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할 때, 나는 남편의 츤데레 같은 모습을 참 좋아했다.
"오다 주웠다"며 툭 던지듯 주는 작은 선물들,
말은 퉁명해도 그 안에 담긴 마음씀은
나를 설레게 하고, 달콤하게 만들었다.
둘이 있을 때는 괜찮았다.
그 무심한 듯 다정한 방식이 익숙했고,
오히려 그게 우리의 언어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여럿이 함께 있을 땐 달랐다.
지인들과의 식사 자리, 가족들과의 모임,
그 속에서 남편은 여전히 무심했지만,
그 무심함 속에 따뜻함은 빠져 있었다.
식사 자리에서 나에게 등을 돌리고 대화를 주도하거나,
나를 낯선 사람들 속에 남겨두고 혼자 저쪽에 가서
오래 이야기하다가 돌아오는 모습.
메뉴를 고르면서 메뉴판을 먼저 본 뒤,
나에게는 건네주지도 않는 순간들.
나는 그 자리에서 조금씩 작아졌다.
함께 있는 사람들에게조차 부끄러워졌다.
존중받지 못한다는 감각은
사랑받지 못한다는 감정과 닿아 있었고,
나는 그렇게 외로움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사랑했던 모습이
결혼 후에는 상처가 되기도 한다더니,
정말 그렇구나 싶었다.
이제는 따사로운 말투,
사소한 배려가 더 오래 남고, 더 깊이 위로가 된다.
나는 내 마음을 여러 번 이야기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또 그 얘기야?”라는 투의 말,
시큰둥한 반응,
그리고 위축된 나였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말이 아닌 몸짓이라도 닿기를 바라며
조금씩 표현하고, 다시 건넸다.
신기하게도,
말로는 부정해도
남편의 행동은 천천히 변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
나는 식탁의 주인공이었다.
식당 점원이 메뉴판을 각자에게 나눠주었고,
남편은 4개의 메뉴판 중 하나를 내게 가장 먼저 건네주었다.
네 명이 앉은 작은 테이블에서는
누구의 등도 돌릴 수 없었고,
우리 모두가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오갔고,
나는 그 흐름 속에 무리 없이 녹아들었다.
음식이 나올 때마다 남편은 내 앞접시를 챙기고,
술 한 잔도 잊지 않고 내게 먼저 따라주었다.
그 짧은 한 끼가,
나를 참 오래 안아주었다.
배려받고, 사랑받고, 존중받았다는 감각.
그건 아주 작은 행동들이
내 마음에 말없이 속삭여준 순간들이었다.
오늘은 그런 날이었다.
“나도 이 자리에 함께 있어.”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던 하루.
그런 날이 자주 오지는 않겠지만,
그래서 더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다.
오늘 느낀 이 따뜻함을 기억하며,
내일도 포기하지 않고 사랑을 말하는 나로 살고 싶다.
부드러운 말 한마디, 작은 배려 하나가
사랑을 다시 시작하게 해 줄 수 있다는 걸
오늘, 식탁에서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