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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tergrapher Jun 15. 2017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냐

남과 비교하라. 너, 불행한 자여.


 얼마 전, 회사 업무 차 북촌 한옥마을에 들렀다. 다 쓰러져가는 조그마한 한옥집의 매입가가 15억, 20억 원을 호가하는 것에 한번 놀라고, 그 한옥 마을 대부분이 소수 몇몇의 거부에 의해 소유되고 있다는 것에 다시 한번 놀랐다. 돌아오는 길에 후배는 한숨 섞인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쉽게 돈 버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런 걸 보면 그냥 회사를 쭉 다니는 게 맞는지 모르겠어요.


 나는 잠시 생각하다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지금 그걸 눈으로 봐서 그렇지, 이 사람들은 계속 그렇게 돈을 벌어왔던 거잖아. 그걸 지금 알았다고 해서 우리가 뭘 잃거나 한 건 아니니까.”

 후배는 수긍을 하면서도 뭔가 불편한 기색이었다. 문제는 상대적 박탈감이었다. 세상에는 쉽게 돈을 버는 부자들도 있고, 뼈 빠지게 일해도 가난한 사람도 있고, 우리처럼 시간을 팔아 돈을 버는 사람도 있다는 걸 막연하게 알고는 있지만, 막상 눈으로 확인했을 때 느껴지는 그 상실감이란.




 세상에는 재능 있는 사람도 많고, 운 좋은 사람도 많다. 매주 누군가는 로또에 당첨이 되고, 누군가는 사놓은 주식이나 부동산이 대박 나기도 한다. 우린 그걸 막연히 인지하고 있지만 막상 그 주인공이 내 주변 사람 중 한 사람이 되면, 알 수 없는 허탈함을 느낀다. 우리는 끊임없이 주변에 있는 누군가와 비교하며 그것에서 행복을 찾기 때문이다.

 학교 다닐 때를 생각해 보자. 나와 입시에서 경쟁해야 할 동년배들은 전국에 수 십만 명이고, 내 위로도 수 만 명이 있는데도, 내가 질투 느끼는 대상은 항상 우리 반 1등과 나보다 공부 잘하는 엄마 친구 아들뿐이다. 전국 등 수 몇천 등이 떨어지는 일도 열 받는 일이지만, 지난 시험에서 나보다 낮은 등수를 기록했던 우리 반 영수가 이번 시험에서 나를 제치면 그것만큼 부아가 치미는 것도 없다. 이렇게 늘 우리는 우리 주변 사람들과의 상대적인 위치 속에서 행복과 불행 사이를 오가는 보통의 존재들이다.

 후배와 내가 지난주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세상에 부자가 많은 것은 익히 알고 있지만, 직접 눈으로 보고 나니 그들의 부가 가시화할 만큼 가깝게 느껴졌고, 그래서 그들과 나의 처지를 비교해 보니 힘이 빠졌던 것이었다.




 이쯤에서 기억에서 사라질 뻔 한 몇 년 전 추억이 떠오른다. 영업팀 말단 사원 시절, 판촉행사가 끝나고 소진해야 할 사은품이 조금 남아서 담당들끼리 나누어 가진 적이 있었다. 아주 비싼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모두가 갖고 싶어 하는 좋은 물건들이었는데, 잠깐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다들 나누어 가지고 내 자리에는 임의로 배정된 사은품이 올려두었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네.’라고 생각하던 찰나, 동료 자리에 놓인, 내 것보다 좋아 보이는 사은품이 눈에 들어왔다.

 ‘아, 내가 자리에만 있었어도 어필해 봤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아니, 사실 일 하는 내내 동료의 책상에 놓인 사은품에 눈이 가 자꾸 신경이 쓰였다. 왠지 행사에서 내가 그 동료보다 열심히 했던 것 같고, 그래서 내가 저걸 가져가야 마땅하지 않나 하는 합리화까지 하며 나 스스로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심해 보일까 봐 끝까지 속내는 얘기하지 못한 채 퇴근하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원래 아무것도 못 받는 게 당연하잖아. 그런데 나는 뭔가 공짜로 얻었고. 그게 중요한 것 아닌가?


 나는 내가 얻은 것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한 채, 남이 나보다 더 좋은 걸 가졌다고 징징대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막 과자를 선물 받은 아이가 다른 아이의 손에 들린 간식을 탐내며 울어대듯이. 이처럼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과 운에 감사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며 세상을 불공평하게 바라보고, 스스로를 불행에 빠뜨린다.




 친구가 억대 연봉을 받으면 내가 불행한 걸까? 아니다. 그의 연봉과 상관없이 내 연봉은 나의 능력에 달려있다. 동료가 복권에 당첨되면 나의 삶이 피폐해지는 것일까? 그것도 옳지 않은 말이다. 그의 행운과 별개로 나의 삶은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고, 나는 잃은 것 없이 묵묵히 살아갈 뿐이다. 그렇게 시각을 조금만 바꿔보면 주변 사람들의 좋은 일은 축하해줘야 할 일이지, 나의 행복을 평가 절하하면서까지 질투하고 배 아파할 일은 아니다.

 우리 자신의 인생을 살고 내게 주어진 재능과 기회에 감사하자. 그리고 타인의 행복을 기쁘게 축하해 주자. 그게 나 역시 행복해지는 길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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