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ep.2 - 집을 (일단) 나왔다
눈물 섞인 투쟁 끝에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었고,
약 4학기 동안의 기숙사 생활 중 4인실에 세 번을 살며 총 10명의 룸메와 만났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 나는 단체생활을 할 수 없구나.
처음엔 그저 장거리 통학과 숨막히는 통금에서 벗어난 것이 즐거웠다.
개인 카드가 부여되던 첫 기숙사에서는 운 좋게 집순이 천사표 룸메를 만나, 그 친구와 카드를 서로 바꿔 들고 다니며 마음껏 밤새 술을 마시곤 했다.
뭐, 그 이후에 들어간 학교 기숙사의 경우 그리 엄하지도 않았기에 자유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즐길 수 있었다.
그러나 자유엔 책임이 따르는 법.
나에게 따라온 책임은 단체생활을 견디는 것이었다.
보통 단체생활 얘기를 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얘기가 "씻는 문제" 일 것이다. 실제로 여자 넷이 사는데 화장실은 하나이다 보니 부족하긴 했다.. 만 그건 생각보다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씻는 시간대가 아침파/저녁파로 나뉘기도 했고,
아침에 씻더라도 보통 수업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데 운 좋게도 보통 룸메들과 이런 일정이 크게 겹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 무엇이 문제였느냐
일단, 기상 시간에 문제가 있었다.
정확히는 "기상 알람" 문제.
(1) 본인의 알람소리를 못 듣거나
(2) 알람이 울리고 바로 못 일어나니 알람을 여러 개 맞춰두거나
(3) 잘 일어나서 씻으러 들어가면서 핸드폰은 방에 두고 가서 주인 잃은 핸드폰의 알람이 울리거나
.. 하는 등의 문제 말이지.
이런 상황에서 나는 주로 다른 룸메의 알람을 대신 꺼주는 쪽이었다.
그다음 문제는 빨래 건조대 문제였다.
방에는 공용 빨래 건조대가 하나 있었는데, 본인 빨래가 다 말랐는데도 옷을 치우지 않고 건조대를 본인의 옷장마냥 쓰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 경우 일단 내 빨래를 널지 못한다는 주요 문제와 함께, 건조대가 통행을 방해한다는 문제가 함께 발생한다.
이 외에도, 적재 공간 부족의 문제, 상이한 수면 시간의 문제, 생활 소음 문제 등 수많은 문제들이 있었다. 하나하나 말하기엔 이 글의 주제가 바뀔 것 같으니 일단 넘어가자.
*이런 작은 요소 하나하나가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이 때 처음 알았다.
여하튼 여러 문제들이 혼재한 단체 생활 속에서 내가 무엇보다도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혼자만의 시간의 부재"였다.
20대 초반, 역마살이 꼈는지 술자리 프로 참석러로 활동하던 때라 모르고 있었다.
내가 "혼자만의 시간이 간절하게 필요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혼자 있다고 딱히 대단한 일을 하는 건 아니지만,
(사실 누워서 핸드폰 하는 시간이 대다수지만)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혼자"하면서 나를 충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제야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닫고 나니,
단체 생활이 더욱 견디기 힘들어졌다.
기숙사를 나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아, 물론 선택지에 본가로 들어가는 것은 없었다.
눈에 보이면 다시 오만 걱정을 할 부모님을 알았기에,
무려 [자취]를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커버 이미지 속 고양이는 애교 만점이던 기숙사 냥이다.
수많은 기숙사생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애교쟁이.
지금도 잘 살고 있었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