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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텔메이커 체크인 Feb 05. 2021

호텔리뷰어는 무슨 책을 쓸까?

책피소드 : 책 쓰는 과정 02


제8회 브런치 북 특별상을 수상한 이후 요즘은 

열심히 책을 써 내려가고 있다.


책 쓰는데 영끌 하고 있다 보니 다른 생각을 할 틈은 전혀 생기지 않는다. 첫 책이라는 생각 때문일까. 자꾸 욕심만 가득해진다. 목차를 통째로 지워버리기도 하고, 내용을 썼다가 지웠다가를 반복하고 있다.


책 쓰는 거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그렇다면 호텔리뷰어는 도대체 무슨 책을 쓰길래 이럴까. 호텔에 대한 리뷰들을 모아놓은 책일까.

아니, 그렇지 않다.

놀랍게도 호텔에 관한 책이 아니다.






호텔에 대한 책을 쓰면 자칫 잘못했다간 '투어 가이드북'처럼 될까 걱정이었다.


'어떤 책을 쓰면 좋을까'라며 주제를 고민하고 있었다. 항상 뭐든 뭔가를 시작하기 전에 '주제'를 생각하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주제에서부터 자유롭고 싶었는데 그게 참 쉽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나에게 이런 질문이 들어왔다.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 너무 방대한 질문이다. 마치 '여행 가고 싶은데 어디가 좋을까요'와 비슷한 뉘앙스다. 머리가 아팠다. 어디서부터 말을 해줘야 할지 전혀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면 이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나는 지금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살고 있었다. 난 그저 호텔을 세우겠다는 꿈같은 목표만 생각하고 호텔을 계속 다니며 기록했을 뿐이다. 그게 다른 사람의 눈에는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사는 삶. 즉, 덕업일치의 삶이었다.


잠깐만...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더라...


저 질문에 답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가만 보니 내 주변에도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본인이 뭘 좋아하는지 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했다. 심지어 좋아하는 게 너무 많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인 상황도 있었다.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내가 왜 호텔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는지 맨 처음으로 돌아갔다. 나는 호텔을 세우겠다는 불가능해 보이는 꿈을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뭐가 있을지 고민했다. 어차피 지금 당장 건물을 올릴만한 상황이 절대 아니었기 때문에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호텔을 직접 가보고 기록으로 남기는 것. 그리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팬을 모으는 것. 그것 외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딱히 없었다. 그래서 기록하고 알리는 것부터 하기로 한다.


그렇게 호텔을 돌아다니고 기록으로 남겼다.

브런치, 인스타에 말이다.

그러다 보니 지금 이렇게 책을 쓰는 기회가 생겼고, 호텔들과 협업을 하기도 하며, 협찬이 들어와 가끔은 무료로 호텔을 가기도 한다. 운이 좋게도 생각보다 다양한 기회들이 여기저기서 열렸다.


음... 만족스럽지 않다. 더 파고 들어가야 한다.

그렇다면 내가 호텔을 왜 좋아하게 되었을까.


나는 사실 '호텔'을 좋아했다기 보단 호텔이란 '공간'을 좋아했다. 어느 한 공간에 들어가면 그 공간이 가진 스토리를 읽어내는 것을 즐겼다.


이를테면 '쉼'을 강조하는 공간에 들어간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그 공간 안에서 어떻게 '쉼'을 풀어내는지 읽어내는 것이다. 향은 어떤 것을 썼는지, 인테리어는 어떻게 했는지 등등 말이다. 놀랍게도 공간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은 '쉼'에 집중한다. 그리고 공간 주인(?!)과 살짝 이야기할 기회가 있으면 물어보곤 했다. '이 공간이 이러이러해서 이렇게 한 것이냐'라고 물어봤을 때 '그렇다'라는 답을 받으면 방탈출 카페에 가서 제한시간을 한참 남기고 탈출한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난 공간과 관련이 있는 직업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퇴사하기 전 마지막 커리어는 '브랜드 디자이너'였다.


어쩌면 이것과 관련이 있을까. 생각을 해본다.


브랜드 디자이너가 하는 일은 뭐... 수도 없이 많지만 핵심적으로 한 줄 요약하면, '상대방의 머릿속에 브랜드를 새겨 넣는 것'이다. 그래서 새겨 넣기 위한 모든 것을 한다. 그래서 항상 뭔가를 하기 위해선 '이유'가 필요했다.


이를테면 문구를 하나 쓰더라도 '왜' 이런 문구를 쓰는지, 디자인을 하더라도 '왜' 이런 디자인을 해야 하는지 말이다. 물론 모든 행동에 이유가 붙을 수는 없다. 가끔은 직감에 따를 때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왜'였다. '왜'에 대한 답이 명확할 때 사람들은 열광했다.


