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담아둘 것에 대해...

필리핀에서(3)

by 햇살호수

� 낯선 계절의 선거, 따뜻한 마음으로 건너가기

5월의 필리핀은 초여름 햇살만큼이나 뜨겁습니다.
그중에서도 5월 12일, 올해는 중간선거가 열리는 날이지요.
거리 곳곳엔 후보들의 현수막이 나부끼고, 확성기에서는 지지 연설이 울려 퍼집니다.
그 풍경 속엔 활기와 긴장, 그리고 간절함이 뒤섞여 있습니다.

필리핀의 선거는 단순한 투표 행위를 넘어섭니다.
지역 공동체의 미래와 자존심이 걸려 있는 일이다 보니, 정치적 경쟁이 격화되곤 합니다.
특히 지방 선거에서는 간혹 안타까운 폭력 사건이 발생하기도 해요.
그래서 이 시기엔, 조금 더 조심스럽게 움직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 선거 기간엔 총기 소지를 제한하는 '무기 휴지법'이 시행됩니다.
그리고 술 판매도 선거 전날 밤 12시부터 금지되지요.
불필요한 분쟁을 줄이고, 투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입니다.
이 시기 필리핀을 여행한다면, 이 법들을 미리 알고 가는 것이 좋겠지요.
낯선 땅에서 법과 질서를 존중하는 마음이야말로, 여행자의 가장 멋진 매너니까요.


� 축제의 계절, 그리고 조심할 순간들

부활절, 크리스마스—이 시기는 필리핀 사람들에게 가장 신성하고도 소중한 시간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동하고, 도시가 들썩이는 이 연휴 동안엔
소매치기나 절도 같은 범죄도 함께 늘어나는 경향이 있어요.
즐거운 여행을 위해선, 가방끈을 한 번 더 잡고 주변을 살피는 게 필요하답니다.
가볍게 웃으며 조심하는 것, 여행지에서 배워야 할 지혜 중 하나일지도 몰라요.


� 자존심과 허세, 그 사이의 마음

필리핀 사람들과 지내다 보면 가장 먼저 느끼게 되는 감정은 바로 '자존심'이에요.
그들에게 자존심은 단순한 기분이 아니라,
자신을 지키는 선이자, 타인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경계입니다.
그래서 가벼운 농담이나 무심한 비교도 깊은 상처가 될 수 있지요.

그렇다고 해서 너무 긴장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고, 말에 따뜻함을 담을 줄 안다면
그 마음은 결국 전해지게 되어 있어요.
그건 국경을 넘어 어디서든 통하는 진실이지요.

또 한 가지 흥미로운 문화는, 때때로 화려하고 과해 보이는 '표현'입니다.
좋은 옷, 근사한 파티, 빛나는 자동차—그 안엔 “나, 괜찮은 사람이야”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어요.
그것은 허세라기보단, 자존감을 표현하는 방식이고
공동체와의 연결을 확인하는 축제일지도 모릅니다.


� 삶이 된 신앙, 가톨릭

필리핀에서 가톨릭은 공기처럼 스며들어 있는 문화입니다.
아침 인사 속에도, 버스 창가의 성모상에도,
마을 잔치와 성주의 행진 속에도 신앙은 자연스럽게 존재합니다.
기도는 일상이 되고, 축복은 일상적인 언어가 되죠.

필리핀의 가톨릭은 종교라기보다 문화이고, 전통이며, 공동체의 숨결에 가까웠습니다.

성당은 기도만 드리는 곳이 아니라 마을의 중심이 되고,

성 주간이 되면 온 동네가 조용히 멈추며, 예수의 고난을 함께 기억합니다.

심지어 어떤 지역에선 맨몸으로 십자가를 지고 행진하는 사람들도 있죠.

그 신앙의 표현은 몸과 마음, 마을 전체를 덮는 듯했습니다.


한국의 가톨릭과는 조금 다릅니다.
한국 가톨릭은 조용하고 신중하며, 내면에 머무는 믿음입니다.
선택과 결단 속에서 피어난 신앙은, 묵상과 침묵으로 표현됩니다.

이렇게 필리핀과 한국의 가톨릭은 서로 다른 모습이지만, 그 안의 사랑은 다르지 않다는 걸 느낍니다.


� 다름을 마주할 때, 가장 필요한 마음

처음엔 낯설게 느껴질 수 있어요.
하지만 그 다름을 미리 이해하고, 따뜻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을 거에요.

오히려 유쾌하고 따뜻한 사람들이
“어서 오세요” 하고 손 내밀어 주는 곳이죠.

문화는 판단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의 대상이라는 말을 실감합니다.

그 다름을 존중하는 마음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더 많은 사람들과, 더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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