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붕어만세 Jul 06. 2024

결초보은 | 結草報恩

아빠가 들려주는 사자성어 이야기



풀(草)을 묶어서(結) 은혜(恩)를 갚는다(報)는 뜻입니다. 잡초라도 뽑아서 농사에 도움을 준다면 또 모를까, 풀을 묶어서 어떻게 은혜를 갚나 싶죠?


진(晉) 나라의 장수 위과는 진(秦) 나라의 장수 두회와 싸우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두회가 워낙 용맹하고 사나워 위과는 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차라리 군대를 물려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두회의 말이 비틀대더니 넘어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적장이 말에서 떨어진 것을 본 위과의 군사들은 득달같이 달려들어 두회를 사로잡아 버렸죠.


두회가 넘어진 장소에 직접 가 본 위과는 긴 풀들이 서로 묶여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누군가 풀을 묶어 두회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었습니다.

그런 거 함부로 묶고 그러시면 안 돼요..

에헴. 잘난 척을 위한 한 걸음 더..

진나라의 대신 위주에게는 평소에 아끼던 젊은 첩이 있었습니다. 위주는 평소 자신이 죽더라도 첩은 순장하지 말고 재가를 보내라고 말해왔으나, 정작 죽음에 이르러서는 첩을 함께 순장해 달라는 유언을 남깁니다. 고민하던 아들 위과는 아버지가 평소에 말해왔던 뜻에 따라, 약간의 재물과 함께 첩을 친정으로 돌려보내 재가를 도왔습니다.


훗날, 진(秦) 나라와 싸우게 된 위과는 적을 맞으러 나섰습니다. 이때 진나라의 장수는 두회라고 하는 맹장이었는데, '맨손으로 호랑이를 잡는다'고 할 만큼 사나운 장수였습니다. 위과의 군사들은 두회를 당해내지 못해, 싸울 때마다 쫓겨 오곤 했습니다. 연전연패하던 위과는 싸움에 이길 방법을 고민하다가 깜빡 잠이 들었는데, 잠결에 "청초파(靑草坡)"라고 속삭이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다음날, 근처에 청초파라는 언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위과는 이상하다 여기면서도 청초파를 싸움터로 정하고 진나라 군대를 기다렸습니다. 두회는 오늘도 거리낌 없이 위과의 군대를 공격했으나, 갑자기 말이 넘어지는 바람에 낙마하고 맙니다. 이것을 본 위과의 군사들은 즉시 달려들어 두회를 사로잡았고, 위과는 영문도 모른 채 싸움에 이기게 되었습니다.


그날 밤, 위과의 꿈에 한 노인이 나타났습니다. 노인은 '자신의 딸을 순장하지 않고, 살려서 보내 주어 감사하다'라는 인사를 전하며, 자신은 위주의 첩이었던 여인의 아버지로, 딸을 살려 준 보답으로 풀을 묶어 두회의 말이 넘어지게 했다고 밝힙니다. 이 이야기에서 죽은 뒤에도 은혜를 갚는다는 고사성어, 결초보은이 나왔습니다.







첩으로 보낸 것도 미안해 죽겠구만..


* 순장 : 옛날에는 권세 있는 사람이 죽었을 때 신하들과 여인들을 죽여서 함께 묻는 악습이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순장을 근절하기 위해 노력한 끝에 현재는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서 사라졌습니다.


FIN.








작가의 이전글 아. 왤케 먹고살기가 힘들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