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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2일 야구의 신이 선택한 팀

6668587667과 5886899678이 펼친 한국 시리즈

by Rosary

한국시리즈에서 LG 트윈스가 한화 이글스를 4 : 1로 꺾고 2023년 이후 2년 만에 통합우승을 차지하면서 2025년 KBO 프로야구도 막을 내렸다. 정규시즌 144경기와 포스트시즌 5경기까지 마치고 LG 트윈스의 야구는 내년 봄을 기약하게 되었다. 2025년 시즌 시작할 즈음 야구 전문가들은 KIA 타이거즈를 압도적 1강으로 꼽았고, LG 트윈스는 2~3위권, 한화 이글스는 5강 싸움은 가능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정규시즌을 마친 후 전년도 성적과 드라마틱하게 대비된 성적은 우승팀이었던 KIA 타이거즈가 8위로 추락했고, 8위였던 한화 이글스가 2위로 수직상승했다. 7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했던 LG 트윈스가 1위에 오른 것은 상대적으로 두드러진 성과로 보이지 않았다.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는 팬들만 아는 비밀번호를 가지고 있는 팀이다.


LG 트윈스는 2003년부터 2012년까지 무려 10년 동안 하위권에 머물면서 6668587667이란 비밀번호를 기록했다. 10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했던 2013년을 기점으로 LG 트윈스는 팀 체질 개선에 성공하며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는 동안 한화 이글스는 2008년부터 2017년까지 5886899678이라는 비밀번호를 만들고 말았다. 2018년 깜짝 3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2019년 9위,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연속 최하위, 2023년 9위, 2024년 8위에 머물면서 다시 침체기를 맞이했다.


그랬던 두 팀이 2025년 한국시리즈 매치업으로 확정되다니, 보면서도 믿어지지 않았고, 역시 야구는 오래 볼 일이다 싶었다. 올해 8월 초까지만 해도 3위를 견고하게 지켰던 롯데 자이언츠였기에 1999년 한국시리즈 진출팀이었던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매치업도 예측할 만큼 LG 트윈스와 함께 비밀번호를 보유한 세 팀의 가을야구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였다. 8월 이후 롯데 자이언츠가 믿을 수 없는 12연패를 시작으로 연패를 이어가면서 하위권으로 처졌고, 최종 7위에 머물면서 롯데팬들의 한숨이 깊어졌다.


올시즌 기분 좋은 연승으로 시작했지만 우승까지 해낼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기에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선전을 지켜보면서 90년대 우승팀들이 다시 우승하길 응원한 적도 있다. 송승기라는 견고한 2002년생 좌완선발이 하늘에서 뚝 떨어져서 환호했지만, 창기 트윈스의 홍창기가 5월 13일 불의의 부상으로 이탈해서 9월 13일에 돌아왔으니 4개월 동안 부동의 리드오프 없이 시즌을 치르게 되었다. 그러나, 공수겸장으로 업그레이드된 신민재의 활약으로 홍창기의 부재를 잊을 수 있었고, 팀 내야진이 삐걱댈 때마다 유격수, 2루수, 3루수로 나서 빛나는 수비를 보여준 구본혁이 있어 견고함이 더해졌다.


7월 22일 광주 챔피언스필드에서 펼쳐진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 9회 초 박해민의 쓰리런 동점홈런이 터지면서 LG 트윈스는 우승을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는 팀이 되었다.


이제는 진부한 수식어가 되어버린 “신바람 야구”의 느낌을 제대로 살린 12 연속 위닝 시리즈를 기록하며 LG 트윈스는 한화 이글스의 돌풍을 잠재우며 1위를 탈환하였고, 시즌 막판 부진할 때는 삼성 라이온즈, KT 위즈, SSG 랜더스, 두산 베어스 등이 경쟁팀인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바람에 LG 트윈스의 정규시즌 1위를 굳히게 되었다.


90년대 초반 LG 트윈스의 감독으로 취임하여 1994년 투수분업과 자율야구를 선보이며 압도적인 성적으로 우승을 차지했던 이광환 감독은 올드팬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이름이다. 올시즌 개막전이었던 3월 22일 잠실에서 시구하는 모습을 보고 반가웠던 기억이 생생한데 7월 2일 갑자기 부고가 전해져서 황망했다. 올시즌 우승으로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셨으면 얼마나 기뻐하셨을까 싶어 서글펐다.


2025년의 야구는 끝이 났고, 스토브리그와 함께 기나긴 겨울을 보내고 나서야 다시 야구의 계절이 돌아온다. 2026년은 잠실 야구장에서의 마지막 시즌이 될 예정이다. 2027년부터 2031년까지 임시구장에서 시즌을 치르고 2032년 잠실돔 시대가 열린다. 최신식 야구장들이 속속 개장했지만 특유의 광활한 개방감은 따라올 수 없는 잠실 야구장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니 아쉽기만 하다. 잠실에서의 마지막 시즌이 될 2026년 또 어떤 드라마가 펼쳐질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메인 이미지. LG 트윈스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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