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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사해지기 쉬운 이유

다산 정약용의 간리론(奸吏論)

by Rosary

어느 때보다 간사(奸詐)함이 넘치는 세상이지만 “간사하다”는 표현은 예전보다 훨씬 덜 쓰는 것 같다. 언젠가부터 옳고 바른 것을 따르는 것은 미련한 것이고 자신의 이익과 필요에 따라 취하고 버리는 것이 영리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대세처럼 느껴진다. 정해진 원칙과 질서를 지키는 성실한 사람이 바보가 되고, 규칙을 깨뜨리고 편법을 저지르는 사기꾼이 득세하는 세상에 어떤 희망이 있을까.


다산 정약용은 사람의 마음속에서 “간사함”이 살아나는 게 얼마나 쉽고 흔한 일임을 간리론(奸吏論)에서 설파한 바 있다.


간사함이 일어나는 까닭은 쉽게 다 꼽을 수가 없다.

무릇 직책은 보잘것없는데 재주가 넘치면 간사해진다.

지위는 낮은데 아는 것이 많으면 간사해진다.

노력은 조금 들였는데 효과가 신속하면 간사해진다.

나는 홀로 능히 오래 있는데 나를 감독하는 사람이 자주 바뀌면 간사해진다.

나를 감독하는 사람 또한 반드시 바름에서 나온 것이 아니면 간사해진다.

아랫사람의 무리가 많은데도 윗사람이 혼자 어두우면 간사해진다.

나를 미워하는 자가 나보다 약한지라 이를 두려워해서 고발하지 못하면 간사해진다.

내가 꺼리는 자가 모두 범한 것을 서로 붙들어 고발하지 않으면 간사해진다.

형벌에 원칙이 없고 염치가 확립되지 않으면 간사해진다.

어떤 이는 간사해서 망하고, 어떤 이는 간사해도 망하지 않으며, 어떤 이는 꼭 간사한 것은 아니었는데도 간사하다 하여 망하게 되면 간사해진다.

간사함이 일어나기 쉬운 것이 이와 같다. 『다산어록청상_정민』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통치자는 백성을 위하는 일을 할 때만 존재이유가 있다_목위민유 牧爲民有_고 강조했다. 또한 “통치자가 밝지 못한 이유는 백성들이 제 몸 이롭게 하는 데만 꾀가 많아 자신들이 당하는 고질적인 폐단을 통치자에게 항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불이익을 무릅쓰고 통치자에게 항의하는 것은 크게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하면서 힘이 약한 백성들이라도 불의에 맞서 투쟁하면 이기지 못할 싸움이 없다고 주장했다. 『조선의 의인들_박석무』

_3서.jpg 다산의 3대 저서 목민심서, 흠흠신서, 경세유표

죄를 지어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다면 법이 우스워지고 무법천지가 횡행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간사함을 경계하고 엄격하게 징치(懲治)하는 것은 정치인과 법률가들에게만 전가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 스스로 감시하고 참여하는 노력이 따라야 함을 잊지 말아야겠다.


*메인 이미지. 정약용 생가와 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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