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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호기 Aug 17. 2020

6. 기적의 물, 무안단물

  그날도 유난히 추운 날이었다. 두꺼운 패딩을 입은 두 여성이 작은 방으로 들어섰다. 나는 차분히 대화를 나누기 위해 조용한 카페를 하나 빌렸고, 정확히 약속한 시간에 인사를 나눴다. 지하에 있는 작고 오래된 카페였다. 두 사람은 20대 초반 정도로 보였고, 두꺼운 패딩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스러운 걸음을 내디뎠다. 얼굴에는 불안한 마음과 결연한 의지가 뒤섞인 복잡한 심정이 그대로 드러났는데 미처 방에서 다 빠져나가지 못한 차가운 공기가 그러한 느낌을 더했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온풍기들을 이리저리 들고 다니느라 난리법석을 떨었다.


  인터뷰 장소가 춥다면 여러모로 좋을 게 없다. 온도가 낮으면 카메라나 마이크의 배터리 방전 속도도 빨라지는데, 배터리 방전이 빨라지면 어쩔 수 없이  촬영을 자주 끊어 갈 수밖에 없다. 그러면 인터뷰의 흐름이 딱딱 끊기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인터뷰이들의 입은 물론이고 손동작이나 다른 제스처들도 얼어붙게 된다. 그러다 보면 안 그래도 꺼내기 어려운 말들이 더 오래 입안에 머물게 된다.


    가지. 모자이크나 음성변조를 원하는 인터뷰이들의 경우, 그들의 얼굴 대신 손이나 어깨선  미세한 움직임들을 포착해 촬영하는 경우가 많다. 인터뷰이의 행동들이 모자이크에 가려진 표정을 대신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뷰 공간이 춥거나 불편하다면 이러한 섬세한 포착이 쉽지 않다. 인터뷰이들이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있거나 조금이라도 따뜻한 허벅지 밑으로 손을 넣게 되니 말이다.


  흐르는 시간마저 얼어붙어버린 듯한 공간. 그 아슬아슬한 적막을 깨고 두 여성이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이리저리 온풍기를 들고 쩔쩔매던 나의 모습이 재미있어 보였는지, 꽁꽁 언 손으로 달그락 거리며 카메라를 세팅하던 감독의 모습이 신기해 보였는지. 뭐 어쨌든 인터뷰이들이 웃는다는 것은 좋은 신호다.


왜요(웃음)?


저희 얘기 좀 많이 황당할 텐데, 이렇게 진지하게 앉아서 얘기하자니 좀 웃겨서요(웃음)

  

 두 여성은 무안단물을 눈에 뿌리고 시력이 좋아졌다는 어느 교인의 딸들이었다


  어쩌면 세상에서 제일 꺼내기 힘든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자기 자신의 이야기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아무리 썰을 잘 푸는 사람도 막상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라고 하면 한 마디도 내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어쩌면 그보다 더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가 있다. 바로 자기 가족의 이야기다. 자기 가족의 일을 남에게 털어놓는다는 것은,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보다 때론 훨씬 어려운 일이다. 탐사 프로그램은 이런 인터뷰이들의 위대한 용기가 한 땀 한 땀 모여 완성된다.


일단 이 교회에 어떻게 다니게 되셨는지부터 좀 여쭤볼게요.


  언니 : 습관이었던 것 같아요 어려서부터. 저희 집안이 3대 모태신앙이에요. 그냥 교회라는 것 자체가 당연한 거고 익숙한 하나의 삶이었기 때문에. 'ㅇㅇ야 일어나 교회 가자'하면 당연히 가는 거죠. 그런데 초등학교 5학년 때였을 거예요. 엄마가 회사 끝나고 교회 가서 집에 좀 늦게 들어오시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땐 이유도 잘 모르고 '엄마가 교회 생활을 열심히 하시려고 하나?' 사실 그 전에는 엄마가 신앙생활에 되게 회의감을 느끼고 삶에 많이 지치셔서 신앙생활 보단 친구들하고 술 마시고, 뭐 그런 식의 생활을 하셨거든요. 근데 그러다가 '만민'을 알게 된 거죠. 만민이 한 번 잡으면 절대 안 놓는 그런 기질이 있어요.


