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여담 : 여자들의 이야기
Q.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안녕하세요. 만 23세 돌맹입니다.
(인터뷰이의 신상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Q. 자기소개를 굉장히 간단하게 하는 편인 것 같은데 혹시 그 이유가 있나요?
A. 하고 있는 게 없어서 저를 수식을 할 말이 없습니다 지금.
Q. 사전 인터뷰에서도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는 백수 생활을 즐기고 있다고 얘기를 하셨죠.
백수 생활 어떻게 즐기고 계신가요?
A. 아침에 부모님 출근하실 때쯤 일어나서 느긋하게 밥 먹고 여행을 떠나기 위해 여행 계획을 짜고, 부모님이 돌아오시면 같이 저녁을 먹는 나름 바쁜 백수 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바쁘다고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어떠한 아웃풋도 내지 않는 삶을 살고 있어요.
Q. 지금이 취업 준비를 해야 할지 나만의 시간을 가져야 할지 고민이 많은 시기잖아요?
주변 친구들을 보며 취업 준비를 안 하고 있어도 괜찮은 건가라는 걱정을 할 수도 있는 거고 아니면 그래도
나는 내 시간을 가지겠다고 판단할 수도 있는 건데 돌맹 씨는 그 갈림길에서 내 시간을 가져보기로 판단을 한 건가요?
A. 그렇게 포장하면 좋은데 사실 취업 준비가 아직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뭔가 도전하기가 무서워서 주춤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본격적으로 취업 준비를 해야 된다라는 게 마음에 안 들기도 해요.
왜냐하면 학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계속 공부를 해왔고 드디어 쉴 수 있는 시기가 왔는데 마지막으로 여행이나 가보자하는 마음이 큰 것 같아요.
Q. 여행은 어디로 가시는 거예요?
A. 이탈리아부터 시작해서 터키로 나오는 한 달간의 여행을 준비하고 있어요.
Q. 여행은 친구하고 같이 간다고 들었는데 친구하고 가는 여행이 걱정되지는 않나요?
A. 원래 걱정이 없을 뻔했는데 다소 걱정이 되는 부분이 생겼어요.
왜냐하면 일정이 너무 타이트해서 아침 일찍 일어나고 저녁 늦게 들어오는 일정이 많이 반복될 예정이거든요.
근데 그렇게 되다 보면 체력적으로 떨어지다 보니까 사람이 예민해지고 또 이제 거기서 우리가 예상치 못하는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그런 상황에서 대처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해야 되겠다고 생각한 것은 그런 상황에서도 최대한 미소를 잃지 않는 것이에요.
또 좀 마음에 안 드는 게 있더라도 나보다는 친구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면서 분위기를 많이 풀어주려고 하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Q. 돌맹 씨는 작년에도 여행을 다녀왔죠?
A. 네, 올해 상반기에도 갔다 왔습니다.
Q. 대학에 입학한 후 코로나19가 진짜 심할 때를 제외하고는 지속적으로 여행을 가는 걸로 알고 있는데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그런 건가요?
A. 사실 여행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요.
Q. 충격발언인데요?
A. 근데 이제 여건이 되니까 갈 수 있을 때 가두자는 생각이 저를 자꾸 여행을 가게 만드는 것 같아요.
뭔가 여기를 꼭 가야만 해 해서 간 여행은 그다지 없는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여태까지 다녔던 나라 중에서 돌맹 씨에게 가장 큰 즐거움을 선사한 나라가 있다면 어디인가요?
A. 일단 시각적으로 가장 행복했던 여행지는 프랑스의 샤모니고요,
육체적으로 즐거웠던 나라는 라오스였어요.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가 많아서 좋았던 기억이 있네요.
Q. 사전 인터뷰에 대한 얘기를 계속 이어갈 건데 인터뷰를 하기 전 좋아하는 사진을 한 장 보내달라고 했어요. 보내준 사진을 보면서 돌맹 씨는 펭귄과 고래를 각별히 좋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어요. 이렇게까지 펭귄과 고래를 사랑하는 이유가 있나요?
A. 일단 너무 명확합니다. 귀여워서. 다른 이유가 없고 귀여워서 좋아해요.
저는 심심하면 펭귄 다큐멘터리를 틀어놓거든요? 사실 그런 다큐멘터리들을 보면 다루는 내용들은 비슷해요. 황제펭귄이 어떻게 생활을 하고 어떻게 겨울을 이겨내고 이런 것들밖에 다루지 않는데 그런데도 계속 보게 되는 건 그냥 귀여워서인 것 같아요.
Q. 귀여운 것의 힘은 강하다.
A. 맞습니다. 사람들이 밥 먹을 때 무한도전 틀어놓잖아요. 그런 것처럼 그냥 펭귄을 보면 뭔가 힐링이 돼요.
고래는 뭔가 인간과 비슷한 아이큐를 지녔으면서 바다에 살면서 엄청 크고 또 되게 젠틀하게 굴잖아요?
그런 게 고래의 멋진 점이라고 생각해요.
이건 다른 얘기인데 범고래가 펭귄을 잡아먹는 장면도 되게 사실 좋아해요.
Q. 그건 왜죠?
A. 범고래들은 무리 사냥을 해요. 작은 젠투 펭귄을 기절시켜 먹기 위해 막 이렇게 저렇게 펭귄을 날리죠. 그러다 보면 젠투 펭귄이 수면에 떨어지고 잡아 먹혀요. 우리 인간들에게는 잔인한 장면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사실 자연의 일부인 자연스러운 장면이잖아요? 그 점이 되게 흥미로웠어요.
Q. 방금 이야기를 들으면서 느낀 게 돌맹 씨는 어떠한 현상에 해석을 많이 하는 사람이구나 싶어요. 어떠한 현상을 단순히 현상으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더 나아가 해석하고자 하는 사람인 것 같은데, 돌맹 씨는 스스로를 생각했을 때 어떤 것 같아요?
A. 절대로 그런 편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주 어릴 때부터 저는 친구들은 다채롭게 해석하는데 나는 그렇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콤플렉스 같은 게 되게 많았어요. 그리고 커서는 웬만하면 유추 같은 걸 잘 안 하려고 하는 편이기도 하고요. 주어진 현상을 그대로 받아들이고자 해요.
Q. 그렇죠, 때로는 현상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답일 때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