음...

내가 공간을 좋아한 이유도 어쩌면 

 '' 찾아가는 과정이 재밌어서 아닐까.


특히 호텔은 더 그랬다.

호텔을 테마파크라고 생각하면 재밌다. 어떤 호텔은 '휴식'을 강조하고 어떤 호텔은 '노는 것'을 강조한다. 호텔마다 가지고 있는 색과 향이 모두 다르다. 사람 성격처럼 말이다. 그래서 호텔에 가면 그 공간을 읽어내는 것이 마냥 즐거웠다.


그리고 호텔의 놀라운 힘은 우리의 오감을 자극한다. 눈으로 보고 , 느끼고, 향을 맡고, 맛을 보며, 소리를 듣는다. 임팩트가 강할 수밖에 없다. 단 하루 만에 내 머릿속에 각인이 된다.  그래서 수많은 공간이 있지만 그중 '호텔'을 유독 좋아했을 뿐이다.


이 정도면 꽤 많이 타고 내려온 것 같다.






그럼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살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질문을 하나씩 뜯어볼까.

'좋아하는 것을 하며'


우선 내가 좋아하는 것이 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해 보인다. 단순히 영화보기, 맛있는 거 먹기, 여행 가기 그리고 하다못해 누워있기 이런 것도 좋다. 내가 좋다는데 뭐 와이낫. 여기까진 별 문제없어 보인다.



'살기 위해서'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좋아하는 것을 바탕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 생계와 이어지는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 더 견고하게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 앞서 '좋아하는 것'에서 나는 그걸 '왜 좋아하는지'부터 생각을 해보자. 아마 머리가 꽤나 아플 것이다.


우린 사회생활을 하면서 '왜'라는 생각보다 '어떻게'에 더 집중을 했기 때문이다. 기획서를 쓰더라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만 집중하고 그 '어떻게'를 '빨리'처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지 않았던가.


내가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왜' 좋아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앞서 내가 생각을 타고 내려간 것처럼 말이다. 이 과정을 건너뛰면 어떻게 될까. 내가 좋아하는 줄 알고 덜컥 덕업 일치의 삶에 뛰어들었는데, 막상 하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혹은 몇 번 끄적 하고 포기할 확률이 높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는 싶은데 바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가 '왜' 좋아하는지 몰라서 이다. 이유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스스로도 확신이 생기지 않는 것이다. '이걸 해도 괜찮을까', '이걸 한다고 의미가 있을까' 등등.



'어떻게 해야 할까'


아니 뭐 굳이 이렇게까지 생각을 해야 하나 싶을 거다. 솔직히 말하면 만약 질문이

'좋아하는 거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였다면 나의 답변은 아주 간단했을 것이다. '좋아하는 거 있으면 바로 하세요.' 라며 말이다.


하지만 질문이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살기 위해서'였다. 이건 완벽하게 다른 질문이다. 그래서 '왜'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일단 나의 답변은


'좋아하는 것을 

왜 좋아하는지 생각해 보셨나요'였다.


이 왜를 찾았다고 한들 앞으로 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아 보인다. 질문을 뜯었더니 해야 할 이야기가 너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이걸 책으로 써야겠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덕업일치의 삶에 대한 책 말이다.


한 번 태어난 인생,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100세 시대, 평생직장은 없다.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보다 앞으로 살아야 할 날들이 더 많다. 그런데 내가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해가며 월급을 받아가는 삶은 지금이니까 참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먼훗날 퇴직을 앞두었을 때 그제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겠어'라는 말이 쉽게 나올까. 책임져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지면 오히려 시작하는데 더 많은 힘이 들 수 밖에 없다.


지금 딱 내 나이 또래. 20대 후반 30대 초중반. 퇴사를 할까 말까 고민하는 사람들. 아니다.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사는데 나이가 뭐가 중요할까.

<나도 한 번 내가 하고픈 거 하면서 밥 벌어먹고사는 삶을 살고 싶은 사람들>


그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을 

써야겠단 생각을 했다.


아직 나 또한 대단한 성공을 한 사람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멋들어진 말보단 더욱 현실적이고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지 않을까.


지금까지 내가 퇴사를 하고  덕업일치의 삶을 어떻게 지내고 있었는지, 그 과정들과 시행착오들. 그리고 그 시행착오들 속에서 얻은 인사이트들을 써 내려가야겠다.


그렇게 호텔리뷰어는

'덕업일치'와 관련된 책을 써내려 가고 있다.


아직 초고 작성 중이다. 책 제목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 계속 책을 써 내려가면서 어떤 에피소드들이 있었는지 책피소드에 하나하나 공유하겠다.





제가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제 인스타그램 참고해주시면 됩니다.

호텔리뷰어 체크인 인스타그램 보러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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