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훈과 문성주
올드 야구팬들의 기억 속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 수많은 선수들 중에 빙그레 이글스의 장종훈 선수가 있다. 야구 유튜브 채널에서 한화팬을 대상으로 인물퀴즈를 하는데 장종훈을 모르는 장면을 보고 아.. 세월이 정말 많이 흘렀구나 실감했다. 장종훈(1968~)은 1986년 빙그레 이글스 연습생으로 입단해서 2005년 은퇴하기까지 통산 19 시즌 동안 340 홈런, 1771안타를 기록한 한화의 레전드이다.
그의 등번호였던 35번은 한화 이글스 최초의 영구결번으로 지정될 만큼 장종훈은 빛나는 업적을 남겼다. 한국 프로야구 한 시즌 최초 40 홈런 타자였으며 이승엽이 등장하기 전 홈런 타자의 대명사는 장종훈이었다. 장종훈은 기량도 뛰어난 선수였지만 야구팬들에게 진한 감동을 준 것은 고졸 연습생으로 빙그레 이글스에 입단한 선수라는 사실이다. 육성선수로 입단해서 스타로 발돋움한 선수는 김현수, 박해민, 서건창 정도를 제외하면 기억에 남는 선수가 없을 정도로 매우 드문 일이다.
그런데 훨씬 보수적이고 훈련환경도 열악했었던 1986년에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하고 연습생으로 입단해서 최초의 40 홈런, 통산 340 홈런, 타격 5관왕 등 수많은 기록을 세우며 최고의 타자로 올라선 장종훈은 “연습생 신화”의 대명사로 불리며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선수가 되었으니 그의 열정과 노력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이다.
그를 최고의 자리로 이끌었던 엄청난 연습량은 감히 따라 할 수도 없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하루에 6천 번 이상 배트를 휘두르는 타격연습으로 손바닥에 굳은살이 가득해서 이를 깎아내는 게 취미였다고 할 만큼 스스로를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연습을 감행했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훈련방법이 부족하던 시절 그의 혹사에 가까운 과도한 훈련은 이제는 따라 할 수도, 따라 해서도 안 되는 방법이지만 그 시절 보잘것없는 연습생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이었다고 이해할 만하다.
응원팀인 LG 트윈스에 장종훈을 떠올리게 하는 선수가 있다. 후반기 LG 트윈스가 상승곡선을 그릴 수 있는 활약을 하고 있는 문성주 선수는 2018년 2차 10라운드 97순위로 LG 트윈스에 입단했다. 2018년 프로야구에 합류한 100명의 선수 중 97등으로 입단했다는 뜻이다. 상위 순번으로 거액의 계약금을 받고 입단한 선수들도 프로 선수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해마다 100명씩 새로운 선수가 들어오는데 1군 주전에 들어간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수준으로 어려운 일이다.
연습생으로 프로에 들어와서 MLB까지 진출했던 김현수가 문성주는 좀 쉬어야 한다고 언급할 정도로 엄청난 연습과 훈련으로 1위 팀 트윈스의 주전 외야수로 자리매김했다. 문성주의 타격을 지켜보면 그가 얼마나 야구에 진심 어린 노력을 기울였는지 느낄 수 있어 볼 때마다 감동을 받는다.
스프링캠프 기간 후배 선수에게 했던 레전드 장종훈의 애정 어린 조언은 일개 야구팬의 마음에도 깊은 울림을 주었다. “좋은 성적을 올렸다고 해서 만족하면 슬럼프가 복수하듯이 찾아온다.”는 말은 한 시즌 반짝했다가 사라지는 선수들이 많은 야구뿐 아니라 모든 직업인들에게 귀감이 된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돌아보고 채워나가려고 노력하는 사람만이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메인 이미지 LG 트윈스 공식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