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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llus Jun 02. 2024

나 홀로 이탈리아 여행기_18

20240426 - 20240508

5월 5일. 매달 첫 번째 일요일은 콜로세움 및 포로로마노 등의 관광지의 입장료가 무료다. 네이버에서 후기들을 찾아 읽어보니 오픈런해도 한두 시간은 기다린다더라, 하는 무시무시한 글만 적혀 있었다. 콜로세움은 처음 방문했을 때도 너무나 재미없었기에  오후에 웨이팅이 길지 않으면 포로 로마노나 다시 한번 가봐야겠다 생각했다. 



오늘 아침도 조식을 야무지게 챙겨 먹었다. 호텔 레스토랑 직원은 나를 보자마자 바로 "카푸치노?" 하고 묻는다. 예쓰! 하니까 미소를 한껏 띤 얼굴로 카푸치노와 디저트를 갖다 준다. 



이제까지 이탈리아에 와서 카놀리를 먹어본 적이 없었기에 카놀리 맛집을 검색해서 찾았다. 카놀리가 시칠리아의 디저트인지 주로 시칠리아 간판을 달고 있는 식당들에서 카놀리를 팔았다. 나는 바티칸 근처에 있는 La Cannoleria Siciliana로 향했다. 주로 현지인들이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떠나거나 야외 테라스에 앉아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점원들도 썩 친절하지는 않았다. 



피스타치오 카놀리와 또 카푸치노 한 잔을 시켰다. 호텔에서 마시는 카푸치노도 맛있다 생각했는데 웬걸, 이 가게의 카푸치노는 더 맛있다. 역시 이탈리아는 커피 레벨이 다르구나 새삼 감탄했다. 중요한 건 카놀리가 그다지 입맛에 맞지 않았던 것이다. 단 것에 환장하는 나인데도 느끼하고 속이 울렁거렸다. 커스터드 크림 계열이었으면 맛있게 먹었을지도 모르겠다. 양 사이드의 피스타치오 가루가 잔뜩 묻은 부분만 좀 베어 먹고는 일어섰다.



가게에서 바티칸 쪽으로 걸어갔다. 바티칸 역시 예전에 두 번 방문했었기에 이번엔 성 베드로 대성당이나 멀리서 한 번 보고 갈 생각이었다. 성 베드로 성당에 들어가는 줄이 얼핏 봐도 어마어마하게 길었다. 



그리고 우연히 마주하게 된 것이 이 광경이다. 어느 창문에서인지 몰라도 교황이 실시간으로 연설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요일이라 미사를 보고 있었던 걸까? 천주교에 대해서 무지해서 잘 모르겠다. 안쪽 구역은 관광객들이 못 들어가게 막고 있었던 걸 보면 미사였을 것도 같다. 그때의 감상을 솔직히 말하자면 오, 교황이다. 내가 실제로 교황을 보다니! 근데 라틴어 미사가 아니네? 였다. 거의 끝물쯤에 도착했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 연설이 끝나고 사람들이 박수를 친다.



연설이 끝나자 악대가 나와 행진한다. 노리고 있었던 것도 아닌데 이렇게 한 종교의 수장을 우연히 보게 되어 타이밍이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점심을 먹으러 걸어 간다. 



저 다리 너머 산탄젤로성 Castel Sant'Angelo이 보인다. 강물이 썩 깨끗해 보이지는 않지만 화창한 하늘 덕에 모든 것이 눈부셔 보이는 효과가 있다. 



오늘 점심을 먹을 곳은 나보나 광장 근처에 있는 Saltimbocca ristorante. 역시나 가이드님이 추천해 준 식당 중 하나다. 일요일 점심이라 그런지 만석이었다. 예약을 안 했다고 하자 25분 정도 기다릴 수도 있다길래 오케이! 하고 흔쾌히 대답했다. 친절한 스태프는 안의 카운터 석에서 앉아서 기다리라고 했고 약 10분 정도 지났을 때 바로 야외의 자리를 안내해 주었다. 나는 논 알코올 모히또, 그리고 얇게 썬 소고기와 루꼴라와 그라나 치즈 요리 Straccetti di manzo con rucola e grana를 시켰다. 



그라나 치즈와 루꼴라 밑에 양념된 소고기가 있는 요리였다. 개인적인 감상으론 소고기의 맛은 평범했다. 식사를 다 마치고 나니 입가심으로 술 한 잔을 준다. 공짜면 양잿물이라도 삼켜야 하기에 알쓰인 나는 또 쭈욱 들이켰다. 25.5유로의 점심 식사를 끝마치고 나는 포로 로마노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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