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희덕 -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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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느 편이냐고 묻는 말들 속에서,
개와 늑대의 시간 속에서.
불과 두 달 전 뜨겁던 기억들을 뒤로 하고
한순간에 서늘해진 공기와 눈빛들.
그래도 나는 항상 이기는 싸움을 하니까,
자신해왔던 건 질 것 같으면 내 창과 투지가 꺾이지 않도록 갑옷을 단단히 두르고 몸을 움츠리는 지혜를 알았기 때문.
'이긴다'라는 것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 지 모호해졌지만, 적어도 이 겨울을 견디고 새 봄을 맞이하는 것도 승리라면 승리겠지.
비정(非情)에 맞서 수성(守城)하는 삶의 전투.
나의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