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꿈을 꾼 듯 어느새 이번 안식 여행의 마지막 날이 덜컥 다가왔다. 기구한 운명을 직감한 사람처럼 차분한 심정으로 먼지 한 톨 없이 온 집 안을 쓸고 닦고 정리하니 벌써 공항으로 향할 시간. 내려오는 날은 눈보라가 휘몰아치더니 가는 날은 주룩주룩 비님이 배웅한다.
공항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로 북적댄다. 오랜만에 군중 속에 있으려니 자꾸만 이리저리 눈을 돌려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을 쳐다보게 된다.
아무도 날 의식하지 않는데 괜히 혼자 내 존재를 의식하며 서 있으려니 어색한 마음에 애꿎은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다 결국 이렇게 또 뭔가를 끄적거린다.
한 달 만에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가족을 볼 생각에 설레면서도 휴직자로서의 나의 삶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생각에 긴장이 된다. 제주는 원래 쉬기 위한 곳이었던 만큼 이전과 별 다를 것 없이 휴가처럼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면 이젠 엄마로서 아내로서 내게 주어진 역할을 완수해가며 살아야 하는 생활인으로서의 삶이 기다리고 있다.
누군가 '그래서 제주 생활이 어땠냐고, 좋았냐'라고 묻는다면 당연히 답은 Yes다. 나를 조금은 편안한 환경에서 다른 시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다시는 혼자서만 지내고 싶지 않다. 이런 기회를 준 부모님과 가족에게 고마운 마음이 큰 만큼 앞으로는 항상 그들 곁에서 무엇이든 함께 하고 싶다.
이번 시간을 통해 더 이상은 혼자서 행복하기 어려운 사람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언제나 옆에서 묵묵히 내 곁을 지켜주는 듬직한 남편과 애교 많고 사랑스러운 아이의 웃음소리가 있어야만 비로소 나의 삶이 완성된다는 걸 깊이 느끼게 되었다.
제주에서 느꼈던 고독과 그리움, 행복과 즐거움, 충만함, 성취감, 자유로움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쉬움까지 모두 모아 서울행 비행기에 함께 실어본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