무안 단물은 어떻게 된 거예요?


  동생 : 엄마가 눈이 '마이너스 몇' 할 정도로 눈이 되게 안 좋으세요. 근데 거기 '단물'을 눈에 댔더니, 앞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저는 그것도 그때 당시 몰랐어요. 엄마가 무안단물로 치료받았는지도. 그런데 엄마가 그렇다고 하니까. 진짜 그럴 수 있나? 안경 안 쓰고 교회를 가시더라고요.


정말 좋아졌어요?


  언니 : 당연히 잘 안 보이죠(웃음). 그렇게 (치료 간증 영상) 나가고 2주도 안 돼서 다시 안경 맞추시고 교회 다니셨어요. 제가 '엄마 치료받았다고 (치료 간증 영상에) 나왔는데 안경 껴도 돼?' 그랬더니 “에이, 멋이지” 이런 식으로 하고 나가시고 그러셨거든요. 진짜로 이게 정말 나았다면 저희한테 “신기하지 않아?” 이렇게 얘기하지 않으셨을까요?


  동생 : 정말 모순인 거죠. 교회에 나가서는 세상 축복받은 척. '당회장님 때문에, 아버지 기도 때문에 이렇게 됐어요' 하지만 집에 와서는 '아이고 힘들어. 아이고 여기 아파, 어깨 아파, 몸 아파, 다리 아파, 팔 아파' 이러니까. 그런 것들이 저희가 봤을 땐 되게 모순인 거죠.


  두 딸의 어머니는 눈이 잘 보이지 않는데도 잘 보이는 척하며 교회를 다닐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눈까지 밝아진 어머니의 기적 같은 믿음과 무안단물의 권능에 놀랐다. 그 후 어머니는 교회에서도 인정받는 신실한 목자가 되었고 교회에 더욱 헌신하기 시작했다. 즉, 더 많은 시간과 돈을 교회에 바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문제는 또 있었다.


  언니 : 제가 고등학교를 진학하면서 어머니가 그때 목이 아프시다고. 그래서 xx 년도쯤에 어머니가 집 근처에 있는 정형외과에 가서 검사를 받으셨어요. 근데 거기선 재발했다고


디스크요?


  언니 : 네. 재발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엄마 재발했으면 다시 수술해야 되는 거 아니야?' 그랬더니 '그럴 돈이 어딨니, 그냥 이러고 살아야지' 그러셨어요. 그러면서 시간이 조금 지나니까 이제 당회장님한테 예물(목사 개인에게 주는 일종의 헌금) 심고 ㅇㅇ목사 만나 기도받고 그때 치료받았다 하셨어요.


  동생 : 전화로 '엄마 지금 집에 가는 길인데 엄마 치료받은 것 같아.' 갑자기 그러시는 거예요. '무슨 일이야?' 했더니 '000 목사랑 사진 찍고 기도받았는데 엄마 너무 몸이 가벼워, 날아갈 것 같애.” 이러시는 거예요. 그러면서 '엄마 집 사고(*만민 교회의 교인들은 주택을 구매할 때도 교회에 헌금을 해야 했다) 헌신예배 예물 낸 거 간증 나갈 거야' 이러시는 거예요. 와 좋겠다. 저도 그때 믿었으니까.


  (만민교회 내부 방송)'만민 매거진'이 금요일마다 나오면 따로 자리가 있어요. 간증에 출연하는 사람들만 앉는 자리. 그 자리에 앉혀요 가족들까지 다. 그럼 그때 '(간증 영상에 나왔던) 주인공입니다'라고 하면서 카메라가 비춰주면 다른 사람들이 '와 저 가족 나왔구나. 저 엄마가 치료받아서 딸내미도 나왔네' 그럼 저도 같이 유명해지고 엄마도 같이 유명해지고 그렇게 했던 거예요.


그 뒤론 완전히 다 나으셨나요?


  언니 : 아뇨 지금도 집에서 맨날 아프다고 하세요. 가끔 어깨 아프다 그런 얘긴 하시는데 저희들 앞에서 티는 안 내시죠. 왜냐면 저희가 '기도로 치료받았다'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전혀 그런 얘기 안 하시죠.


