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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텔메이커 체크인 Jul 30. 2020

호텔 조식이 질리기 시작했다

호텔 조식에 대한 또 다른 생각


호텔을 세우겠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호텔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관찰하고 있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안다고, 이곳저곳 가봐야 뭐가 좋고 나쁜지를 아주 명확하게 체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호텔들을 다니다보니 자연스럽게(?!) 호텔 음식을

자주 접하게 되었다. 정말 의도치 않게 말이다.


사비 털어 호텔을 가는 만큼 지갑 사정이 넉넉치 않기 때문에 호텔 레스토랑만 단독으로 이용하진 않고 호텔을 예약할 당시 '패키지'로 묶어서 나름 알뜰하게 결제하곤 했다.


호텔을 돌아다니던 초창기엔 호텔 레스토랑 그리고 뷔페에서 저녁 혹은 조식을 먹는 게 너무 색다른 경험이었고 정말 메뉴 하나씩 다 먹어보겠다는 굳은 다짐이 있었다.


마냥 신날 수밖에 없다. 아니 내가 언제 셰프님들의 손에서 탄생한 음식을 영접할 수 있을까.

지금이 기회다! 생각했다.


그렇게 50군데 넘는 호텔들을 부지런하게 돌아다니며 의도치 않게 다양한 호텔 음식을 접하게 되었다. 이 호텔의 뷔페, 저 호텔의 레스토랑 등등.


그러다 하루는 조식에 대해 심도깊은(?!)

생각을 하게 된다.




#MADE IN KOREA


하루는 호텔을 예약하는데 프로모션이라며 조식을 껴주는 것이 있었다.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 조식...'


'조식을 같이 껴주는데 좋은 거 아니냐?'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저런 반응이 나온 이유가 있었다.

대부분의 호텔 조식은 뷔페식으로 이뤄진다. 물론 현재 코로나 19 때문에 단일 메뉴로 제공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게는 그렇다.


그리고 놀랍게도 호텔 뷔페들의 음식 종류는 비슷하다. 롯데 이그제큐티브, 시그니엘, 포시즌스, 그랜드 워커힐, 그랜드 하얏트 등등 이름만 들어도 알아주는 호텔 브랜드들의 뷔페 스타일부터 음식 종류까지 묘하게 비슷하다.


(좌) 시그니엘 부산 / (우) 그랜드 하얏트 서울
(좌) 르메르디앙 / (우) 네스트


대부분 서양식부터 일본, 중식 그리고 한식까지 정말 다양한 음식들이 준비되어 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더욱 재밌다. 항상 어느 호텔을 가던 '쌀국수'는 항상 있으며 '딤섬'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전복죽, 미역국 그리고 빵 종류는 물론이거니와 커피와 생과일 주스들까지. 비슷하다.


어떤 한 초대형 호텔 조식 제작 업체 한 곳이 여러 군데 호텔에 납품하나?라는 기괴한 상상도 해봤다.


(좌) 해비치 / (우) 롯데 이그제큐티브


물론 처음엔 좋았다.

저녁 혹은 조식을 고급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들뜨기도 했었다. 뭔가 평일에 고생한 나를 위한 소소한 선물 같기도 했으며 열심히 일했으니 주말만큼은 좋은 곳에서 좋은 음식을 먹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셰프님들의 손을 거쳐

태어난 음식들은 확실히 다르다.


맛을 오히려 더욱 느끼고 싶어 진다. 면치기를 기가 막히게 해서 라면 1개를 몇 젓가락에 끝내버리는 나마저 빨리 먹기보단 천천히 여러 번 씹게 된다.


그래서 미식가분들이 음식의 맛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 눈을 감고 모든 감각을 미각에 집중하는 이유도 아주 조금은 알 듯하다.


(좌) 포시즌스 서울 / (우) 안다즈 강남


그래서 처음 호텔 뷔페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을 땐 평소에 먹지 못하는 음식들 위주로 접시에 옮겨 담아왔다.


또한 조식 혹은 저녁의 비용을 생각하면 '뽕을 뽑겠다'는 심리 때문인지 괜히 하나라도 더 먹게 된다.


그렇게 뱃속을 한 가득 채워 객실로 돌아간 탓인지 항상 호텔에 갈 때마다 너무 배가 불렀다.

체크아웃을 하고 집에 돌아와선 결국 아무것도 먹지 않고 튀어나온 배를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느라 정신이 없었다.


속이 더부룩한 날도 있고 맛있는 음식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쾌적하지 않은 날도 있었다.


왜 그럴까.

아마 너무 아침부터 다채로운 메뉴를 목 뒤로 넘겨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항상 이렇게 많이... 다채롭게...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다 보니 슬슬 노하우가 생기기 시작했다. 저녁 뷔페를 가게 되면 각 호텔 레스토랑마다 사람들이 자주 먹어 보는 음식, 즉 시그니쳐들이 있었다.


