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들려주는 사자성어 이야기
자신의 뼈(骸骨)를 돌려줄(賜) 것을 바라다(願). 왕이 나라를 다스리던 시절에는, 벼슬을 그만두고 싶어도 왕의 허락이 있어야 그만 들 수 있었습니다. 이때 은퇴를 청하며 쓰는 표현이 원사해골입니다. 그러나 처음 원사해골이 쓰였을 때는 허락을 바란다기 보다 원망의 의미가 더 컸습니다.
초한전이 한창이던 때, 한나라의 이간질에 낚인 항우는 자신의 오른팔인 범증을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항우의 성공에 모든 것을 다 걸었던 범증은 이런 항우의 모습에 크게 실망했고, 항우를 떠날 결심을 하며 자신의 뼈를 되돌려 달라고 청했습니다. 그동안 몸과 마음은 항우를 위해 다 써 버렸으니 남은 해골이라도 돌려 달라는 의미였습니다.
에헴. 잘난 척을 위한 한 걸음 더..
항우가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수도인 팽성을 비우자, 유방은 무려 56만의 군사를 모아 팽성을 쳤습니다. 팽성이 떨어졌다는 소식을 들은 항우는 급히 3만의 병사만 이끌고 되돌아와 유방의 본진을 쳐버렸습니다. 유방은 동원한 군사의 반이 넘는 30만을 잃고, 역으로 형양에 갇혀 버립니다. 게다가 형양마저 곧 떨어질 위기에 처하자, 부랴부랴 항우에게 휴전을 청했습니다.
범증은 유방의 휴전 제안을 결사 반대했습니다. 다 이긴 판에 휴전은 어림도 없는 일입니다. 그러자 한나라는 유치하다 싶을 만큼 간단한 방법으로 항우와 범증을 이간질합니다. 항우의 사자가 한나라의 진지를 찾아오자 진수성찬을 내놓은 다음, 범증의 사자인 것으로 착각했다며 상을 걷어 버린 것입니다. 항우의 사자는 진수성찬 대신, 허름한 상을 다시 받았고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항우는 범증이 유방에게 넘어간 것이 아닐까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범증은 자신을 의심하는 항우를 보며, 머지않아 초나라가 패망할 것을 내다보았습니다. 범증은 자신에게 남은 것은 뼈뿐이니, 뼈라도 돌려 달라 청하고 항우를 떠납니다.
"천하의 주인은 이미 결정 났으니, 군왕께서는 앞으로의 일은 스스로 결정하시고, 저에게는 뼈라도 돌려주시어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팽성으로 돌아가던 범증은 분노와 절망감에 괴로워하다 길 위에서 숨을 거두고 맙니다.
덧 1) 걸해골 (乞骸骨)로도 많이 사용합니다.
덧 2) 뼈 "해"의 소전체를 못 찾았습니다. 뼈 골(骨)에 돼지 해(亥)가 붙은 글자이니, 아마도.. 저렇게 쓰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