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배운다- 글쓰기 동아리 '하늘'
이우와 함께 학교 운동장을 걷다가 올려 다 본 하늘에는 비행기가 어딘가로 가고 있었다.
한두 바퀴를 돌고 나서 또 묻는다.
"아빠! 저건 뭐야?"
"밤하늘에 반짝이는 건 별이야. 그런데 오늘 같이 흐린 날에도 반짝이는 건 인공위성일지도 몰라. 뭐든 하늘에 떠 있는 건 우리가 상상할 수 있으니 뭐라고 생각하니?"
"별이 세 개가 움직이는데."
"저건 비행기야."
이상하다. 비행기가 저렇게 낮게 떠 있고 대구 상공을 도는 듯한 느낌이다. 그 위로 또 다른 비행기가 돌고 있는 듯하다. 대구공항에 착륙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건가 보다.
"아마. 비행기가 착륙하려고 기다리고 있는 중일 거야. 가만히 있을 수 없으니 뱅글뱅글 도는 중인가 보다."
"그래. 그럼 아기들이 울겠네. 나처럼."
"기억나. 이우도 어릴 때 비행기 안에서 울었던 적 있었지."
"아니, 아빠가 얘기해 줘서 알았어."
"그래. 비행기 안에서 우는 아기가 있는지 무슨 일이 있는지 보러 가볼래."
"어떻게?"
"아빠 따라 해 봐. 그럼 아빠랑 같이 볼 수 있으니까?"
붉은색 트랙 위에 흰색 줄이 쭉 그어져 있다. 눈을 감고 양팔을 벌려 천천히 흰색 줄 위를 걷는다. 계속 걷다 보면 내 몸은 둥실하니 떠 오르고 내 발은 허공을 휘젓는다. 내가 날 수 있는 걸 알게 된 건 2025년 1월의 어느 날이었다. 겨울의 매서운 차가운 날씨에도 땀이 흘러내릴 정도로 운동장을 달리고 난 후였다. 물 한 모금 마시고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보고 있었다. 하늘에 별이 유난히 선명히 보이길래 한 참을 멍하니 보고 있다가 눈을 감았다. 어지러워 중심을 잡기 위해 다리에 힘을 주고 허리를 세우려고 했는데 힘이 들어가지 않고 나는 쓰러졌다. 바닥에 부딪치지 않았고 내 다리가 내 눈에 보였다. 내가 떠 있는 건가 싶었는데 진짜 떠 있는 것이었다. 팔을 휘저어 근처에 있던 조회대의 기둥을 잡고 간신히 버티다가 내려왔다. 무서웠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거지. 신기하기도 했지만 무서웠다. 기둥을 감싸 안고 있는 팔을 뗄 수가 없었다. 땀이 식어 차가운 공기에 살이 어는 듯해서 발을 살짝 바닥에 디뎌봤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고 걸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어 천천히 일어섰다. 기둥을 붙잡은 채로 엉거주춤 일어선 후 한 숨을 내 쉬며 한 발을 내 디디며 걸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 집으로 돌아왔다. 오면서 내내 다시 떠 오르는 건 아닐까 싶어 조마조마한 마음에 불안하기만 할 뿐이었다.
"하얀 선이 보이지. 눈을 감기 전 쭉 뻗은 하얀 선을 머릿속에 그려놔. 그리고 눈을 감고 팔을 활짝 벌리고 천천히 걸어봐."
"계속 걸어?"
"응, 계속 걸어. 걷다 보면 날 수 있을 거야?"
둥실 떠 오르면 눈을 뜨고 이우가 걷는 모습을 지켜봤다. 나는 처음 떠 오른 후 매일 밤마다 조깅하러 나가 땀 흘릴 만큼 흘리고 나는 연습을 했다. 어색함도 사라지고 불안감도 사그라질 때 나는 자유자재로 날 수 있었다. 빠르진 않지만 비눗방울처럼 둥실둥실 거리며 떠 오를 수 있었다. 그리고 방향 전환도 가능하게 된 후부터 대구의 이곳저곳을 구경 다녔다. 혹시나 들킬까 봐 아주 높이 올라가서 움직이고 내려왔다. 아직은 아무도 날 본 사람은 없는 듯하다. 이우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내 등으로 업었다. 공원이든 놀이터든 혼자 열심히 돌아다니다 항상 집에 갈 때쯤이면 힘들다고 주저앉는 이우를 업어주 듯 등에 태워 하늘을 날았다.
"눈 떠봐 이우야!"
"아빠! 진짜야?"
"아빠! 왜 이래. 무서워!"
"아빠! 내려줘."
놀란 이우를 내려주고 진정시켰다. 한참을 설명하고 다시 한번 날아보자고 설득한 후 다시 날아올랐다.
"아빠! 신기해."
"아빠! 어디까지 갈 수 있어?"
"아빠! 저 비행기 보러 가자."
비행기가 떠 오른 높이까지 가 본 적은 없지만 한 번 가 보고 싶었다. 이우의 외침에 슈퍼맨이 된 듯 팔을 쭉 뻗어 하늘로 올라가는 자세를 취했지만 아주 둥실둥실 둥둥둥 거리며 천천히 올라가고 있었다.
"아빠! 빨리 못 가?"
"이게 최고인가 봐."
"아빠! 그래도 재밌어."
더 이상 비행기는 공항에 착륙했는지 볼 수 없었지만 밤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는 도시의 불빛은 그저 경이로울 뿐이었다. 한참을 보고 있다 내려오니 이우는 잠들었고 운동장에 잠시 내려놓고 이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빠가 더 오래 이우랑 놀아주지 못해서 미안해."
"그리고 언니랑 사이좋게 잘 지내야 해."
"언제나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스스로 결정하며 살아가길 바라."
2025년 1월의 어느 날.
학교 운동장에서 심장마비로 죽은 40대 남성은 반바지와 반팔운동복을 입고 있었으며 슬하에 두 딸이 있었다고 합니다.
짧은 뉴스 기사를 보며 내가 죽었다는 걸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