그런 핵심적인 것만 접해도 사실 충분히 배가 차기도 한다. 또한 저녁이던 조식 뷔페던 여러 호텔을 돌아다니다 보니 '결국 호텔 뷔페도 뷔페'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정말 먹고 싶은 것만 접시에 옮겨 담으며 욕심부리지 않게 되었다.


이를테면 조식 먹으러 뷔페로 내려가면 육류, 어류, 시리얼, 빵 이렇게 정체불명의 아침을 챙겨 먹었다면 이젠 샐러드와 약간의 과일 그리고 시리얼과 주스 이런 식으로 만 먹고 끝내버린다.


이렇게 먹다가 정 부족하면 죽이나 쌀국수를 퍼오는 정도.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이젠 호텔을 관찰하러 매주 1-2번씩 가는 처지이다 보니 호텔 조식이 물리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조식 뷔페'가 물리는 일이 발생했다.


마치 파리로 여행 가서 파스타랑 와인을 매일같이 먹다 보면 김치와 육개장 컵라면이 자꾸 떠오르는 것처럼 아무리 음식이 서양식이어도 나의 위장은

MADE IN KOREA이다. 이건 어쩔 수 없다.


호텔 조식으로 맑은 순두부찌개 제공한

핸드 픽트 호텔이 떠오른다.


핸드픽트 호텔은 매일 아침 조식이 바뀌며 단일 메뉴로 제공이 된다. 이들은 '서울 생활'에 집착하는 호텔인 만큼 조식 또한 집에서 차려먹는 아침의 경험을 제대로 시켜준다.


5성급 호텔들의 화려한 조식 뷔페보다 핸드픽트 호텔의 맑은 순두부찌개 한 그릇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오히려 소박하게 차려진 한 상이 더욱 특별하게 와 닿았을지도 모르겠다.


아침부터 개운하며 왠지 이 날 하루는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았다.


핸드픽트 호텔 조식




#한식 러버의 고충


우리가 언제부터 아침에 일어나 오믈렛에 빵 그리고 커피를 즐겼을까.


점점 빠르게 휙휙 돌아가는 도시의 속도에 맞추기 위해선 나를 비롯한 우리 모두는 최대한 간편하지만 맛있고 이왕이면 빠르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찾기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밥'을 먹기엔 상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 밥은 왠지 '차려서', '제대로 된 한 끼'를 먹어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빵, 계란, 커피는 그럴 필요가 없다. 5분이면 모든 준비가 끝난다.(특별히 어떤 조리를 하지 않는 이상 5분 컷 가능) 그리고 먹는 것도 정말 빠르게 먹으면 10분도 채 안 걸린다. 정말 급하면 걸어가면서 먹을 수도 있다.


라이즈 오토그래프


호텔 조식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한식의 비중이 일식과 양식에 비해 적은 편이다.

아침에 브런치랍시고 다양한 서양식 음식들이 쫙 차려져 있고 그 옆엔 항상 커피 머신이 있기 마련이다. 아니면 요플레와 시리얼을 먹을 수 있는 그런 파트가 있다.


한식이라고 해봤자 죽이랑 미역국 혹은 콩나물국 그리고 몇 가지 아주 소소한 반찬들 뿐이다. 항상 이 부분이 아쉬웠다. 왜 항상 한식의 비중이 적을까. 한식이 확실히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기도 한 만큼 호텔 운영단에서 이슈가 꽤나 많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손이 많이 간다는 것은 결국 비용발생으로 이어지니 말이다. 혹은 한식 특유의 '냄새' 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관광객'들도 있을 것이다.


외국에 있는 호텔을 가도

한식의 비중이 적기는 마찬가지였다.

사실 아예 없다고 보는 게 맘 편하다.


반면에 그 나라 혹은 지역을 대표하는 현지식들은 잘 차려져 있었다.


그럼 같은 논리로 우리나라에 세워진 호텔들은 우리나라의 현지식인 '한식'을 잘 차려주는 게 맞지 않을까.

조금 어려울진 몰라도 방법이 없지만은 않을 것 같다. 


물론 내가 호텔 음식을 뜻하지 않게 자주... 아니, 거의 매주 접하게 되면서 호텔 음식이 '물린 것' 일 수도 있다.


르메르디앙 조식 먹는 곳 : 쉐프드팔레트


어쩔 수 없다. 흑흑. 난 MADE IN KOREA 이기 때문에 호텔 음식에서 뭐 AMERICAN BREAKFAST니 뭐 FRENCH BRUNCH 니 이런 거 말고,


KOREA BREAKFAST의 비중도 조금 더 높아졌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다. 된장찌개와 밥 한 숟갈 그리고 김만 있어도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한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 느끼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호텔의 입장에선 우리나라로 여행을 오는 다양한 국가의 관광객들을 위해 최대한 다양한 입맛을 맞추기 위해 동, 서양의 음식들을 모두 갖다 놓을 수밖에 없는 심정 또한 이해가 간다.


