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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박도 Apr 30. 2018

월요병 직장인, 스트레스 유독 많은 이유

또라이 질량보존법칙에 대하여.

돈이 많은 차원을 넘어선 후배가 있다. 회사가 하루 중 3분의 1을 잡아먹는 우리네 일상과 달리 하루 종일 시간을 지배한다. 그림을 그리고,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강아지와 산책을 하고, 좋아하는 영화를 여러 번 보고 맛있는 것을 먹고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고도 해외에 쉽게 나간다. 그것이 SNS에 올릴 만한 특별한 일도 아니다. 그게 일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녀의 인생 역시 직장의 노예인 나만큼 쉽지는 않다. 자기만의 세상 안에서 스스로 견뎌야 할 고통의 질량같은 게 있기라도 한 듯이 일반적인 수저로는 이해하기 힘든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니 인간은 끊임없이 걱정을 안고 살 수밖에 없는 존재인걸까? 


그럼에도 내가 그녀를 부러워하는 이유는 돈 때문이라기 보다는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사람에 의해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가족과, 연인과, 친구와의 갈등은 물론 있겠지. 하지만 내 사람들 사이에서의 일들은 스트레스라기 보다는 함께 살아가며 거쳐야 하는 필수코스다. 상처는 받겠지만,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문제일 것이며 갈등 없는 관계는 오래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회사에서 또라이로 불리는 사람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와는 비교할 수 없는 차원인 것이다. 

 



회사에 다니던 어느날 급성 위염에 걸렸다. 의사 선생님의 말에 따르면 '스트레스성 위염'이란다. 평소에도 많이 먹어 종종 체하곤 했기에, 또 과식했나 자책을 했는데 새벽에 꿈에서 구토를 하고, 곧바로 깨서 화장실에서 현실 구토를 할 정도로 증세가 이상했다. 체끼가 며칠간 가시질 않았다. 3일 내내 위가 꽉 막힌 느낌에 머리까지 어지럽고 속이 안좋은 건 처음이었거늘 아니나 다를까 급성 위염이라니.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말하니까, 니가 웬일로 아프냐며 놀랐다. 그 정도로 괴로운 환경인줄은 몰랐다면서. 그동안 늘 하던 푸념인 줄로만 알았다고 했다. 의사선생님과의 대화를 기록했다.  


"혹시 과식하셨나요?"


 "네.."


 "최근 술 드셨어요?"


"네.."


"직장에 다니고 계세요?"


"네.."


 "평소에 스트레스가 많으신가봐요. 급성 위염 증상이고 수액 맞으면 빨리 낫긴 한데 약드시면 될 거예요"


 "네ㅠㅠㅠㅠ (살려주thㅔ요)"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이라, 자신을 잘 돌보세요. 며칠 후에도 안좋으시면 오시구요" 



나는 하필 사람 스트레스에 특히 취약한 인간으로 태어난 것 같다. 유전적으로 그런 것인지, 자라면서 그렇게 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되었다. 좋아하는 일을 한답시고, 글을 쓴답시고, 콘텐츠를 만든다면서 있었던 곳에서 크게 일 때문에는 스트레스를 받은 적은 없었다. 다만 사람에게 받는 스트레스가 나를 병들게 했다. 오래된 시스템 혹은 그것을 강요하는 사람, 이유없이 화를 내는 사람 등등 때문에 고통받아왔다.


왜 어디에든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사람이 존재하는 걸까. 


우선 그 이유로는 무능력자들이 공정하지 않은 방식으로 그 회사에 존재하고 있다는 이유를 꼽을 수 있겠다. 어떻게 회사에 입사했는지 의심스러운 실력이 없는 사람들은 목소리가 큰 편이다. 말도 안되는 소리는 짜증을 유발한다. 


회사는 자기가 맡은 일을 프로페셔널하게 처리하는 사람들로 구성되어야 한다. 놀고 먹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로 인해 회사 전반적인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다. 모든 회사는 전자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꼭 문제가 있기 마련이라고 이해해본다. 


'또라이 질량보존의 법칙'이 이직을 할 때마다 적용된다는 건 진리다. 그저 세상에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살고 있기 때문에 내가 스트레스를 받는 거라고 이해해본다. 그 편이 내 정신건강에 유익했다.


그동안 초중고, 대학교 친구들, 선배들, 후배들까지 내 주변을 둘러싼 지인들을 어쩌면 내가 선택해서, 혹은 그 사람들이 나를 선택해주었기 때문에 유지될 수 있었다. 그 덕에 나보다 낫거나 나에게 맞는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거겠지. 10년 가까이 관계가 유지된 이유는 명쾌하다. 비슷한 지역, 비슷한 취향을 가진,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들이었기에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단단해지며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를 나눌 수 있다. 삶을 개척하고 발전해가는 사람들 덕에 나도 덩달아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영향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회사에서 만난 사람들은 내가 선택한 인연이 아니다. 


내 선택에 의해서라면 절대로 말도 섞고 싶지 않은 사람이 회사에는 존재한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 중에는 나쁜 사람도 분명 있다. 표정하나 바꾸지 않고 내 실적을 가로채거나 사람들 사이에 이간질을 능숙하게 해내는 이도 허다하다. 그런 사람도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해도 매일 매일 하루 10시간 동안 그들과 대면하고 대화를 하고 때론 명령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인생의 괴로움이며, 낭비임이 틀림없다. 그럼에도 어쩌겠나? 다녀야지... 돈 많은 후배가 부러운 이유가 이 지점에 있다. 




사람에게 상처를 받고 스트레스 받는다는 건 좋은 의미로 그만큼 삶에 대해 사람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성찰하고 반성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많은 것을 마음에 담아둘만큼 마음이 너무 크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지금은 묵언수행, 고행길이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이 시간이 언제고 지나고 나면 우리는 더 멋진 사람이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아주 조금이나마 견딜만해진다. 월요병 그런 것도 일단 버텨본다. 술이라도 까야지 뭐. 


힘을 내자. 3일 뒤에 주말이 온다고 생각하자. 사실상 5일이지만! 






작가박도는 뉴스레터 #맨하탄생활수기를 보냅니다. 인스타그램 @hem_allowing 에서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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