를 옮기라고 권유받았다. “지금까지 살아온 도랑을 떠날 마음이 안 생겨”라고 말한 개구리는 며칠 뒤 마차 바퀴에 치여 죽었다.     

개인의 심리는 불안과 공포, 호기심과 기대, 이기심과 우월감 등 여러 가지 형태를 띤다. 똑똑한 자본주의는 개인 심리를 흔들려고 광고를 비롯한 다양한 수단을 동원한다. ‘좋은 대학을 가야 인생이 잘 풀리죠’라는 불안과 공포를 부추긴다. 더 나아가 ‘카드 고객은 한 시간만 반값 할인’같이 한정, 범위 좁히기, 할인이라는 혜택을 사용한다. 또 인간은 호기심의 동물이다. 이브와 뱀의 대화에서 뱀이 말한 “모든 열매는 먹지 말라고 하셨니?”처럼 질문을 던지거나 금기나 금지나 비밀을 만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철수는 백 점 맞았는데 너는 몇 점 맞았니?”하면서 비교를 통해 사람을 저울질한다. 보도자료도 자본주의의 영향을 받기에 심리를 이해해야 독자를 움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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