하지만 여행을 온다는 것은 그 나라의 문화를 느끼기 위함도 있다. 아침부터 외국인들에게 한국 스타일의 아침을 제공해주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무겁지도 않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한식만 갖다 놓자니 이건 '강요' 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참 쉽지 않은 문제이다.

오늘 말하고자 하는 내용의 핵심은 '호텔 조식에서 한식 먹고싶어요~' 이게 아니다. 


호텔들의 조식이 묘하게 비슷비슷한 이 시점. 어떻게 해야 할까. 

이게 오늘 글의 핵심이다.




# 어차피 비슷한 조식이라면

색다른 '경험'을 만들면 어떨까


사실 그렇다. 우리가 맛집이라고 하는 곳에 가도 엄청 '기가 막히며', '머리털 나고 처음 먹어본다!'라는 경험을 하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우린 그 '맥락' 때문에 '맛있다'라고 기억하지 않을까. 이게 무슨 말인지 살펴보자.


가령 을지로에 있는 삼겹살 맛집이라고 가정해보자. 어느 한 을지로의 맛집은 '길거리'에서 삼겹살을 먹는다.


삼겹살 집이 을지로 근방에 얼마나 많은진 네이버 지도를 켜보면 단번에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집이 맛집으로 사람들에게 소문이 난 이유는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을지로 특유의 골목 감성과 야외에서 은색 원형 테이블 주변에 빨간 플라스틱 의자 위에 앉아 투박하게 반찬 몇 개 올려놓고 쏘맥 한 잔 말아먹으면서 그 '상황'을 즐기지 않던가.


어쩌면 삼겹살은 곁들이는 셈이 된 것 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같은 삼겹살이더라도 '어떤 경험'을 하면서 먹느냐에 따라 맛의 평가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린 항상 '맥락'을 볼 필요가 있다.


호텔 조식 또한 마찬가지이다.

어차피 비슷비슷한 조식 메뉴에 비슷한 맛을 경험한다면 조금은 색다른 경험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더글라스 하우스의 경우엔 일부 요리를 투숙객이 직접 '조리'를 해야 하는 독특한 경험을 주기도 한다. 물론 계란 프라이와 토스트 정도이긴 하지만 색다른 경험이다. 그리고 요리를 못해도 충분히 해 먹을 수 있는 수준이라 오히려 재밌게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내가 호텔에서 직접 아침을 해 먹는 이 경험이 새롭게 와 닿아 인상 깊게 남기도 한다.


더글라스 하우스 방식의 조식


아니면 또 뭐가 있을까.

그 날 날씨와 어울리는 음악을 틀고 그 음악에 어울리는 추천 메뉴를 만들어 제공하면 그 또한 재미난 아이디어이지 않을까.


또한 뷔페형 조식을 경우엔 항상 뭘 먹을지

고민에 빠지곤 하는데


상황별로, 어떤 순서로 음식을 섭취하면 좋을지 안내해주는 매뉴얼이 있다던지,

빵을 어떻게 먹어야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지,

다이어트 중인 사람들이라면 샐러드를 어떻게 해서 먹으면 더 효율적인지 등


이런 매뉴얼들이 있어도 상당히 재밌을 것 같단 생각이 항상 들었다.


아니면 음식 분류를 중, 일, 양, 한식 이런 식으로 지역별로 분류를 해놓는 것이 아닌,


빨리 출근을 하셔야 하는 분들을 위한 코너, 아이들을 동반한 투숙객들을 위한 코너, 아침을 든든하게 먹는 분들을 위한 코너 등 이런 식으로 카테고라이징 해도 좋지 않을까?


왜 서점만 츠타야, 최인아 책방, 스틸 북스처럼 '큐레이션'을 하고 호텔 조식들은 큐레이션을 하지 않을까?


아무도 안 하면 내가 나중에 호텔 세울 때 해야겠다. 꽤나 재밌는 일이 될 듯하다.


이렇듯 호텔 조식 메뉴에 차이를 두기 힘들다면,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는데 집중하는 것도 방법이지 않나 싶다.


앞서 말했듯이 사람들은 조식에 대한 '경험' 이 좋으면 맛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진 않지만 정말 최악이 아니고서야 '맛있었다'라고 기억할 테니.


호텔 조식에 대한 썰은 여기까지!



p.s <갑자기 부산으로 체크인> 시리즈는 마지막 시그니엘 부산편이 남아 있습니다-! 글을 정리하던 도중 조식이 급 떠올라 먼저 글을 발행하게 되었습니다 :) 오늘도 어김없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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