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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zak Mar 25. 2021

인간의 거리

:감정의 찌끄레기

인간에게 다가감을 강요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이 상대에게 이만큼 다가갔기 때문에
상대도 응당 그만큼 다가오기를 바란다

내가 이만큼 나를 보여줬으니
너도 이만큼 너를 보여줘야지

아니 그보단 어쩌면  

너도 (자의든 타의든) 나의 이런 모습을봤으니
나도 너의 그런 모습을 봐야 하지 않겠어?
이런 마음으로

자신이 원하는 상대의 모습을 끄집어내기 위해
자신을 무차별적으로 상대에게 공개하는 일은
다분히 이기적이고 가학적인 행동이다.  

또 어떤 이들은 상대의 영역을 지나치게 침범한다

아직 상대를 자신의 영역으로 초대할
작은 생각조차 스쳐간 적 없는 자의 영역을
기척도 없이 찾아가 현관을 두드린다

그리고는

자신의 신분을 충분히 밝히지도 않은 상태에서
상대가 밖으로 나오기를

혹은 자신이 불쑥 그 안으로 들어가
거실 중앙에 놓인 소파에 앉아

사적인 얘기를 나누기를 바란다

이는 상대방을

자신의 욕구 충족을 위한 존재로 보는
매우 무례한 태도다

인간에게 다가감이란

상호능동적으로 이루어지는 일이다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싶으면

우리는 상대에게 내 자신을 보여줄 수 있다

이런 보여줌은
상대가 나를 알고 호기심을 갖기를
나를 그의 세계로 초대하기를

바라며 보낸 초대장일 뿐이다

우리는 상대에게 어떤 것도 강요할 수 없으므로
어떤 집착도 해서는 안된다

상대가 능동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면
서로 가까워지는 것이고
제 아무리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나의 초대장에 대답이 없다면
서로 가까워질 수 없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짧은 순간,
하나의 행동,
한 마디의 말들로 서로에게 보내지고
우리는 가까워지거나 멀어진다

상대가 멀어진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뿐이다  

나 스스로도 상대에 대한 흥미를 잃고

더 멀어지거나

다시 상대와 가까워질 수 있도록
다시 초대장을 보내는 것

그 누구도 왜 멀어졌냐며
그 이유를 상대방에게 물을 수 없고
돌아오라고 강요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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