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만나서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안녕하세요, 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을 공부하고 지금은 대학원에서
정치외교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김지현입니다.
Q. 제 주변에 유일한 대학원생입니다.
A. 하하 영광입니다.
Q. 사전인터뷰에서 사진을 보내달라고 말씀드렸어요.
그때 지현 씨가 보내준 사진을 보면서 참 지현 씨와 닮은 사진을 보내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에는 ‘나를 사랑해 그러면 인생도 나를 사랑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는데,
그 문구를 보자 지현 씨는 어떻게 지현 씨를 사랑하며 살고 있는지가 궁금해졌어요.
A. 바깥에서 타인과 대화를 하고 오거나 어떤 일을 하고 돌아왔을 때 굉장히 만족스러운 날도 있고,
스스로 속상하거나 아쉬운 하루도 있잖아요?
그럴 때마다 자취를 하며 혼자 지내다 보니까 누구도 저를 위로해 주거나 저와 대화를 할 사람이 없었어요.
그래서 시작한 게 거울을 보고 나를 칭찬해 주는 일이었어요.
거울을 보고 오늘 하루도 너무 수고했고 아쉬운 거는 아쉬운 대로 잘 지나가게 두고 내일 또 잘 시작을 하자. 이런 식으로 거울에 두고 나한테 막 칭찬해 주고 위로해 줬던 것 같아요.
그다음으로 했던 건 2021년이랑 2022년 상반기까지가 제가 생각했을 때는 조금 힘들었던 시기라서
뭔가 감정이 풀리지 않으면 휴대폰에다가 녹음을 했어요.
거울을 계속 보다 보면 얼굴의 흠이 보이는 것처럼
내면을 너무 들여다보면 흠이 보이는 완벽하지 않은 인간인 걸 아니까 그냥 나 스스로 많이 사랑해 주자,
사랑해 지현아 이런 식으로 녹음을 하고 자기 전에 듣고 그랬었던 것 같아요.
Q. 자기 암시의 일환으로 자기 암시송을 만들어서 부르기도 했다고 들었어요.
저는 그 이야기를 듣고 힘든 시기를 씩씩하게 잘 이겨내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스스로에게 어떤 암시를 걸 때 제일 효과가 좋았나요?
A. 제가 녹음할 때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해줬던 말은 “너는 대단한 사람이야.” 였어요.
많은 사람들이 알지는 못하겠지만 너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니까 나는 너를 믿는다.
이런 류의 문장을 많이 썼던 것 같네요.
이런 얘기를 왜 했냐면 제가 스스로에게 느꼈던 단점이 고민이나 문제가 생겼을 때 항상 스스로에게 묻는다기보다는 다른 사람한테 의지를 많이 한다는 점이었어요. 상경해서 대학을 온 뒤에는 혼자 자취를 하다 보니까 그렇게 연락하고 얘기할 시간도 많지 않아서 내가 믿어야 될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생각이 그때 좀 크게 들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하고, 그런 말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Q. 지현 씨도 말씀했다시피 우리가 대학에 진학하고, 가족하고 떨어져 지내게 되면은 오로지 나를 믿고
선택해야 되는 순간들이 생기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지현 씨가 대학원을 진학한 것도 가족과의 상담 이런 것도 중요했겠지만
선택의 칼자루는 지현 씨가 쥐고 선택을 했던 거잖아요?
그런 선택을 할 때 지현 씨는 어떤 기준으로 선택을 하는 편인가요?
A. 보통 우리 나이에는 여러 선택을 할 수 있잖아요? 예를 들어서 저 같은 경우에는 대학원에 진학을 할지,
아니면 졸업을 한 다음에 취준을 할지 선택할 수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저는 항상 마음이 이끄는 것을 선택했던 것 같아요. 내가 정말 놓치기가 싫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선택. 만약에 이걸 놓치는 순간 내가 너무 아쉬울 것 같고 후회가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순간은 결과가 좋든 안 좋든 했던 것 같아요.
Q. 우리 이번에는 사전 인터뷰 내용에 대해 말해볼까요?
지현 씨의 20대를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자기 인식’이라고 답했어요.
20대가 되어 서울로 올라오면서 가족과 물리적, 심리적 독립을 하고 다른 환경에 놓이게 되면서 자기에 대해 알게 된다고 했죠.