그럼 요즘 어머님이랑은 어떠세요?  


  동생 : 교회에 대해서는 이번에 사건 터지고 나서도 제가 몇 번이고 엄마를 붙잡고 얘기해보려 했지만 그냥 '너의 종교는 너의 믿음이고 나의 믿음은 나의 믿음이니 나의 믿음에 대해서 더 이상 뭐라 하지 말아라'하고 얘기가 딱 끝났기 때문에 더 이상은 교회의 ‘교’자도 꺼낼 수 없는 상황이죠.


  언니 : 교회 가면 그냥 행복하신 분이에요. 그러니까 자식으로서, 처음에 (이재록 목사의) 성폭행 사건을 알았을 때도 그냥 기도했어요. ‘하나님 제가 지옥 갈 테니까 제발 사실이 아니게 해 주세요. 이거 사실이면 저희 엄마 어떡해요? 이재록이 말한 말들이 다 진실인 줄 알고 평생을 교회 일구고 생활해 왔는데 이게 가짜라고 하고, 그 사람이 성폭행범이 맞다면 저희 가족 어떻게 해야 돼요? 제발 이게 거짓말이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를 했거든요.


이 교회가 되게 큰 의미였던 것 같은데요 가족에게


  동생 : 그렇죠.


  언니 : 엄마랑 대화가 안 돼서 그게 저희는 속이 상해요. 그냥 저희는 엄마한테 '엄마 이랬었대'하면 '아 그래? 엄마도 한 번 들어볼 테니까 너희가 엄마 믿고 기다려 주면 안 될까?' 그랬음 저희도 '알았어 엄마. 엄마 믿고 기다릴게'했을 텐데 무조건 이재록 욕을 하지 마라, 그럴 거면 나가라 하고.


  동생 : '죽는다, 너까지 이럼 엄마 어떡하냐 죽는다' 그런 협박도 하시고

 

  언니 : 거기 있는 대부분 모든 사람들이 그럴 거예요. 많은 시간, 청춘, 많은 돈 다 바치고 알고 봤더니 그게 가짜였다는 걸 알았을 때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날 정도로 억울했을 거고. 아, 지금까지 내가 뭐하면서 살아왔을까 회의감도 들었을 것이고. 진짜 안타까워요. 다 보면 힘드신 분들, 어려우신 분들. 내지는 자식들이 장애가 있거나 부모님이 어디 편찮으시거나 어디 간구하는 사람들밖에 없어요. 그런데도 교회에서 '치료받을 수 있을 거다'. '예물을 심으면 어떻게 될 거다' 그런 얘기들을 너무 쉽게 쉽게 하니까 정말 간절한 사람들은 교회에 헌신할 수밖에 없는 거고.


  동생 : 저희 엄만 지금도 얘길 하시는 게, 나는 이제 기도처에서 당회장님 밥 차려주는 봉사 쪽으로 갈 거다. 항상 그렇게 얘길 하셨어요. 씁쓸하죠. 최후의 인생 목표, 노후가 엄마는 그거라는데 그게 제일 안타까운 거고 거기 있는 성도들 다 저희 엄마 같으신 분들, 저희 할머니 할아버지 같으신 분들 제 친구들이에요. 멀리 있는 분들 아니거든요. 그게 제일 안타깝죠. 요즘에 그래서 엄마랑 대화가 많이 줄어들었어요. 항상 우린 교회 얘기로 시작해서 교회 얘기로 끝났었으니까요. 예를 들면 남들은 여름이 되면 여름휴가를 가고 가족계획을 세워서 같이 가족여행을 가는데 저희는 오로지 1순위가 만민 교회. 그 안에서 어떻게 하면 행복할까. 이런 것들 뿐이었으니까.


