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자발적 혼자놀기 레퍼런스_prologue
'혼자가 편해요' 라고 자주 말한다. 혼자 일 수가 없어 누군가와 이런 저런 자리를 갖게 되면 주변인이 유독 없는 나의 인간관계를 쓸쓸함으로 받아 들일까봐 미리 이야기해 준다. 핸드폰에는 약 1,000개의 전화번호가 저장되어 있지만 밥벌이 사회생활의 피로 지수 같은 거고 차일 피일 정리를 미루다 20년이 다 되어 가는 전화 번호도 있을 뿐이다. 그 와중에 몇 몇은 나의 혼자 놀기에 관심을 주면 은둔자의 후드를 벗고 약장수로 변신한다. 물론 처음에는 나란 인간의 목차 같은 느낌으로 혼자 노는 아이템들을 주섬 주섬 꺼내 놓는다.
어려서부터 대인관계는 서툴렀다. 어른들 앞에서는 지나치게 예의가 바른 아이였지만 이상하게 친구들과 놀때는 유독 아집을 부리는, 남의 사정 같은건 잘 못 알아채는 편이였다. 어쩌다 보니 책은 좀 많이 읽어서 대화중에 티를 내면 잘난척 한다고 싫어하는 아이들도 많았다. 돌아서서 혼잣말로 '재수 없는 놈'이라고 내뱉게 되는, 그게 나였다. 몇몇에게 친해지려고 건넨 말은 스킨쉽을 유발하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혼자 놀게 되는 반복의 연속이라는게 40대 중반에 내린 결론이다.
그런데 또 웃긴건 손위 사람들과는 제법 잘 지낸다는 것이다. 일단 존댓말이라던지 태도의 깍듯함은 대가족 틈새에서 맏이로 자란 스탠스의 도움을 많이 받기 마련이다. '어른을 보면 인사부터 해야지'를 20년 넘게 쯤 듣게 누구라도 그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나도 사람이 좋다. 다만 내 속에 들어 앉아 있는 사람이 있을 거라는 희망은 문제였다. 목적성 없는 호혜성 따윈 없을건데 그 가죽을 쓰고 사람을 만나니 잘 안될 수 밖에. 나랑 친하게 지내자는 것을 전제로 잘해주다 보니 서로의 기대에 못 미치기 마련이였다. 그래놓고 어디서 읽은 건 있어가지고 대가를 바라고 잘해주지 않는다며 그 사람들이 받아야 할 나의 호의에 대한 부채감을 줄여 놓고는 실망감을 감추고 돌아 앉기가 다반사였다.
시간을 보내면서 '혼자'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여기 저기 많은 취미들이 생겼다. 심지어 친구가 되었다. 함께 하면 좋았을 것을 혼자하는 세월이 깊어 지고 추억으로 보정 되면서 포장 되기도 한다. 그렇게 사람이 아닌 것들이 사람보다 더 위로를 주기 시작했다. 사실 가끔 글을 쓰는 이유도 혼자 쓰고 걔중 잘 나온글을 혼자 읽으며 자뻑에 취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천천히 내 안을 걸으면서 친구들을 만나봐야 겠다. 담담히 그리고 솔직하게. 돈을 벌기 위해 배운 혀끝과 치장은 좀 넣어두고. 꼭 그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