제가 인상 깊었던 건 자신의 20대를 정의하지 않고, 그 정의하는 과정을 설명하고자 했던
지현 씨의 태도였어요.
선택만 한다면 수많은 삶의 방향에 놓인 상황이 이십 대 같다는 지현 씨의 마지막 말에 공감이 되기도 했고요. 그런데 때로는 그 가능성 때문에 우리가 불안해지기도 하잖아요. 아닌가요? 저만 불안한가요?
A. 누구나 불안을 겪죠.
Q. 사실 이렇게 억지로 불안에 대해 이야기를 꺼낸 이유가 있는데 사전 인터뷰의 또 다른 질문에서는 ‘불안정’이라는 키워드가 20대와 여성을 관통하는 단어라고 답해줬어요.
그리고 그 불안 속에 살고 있는 우리가 서로에게 사랑과 친절을 베푸는 일이야말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답도 함께 주었는데 지현 씨는 사랑과 친절이 우리를 살게 한다고 믿는 이상주의자인가요?
A. 예전 같은 경우에는 모든 불안에는 정답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내가 겪는 불안함뿐만 아니라 그 누구든 개개인이 겪는 불안감이라든지 걱정은 다 해결할 수 있는 범주의 고민이라고 여겼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점점 자라면서 각자 개인은 고유한 존재라는 걸 알고, 서로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느끼면서 달라졌죠.
그걸 알고 나서 내가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거나 조언을 해주는 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다면 내가 그나마 도움을 줄 수 있고 행복을 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주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아픔을 조금이나마 위로해 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라고 생각을 해봤을 때 그게 친절과 사랑을 베푸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들의 고민이 내 삶의 방식에서는 이해가 안 될지라도 그 사람을 사랑하는 자세로 바라보고, 어떻게든 이해하려고 노력을 하고, 친절을 베푼다면 그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행복하지 않을까 싶어서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많이 친절하고자 하고 되도록이면 사랑을 많이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게 된 것 같아요.
어떤 측면에서는 이상주의적인 것 같기도 하네요.
Q. 이상적이라는 말을 쓰긴 했지만 사실 저는 지현 씨의 대답을 보고,
답변을 들으면서 ‘어쩜 사람이 이렇게 다정할 수가 있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사랑과 친절을 베푼다는 것도 너무 좋고 그 사람을 바꿀 수 없다는 것에 대한 깨달음에서 이런 변화가
온다는 게 너무 멋져요.
그럼 이번에는 지현 씨의 일상에 대해서 좀 물어볼게요. 아까도 얘기했지만 지현 씨는 제 주변에 있는 유일한 대학원생이라서 대학원에서의 삶에 대해서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어요. 너무 궁금하거든요.
대학원은 세간에 떠도는 말처럼 탈출을 해야 하는 곳인가요, 아니면 생각보다 살 만한 곳인가요?
혹은 아예 다른 제3세계일지도 모르겠네요. 대학원에서의 삶은 지현 씨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다줬나요?
A. 일단 우선은 대학원의 생활을 먼저 소개를 해주자면 교수님께서 강의와 수업 자료를 준비해 주셨던 학부 때와 다르게 수업을 제가 준비해야 돼요. 이제 교수님 같은 경우에는 강의 계획서에 매주마다 읽어야 할 리딩들을 미리 올려놔주고 그 리딩들을 제가 미리 읽은 다음에 발제를 준비해야 되는 거예요.
근데 이제 그 리딩이 영어일 때 좀 많이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평상시에 쓰는 그런 생활 영어도 아니고 또 토익처럼 비즈니스 용어도 아니고 정치학 자료이다 보니까 거기서 쓰이는 전문 용어라든지 공식적인 글 안에 담긴 용어가 저한테는 해석하기에 좀 벅찼었고 더 나아가 내가 이해한 걸 다른 사람한테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또 그 안에 담긴 그래프라든지 통계 수치가 있으면 이게 어떠한 결과를 산출해 내는지를 계속 스스로 준비하는 과정이 많이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있어요.
하지만 수업을 준비를 하고 그 수업에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기 때문에 수업을 통해서 체득된 그런 지식 같은 경우에는 되게 오래 남아서 그런 건 좋은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