  언니 : 저희도 이제는 엄마랑 같이 살 수 없을 것 같아서 동생이랑 지금 나오려고 계획하고 있어요. 저희 입장에선 서운할 수밖에 없거든요. 교회에 내는 돈은 안 아깝고, 딸들한테 받아야 되는 생활비는 당연한 거야? 이런 법이 어딨어. 그러니 그래 그냥 이럴 거면 엄마랑 살지 말자. 엄마가 우리한테 지금까지 해준 거 있는 것도 아니고. 집안 살림부터 밥 이런 것도 진짜 라면으로 때운 적도 진짜 많았고요. 냉장고에 뭐가 있는지 반찬이 뭐가 있는지 신경 써준 적도 단 한 번도 없고. 교복 한 번 빨아주신 적도 없고. 속옷을 뭘 입고 다니는지. 학교에 제일 친한 친구가 누군지. 담임 선생님 이름이 뭔지 이런 것조차 관심이 없으셨던 분이시기 때문에. 그냥 그래요 엄마는. 엄마가 제일 행복한 게 만민교회 나가는 거라면 그렇게 하세요. 저흰 저희끼리 알아서 살게요. 엄마에 대한 애증, 사랑 이런 것도 없고요. 이젠 남처럼 살고 싶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엄마가 상처 받지 않고 아프지 않고 그냥 엄마 인생 잘 살았으면 좋겠다. 딱 거기까지예요. 이건 진짜 겪어보지 않으면 몰라요.


  두 딸의 어머니는 끝내 교회를 나서지 못했다. 사실상 무안단물로 어떤 효과도 보지 못했지만 어머니는 자신이 큰 기적을 체험했다고 믿었다. 열심히 기도하면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그리고 믿는 자에게는 반드시 기적이 있을 것이라는 황망한 가르침 때문이었다. 하지만 무안단물에는 지독한 부작용만 있었을 뿐이었다. 한 가정은 산산조각 났고, 수십 년 함께 사랑했던 사람들의 사이조차 깨진 유리조각처럼 날카롭게 갈라져버렸다.


  이후에도 꽤 많은 제보가 이어졌다. 머리에 무안단물을 뿌리고 탈모를 치료받았다고 간증했으나 사실 여전히 머리숱이 없다고 고백한 어느 목사님부터, 근육이 손상된 곳에 열심히 무안 단물을 바르고 나서 완전히 치료받았다고 간증했으나 역시 전혀 낫지 않았다고 털어놓은 어느 장로까지. 다만 간증했던 부위가 방송에 언급될 경우 제보자의 신원이 특정될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인터뷰는 진행할 수 없었다.


  교회는 최근까지도 이 기적의 무안단물을 적극적으로 홍보했고, 교인들에게 병원 치료 대신 무안단물을 마시거나 고민이 되는 부위에 수시로 뿌리라고 지시했다. 그것이 곧 믿음을 증명하는 길이라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만민 교회는 교인들의 편의를 위해 기가 막힌 상품까지 개발했는데, 심지어는 이 아이디어 상품을 교회 내의 서점에서 판매하기까지 했다. 바로 '단물 스프레이'였다.


교회 서점에서 판매했던 무안단물 스프레이통


  교인들은 이 특별할 것 없는 스프레이통을 구입한 뒤 이 통에 무안단물을 채워서 가지고 다녔다. 그리고는 아픈 부위나 고민이 되는 부위에 틈날 때마다 무안단물을 뿌렸다. 마치 '미스트'를 얼굴에 뿌리듯 말이다. 심지어는 고장 난 카메라나 노트북에 이 스프레이를 뿌리는 교인들도 있었다. 어떻게든 해결되길 바라는 간절한 바람이 있었던 것이다. 더 간절한 사람들은 물통에 무안단물을 가득 담아가기도 했다. 그리고는 냉장고에 두고 하루에도 수차례씩 짠 무안단물을 들이켰다. 어느 새벽, 생사를 넘나드는 극심한 고통이 찾아오는 날에도 교인들은 병원을 찾지 않고 냉장고의 문을 열어 무안단물을 삼켰다.


  쉽게 믿기 어려운 일들이었다. 아무리 태풍도 없애고, 기온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 권능의 목사라고 해도 어떻게 이렇게까지 교인들을 속일 수 있단 말인가. 이재록 목사에게는 자신의 권능과 무안단물의 기적과도 같은 힘을 더욱 굳건하게 만들어준 아주 강력한 무기가 하나 있었다. 바로 '무안단물 수족관'이었다.

