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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텔메이커 체크인 Dec 16. 2020

나는 일을 즐겨본 적이 없다

즐긴다는 것에 대한 착각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


즐기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난 모두 말도 안 되는 소리라 생각한다.

난 단 한 번도 일을 즐겨본 적이 없다. 심지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적어도 내가 20권 넘게 읽으며 책에서 봤던 대단한 사람들, 주위에 자수성가해서 앞으로 일 안 해도 되는 사람들, 능력을 인정받고 승승장구하는 사람들은 모두 '즐기지' 않았다.


그들은 미쳐있었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일'에 말이다.





퇴사를 하고 호텔 리뷰어로 살아간 지 어느덧 8개월 차.

호텔을 세우겠다는 목표 아래 호텔을 직접 가보고 관찰하며 글을 쓴다. 그렇게 약 6천여 명의 팔로워들을 모았으며, 강연, 출간제의, 호텔 관계자분들과 미팅, 만나고 싶다는 연락 등 이제야 다양한 기회가 아주 조금씩 물꼬를 트고 있다.


7개월 동안 작은 시도들이 모여 내 삶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소속된 삶을 살았을 땐 회사, 집이 반복, 잦은 술자리, '나 뭐 하고 싶다' 라며 말만 하고 직접 실행으로 옮기지 않는 아주 평범한 사람이었다. 물론 지금도 평범하지만 그 당시엔 정말 '지극히' 평범했다.


하지만 지금은 정말 '운이 좋게' 내가 좋아하는 것이 뭔지 알게 되었고, 그걸 일로 삼아 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덕업 일치'. 즉, 좋아하는 일로 일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럼 당연히 즐거운 거 아닌가?


마지막 20대의 도전인 만큼 내가 부족한 능력과 지식들은 책으로 채워 넣고,
7개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컨텐츠를 만들며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려 나가고 있다.
훗날 멋진 나의 미래를 상상하면 잠을 안 자고 더 일을 하게 된다. 이건 남의 것이 아닌 '내 것' 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엔 큰 함정이 있다.

이 레이스는 결승점이 없는 레이스라는 것. 내가 포기하느냐 아니면 계속 달리느냐의 싸움이다.


소름 돋는 것은 이 트랙 위엔 심판도 없고 관중도 없다.

갑자기 뛰다가 걸어도, 중간에 누워도 그 누구도 뭐라 할 수 없다. 그렇지만 계속 달린다. 보는 사람이 없는대도 말이다.


상상을 해보자.

운동장을 달리기로 돌아야 하는데 몇 바퀴를 돌아가 완주인지, 몇 시간을 뛰어야 끝이 나는 건지, 속도를 얼마나 내야 하는지, 반칙을 써도 되는 건지 정해진 게 단 하나도 없다. 그런데 달려야 한다. 어떤 기분일까.


처음엔 막막하게 다가온다.

호흡이 가빠지고 숨이 차오른다.


하지만 이상하게 뛰면 뛸수록 각성이 되는 기분이다. 1바퀴밖에 못 뛸 거라 생각했는데 뛰다 보니 2바퀴를 뛰고 있었다. 그렇게 조금씩 늘어간다. 이때 나 혼자 느끼는 희열. 성장했다는 사실을 인지했을 때 느끼는 쾌감. 그러다 우연히 운동장 주변을 지나가던 사람이 나를 보고 '올~ 좀 하는데?" 라며 인정받을 때의 짜릿함.


단 한 번이라도 이 기분을 맛봤다면 내가 뛰다가 넘어지면 어쩌지? 신발 끈이 풀리면 어쩌지?라는 걱정은 안 하게 된다.

그저 어떻게 하면 더 뛸 수 있을까만 고민하게 될 뿐.. 점점 몰입을 하고 '뛰는 것'만 생각하게 된다. 삶이 단순해진다. 어쩌면 이 과정이 '미쳐가는 과정'이지 않을까.


가장 중요한 건 그 누구도 나보고 뛰라고 하지 않았다. 그냥 내가 뛰겠다고 결정을 했으니 뛰는 거뿐이다. 이유는 없다.

그래서 모든 도전을 '나와의 싸움'이라고 하나보다. 조금 이해가 간다.






'그래도 즐기면서 하겠어요. 부럽습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 좋아하는 것도 일이 되는 순간 취미 때나 느낄 수 있었던 '순수한 즐거움'은 없다.

호텔 컨텐츠를 만들기 위해 공간과 브랜딩을 공부하고, 심리학 책을 읽어가며 스스로를 레벨업 한다. 그래야 더 좋은 글을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야 나도 인정받고 더 다양한 기회가 열리지 않을까.


그러려면 더 부지런히 읽고, 보고, 써야 한다.

잠을 줄이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 호텔이 가끔 질릴 때도 있지만 아직은 토할 정도는 아니다. 조식을 먹으면 그 날 점심은 꼭 순대국이나 컵라면을 먹는다. 난 이게 체질에 맞는 거 같다. 뭐 어쨌든.


고정적인 수익이 있는 게 아니다.

7개월 동안 뿌려놨던 씨앗들이 조금씩 조금씩 싹이 트려는 조짐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저 싹을 죽여선 안된다. 잎이 나고 무럭무럭 자랄 수 있게 애지중지 해야 한다. 시간은 흘러가고 모아둔 돈은 줄어들고 있다. 아주 쫄깃하다. 스릴 있다.


언제 어디서 내가 터질지 아니면 내 계좌가 먼저 터질지 모르는 이 짜릿함.


방법은 이제 정말 딱 하나뿐이다. 목표 체크를 다시 한번 하고 뾰족하게 공략해서

더 빠르게 성장해 나가는 것. 그것만이 살 길이다.
선택과 집중.


그리고 확신이 있다.

이 상태로 더 비비면 답이 나올 거라는 확신.






'그래도 즐기면서 하겠어요. 부럽습니다.'


'네??? 아..ㅎㅎㅎ 아닙니다 그냥 하는 거죠 뭐..ㅎㅎ'


이 얘기를 듣자마자 내 머릿속에 과거 나의 7개월이 주마등처럼 타타타탁 하며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이 기억을 잊고 싶지 않았다.


난 일을 즐겨본 적이 없다. 그냥 미쳐있었을 뿐. 어쩌면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즐기면서 해라'라는 말이 '미쳐있어라'라는 말이지 않을까.

미치지 않고서야 내 일을 즐길 수 없다. 단순히 취미로 하고 끝낼게 아니라면.


우리가 단순 '일'이 아니더라도 뭔가에 빠져있을 때를 생각해보자. 다른 거 다 제쳐두고 몇 시간째 홀릭이 되어 본 적이 있지 않은지. 그 상태가 '미쳐있는' 상태라 생각한다. 어쩌면 우린 그 상태에서 느껴지는 희열과 흥분 상태를 단순히 '즐긴다'라고 착각한 것은 아닐까.






글 서두에서 얘기했던 문장을 다시 고쳐보았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미친 자를 이길 수 없다.
미친 자만이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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