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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리인 Jan 05. 2021

나는 왜 축구를 봤을까.

문득 든 새로운 생각에 왜라는 단어를 던졌다.

 이전으로 돌아가 난 2005-06 시즌의 박지성의 맨유 입단과 동시에 축구를 보진 않았다. 아버지의 새벽바람부터 일어나 축구를 보셨던 탓에 나도 중간에 일어나 같이 축구를 본 기억은 뚜렷하게 난다. 그리고 당시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던 딕 아드보카트 감독과 함께 사진을 찍었는데, 작은 이유일지라도 축구에 더 관심이 갔었던 것 같다.

2006년 호텔 로비서 만날 수 있었던 아드보카트

 그 이후 2006 독일 월드컵을 계기로 꾸준히 축구를 보기 시작했다. 같은 조의 토고의 아데바요르가 아스날에서 있는지, 프랑스의 지단과 앙리가 엄청 잘하는 선수인지 등등. 당대 또래들과 다르게 난 축구를 좋아했다.


 사실 여러 나라에 관심이 많았다. 7살 유치원 때엔 세계 국기 백과사전의 빳빳하고 샛노란 표지 구석이 검게 변하고 칠이 벗겨질 만큼 봤다. 당시 책에 쓰여 있던 인구, 국기, 도시, 위치까지 달달 기억한다. 당시 첫 페이지는 아시아의 그루지야 였던 걸로 기억한다. 현재는 조지아라고 하지만 책에서는 그루지야라고 표기 되어있었다. 국기 또한 현재와 다르게 붉은 바탕에 흑백의 직사각형이 있었던 걸로 처음 접했다.


 이 탓일까. 다른 국가에서 뛰고 있으며 여러 나라 국기들이 한데 뒤엉켜 축구를 하는 것이 재밌었다. 사실 축구의 플레이 적 재미보단, 선수들의 국가를 보는 것이 재미있었던 것 같다. 06-07 시즌 드록바가 몇 골인지, 첼시의 순위는 어떻게 되는지 정말 사람 보는 맛에 축구를 봤다 해도 안 이상할 지경이었다.


 축구에 있어 대한민국은 ‘FC 코리아’라고도 부르긴 한다. 그만큼 국가대표 경기엔 완전히 몰입해서 시청하지만 각자 평소 축구를 챙겨보진 않아서 그런 특징을 말하는 듯하다. 우리 아버지도 사실상 그래왔었고 난 축구의 시작점이 달랐기에 지금까지 챙겨보고 있지 않을까 싶다.

©️SPOTV vs리버풀, 박지성의 역전골

 그러고 주말마다 챙겨봤던 박지성의 선발 소식은 축구를 보던 와중에 잠에 들기도 했고 잠에서 깨기도 했다. 아스날전 이마에만 맞추던 헤더 골, 리버풀전 다이빙 헤더는 정말 전율과 함께 소리를 질렀던 기억도 생생하다. 그때 졸고 있던 아버지를 소리로 깨웠었다. 


 박지성의 부상과 더불어 아버지와 함께 축구를 즐기는 시간은 줄어들었다. 그 대신 네이버 해외 축구 기사란에 있는 팀, 개인 순위만 달달 봤다. 아직도 기억나는 것이 어느 주말 아침 아버지와 함께 사우나를 갔을 때 옆에 있는 아저씨랑 축구 이야기를 하는데, 나도 같이 이야길 나누고 첼시에 드록바가 몇 골이니 램파드가 어쩌니 등등 이야기를 하던 것이 아직도 생각난다. 정확한 지식은 아니었지만 다른 초등학생들이 말하는 내용은 아니었다.


 이후 축구를 나도 FC 코리아처럼 봤던 것 같다. 사실 그 중간엔 야구가 너무 재밌었다. 제리 로이스터의 롯데, 공격야구 계속해서 터지는 타선. 정말 재밌었다. (지금은 축구 야구 다 챙겨보지만, 시즌 순위에 따라 아쉬움은 언제나 따라왔다)


 축구라는 플레이보단 사람은 보는 맛에 본 축구는 생각보단 달았다. 질리지 않는 단맛은 끊임없이 입에 물고 있었는데 잠시 빼더라도 다시 생각나서 지금까지도 물고 있는 것 같다. 보는 사람은 그대로인데 뛰는 선수는 계속해서 바뀌고 그들이 다시 돌아오면 열망하고 그런 모습에서 난 새로운 행복들을 꾸준히 맛보는 듯하다. 다른 스트레스들이 축구로 풀리니 결과론적으로는 긍정적이라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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