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자식에게 원하는 것은 그것뿐
“엄마 자식답게 곱게 살다가 갈게.”
엄마 영결식에서 눈물이 멈추지 않는 나에게 장례지도사가 다가와서 엄마의 관에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쓰라고 하길래 이렇게 썼다. 엄마와 마지막 인사를 나눴던 그 순간은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쏟아진다. 그 나이가 돼서도 부모님과 이별하는 순간이 오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어리석음이 어처구니가 없을 지경이다.
부모님이 곧 내 곁을 떠나신다고 생각하니 그때까지 변변한 성취도 없이 나이만 먹은 것이 못 견디게 괴롭고 후회스러웠다. 내 인생을 허비한 것보다 부모님이 자랑스러워할 만한 무엇 하나 보여드리지 못하고 이별을 하게 되는 상황이 너무나 슬펐다. 부모님께 해드린 게 아무것도 없는데 부모님은 그냥 내 존재 자체를 아무 조건 없이 사랑하고, 아끼셨다. 그나마 부모님이 남겨지지 않고 자식이 남게 되는 평범한 상황이라는 것이 다행스럽고 위안이 되었다.
며칠 전 영화채널에서 <늑대아이>를 보았다. 최근에 영화를 많이 보지 않기 때문에 이 애니메이션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찾아보니 <늑대소년>과 같은 해인 2012년 한 달 차이로 개봉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영화였다. 제목이 ‘늑대아이’니까 <늑대소년>과 비슷한 이야기인가 싶어서 그냥 안볼까 싶었지만 그저 그림체가 따뜻하고 예뻐서 홀린 듯 보기 시작했는데 영화가 진행될수록 내용의 깊이와 울림이 너무 컸다.
부모의 손을 빌리지 않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작고 연약한 어린아이가 어느새 성장하여 부모의 품을 떠나는 과정을 슬프지만 담담하고 아름답게 그려낸 이 영화는 이제 막 자식을 품에서 떠나보낸 부모 입장이거나 언젠가 부모 곁을 떠나 홀로서기를 한 자식 입장이었던 사람이라면 마지막 장면에서 엉엉 울지 않을 수 없을 큰 감동을 전한다.
“엄만 너한테 아직 아무것도 해준 게 없어.”
부모에게 자식은 그런 존재다. 주고, 또 주고, 모든 걸 주고도 해준 게 없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생전에 엄마도 내게 이 말씀을 자주 하셨다. “너희는 더 잘될 수 있었는데 부모가 뒷받침을 못해줘서… 미안해.” 울컥했지만 꾹 참으면서 보다가 마지막 엔딩곡 마지막 부분에 “부탁이야 잘 살아야 해.”라고 하는데 엄마와 이별하면서 “엄마가 원하는 사람이 될게. 걱정하지 마.”라고 약속했던 순간이 떠올라서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그렇게 약속하고 다짐했는데 나는 지금 엄마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고 있는 것 같지 않아서 너무 미안하고, 부끄럽다.
*메인 이미지 영화 <늑대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