  


  

  무안단물 수족관은 만민 교회 내부에 설치된 실제 수족관이었다. 그런데 이 수족관은 다른 수족관들과는 다른 매우 특이한 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민물고기와 바닷물고기가 한 수조 안에서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글을 여기까지 읽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번에도 대체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싶을 것이다. 나 또한 이 수족관의 존재에 대해 처음 알게 됐을 때 더 이상 놀랄 힘도 남아있지 않았었으니까. 좀 더 쉽게 얘기해보자면 이 수족관에는 무안단물이 가득 차있는데, 이 단물의 권능 덕분에 짠물에서는 살 수 없는 민물고기와 민물에서는 살 수 없는 바닷물고기가 한 공간에서 같이 헤엄칠 수 있다 뭐 그런 얘기다.  


무안단물 수족관 홍보영상
수족관 내의 물고기들

  

  수 만 명의 만민 교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이 신비로운 수족관을 방문했다. 마치 63 빌딩 아쿠아리움으로 소풍을 다니듯 교인들은 이 놀라운 기적을 두 눈으로 똑똑히 체험했다. 사진을 찍기도 하고, 무안단물을 홍보하는 영상에 적극 출연하기도 했다. 누구 하나 의문을 제기하지도, 눈 앞의 현상이 대체 어떤 의미인지도 따져보지 않았다. 말 그대로 이것은 '기적' 그 자체이자, 무안단물의 권능을 설명해줄 명백한 '과학적 근거'였다. 교인들은 서로의 믿음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하며 기쁨과 자부심을 나눠 가졌다.


  교인들로부터 기적의 '무안단물 수족관'이라는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처음에는 역시 당황하여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곧 이 무안단물 수족관이야 말로 '스모킹 건'이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아무리 '무안단물로 병을 치유했다'는 간증이 다 거짓말이라고 떠들어봤자 이재록 목사를 신뢰하는 대다수의 교인들은 이 증언을 믿지 않을게 뻔했다. '기적을 보지 못했다면 그건 그 사람의 믿음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무적 치트키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안단물 수족관의 비밀을 파헤칠 수만 있다면, 이 '황당한 쇼'야말로 만민 교회의 실체를 만천하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근거가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어떻게?


  먼저 수족관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만민교회 로드뷰를 확인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떤 초대형 트럭이 만민교회 앞을 딱 가리고 있었다. 대체 무슨 트럭인지는 모르겠지만 교회의 외경을 훑어볼 수 없을 정도로 정말 기가 막히게 교회를 가리고 있었다. 그래서 최근까지 교회를 다녔던 교인들에게 연락해 수족관에 대해 물었다. 아쉽게도(?) 무안단물 수족관은 최근 폐쇄된 상태라고 했다. 그러니 그 물을 몰래 떠 올 수도, 거기서 헤엄치고 있는 물고기들 잡겠다고 낚싯대를 드리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딱 한 가지. 이 수족관을 관리했을 누군가를 찾아내서 그 '기적의 비결'을 털어놓게 만드는 것뿐이었다.


  우리는 만민교회의 조직도를 샅샅이 뒤져 '단물을 관리할 것 같은' 이름의 조직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그랬더니 아니나 다를까 떡하니 '단물관리위원회'라는 팀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곧바로 이 위원회에 대해 잘 알거나, 위원으로 일했던 적이 있었던 교인들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오래 걸리지 않아 위원회에서 일했던 한 교인과 연락이 닿을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당장 만나기로 했다.


  그를 만나기 전날 밤. 정말 그 기적의 비결이 무엇인지 너무너무 궁금해서 잠도 오지 않았다. 과연 만민교회는 민물고기와 바닷물고기가 같이 헤엄치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했을까? 드디어 약속 날. 우리는 약속 시간보다 훨씬 빨리 만났다. 그도 나도 할 이야기가 많아 보였다. 블라인드로 사방을 가릴 수 있는 어느 작은 방이었다.




<글 싣는 순서>  


0. 징역 16년 확정 판결을 받은 어느 목사의 이야기   

1. 목사의 성폭행 그리고 피해자 A

2. 벌거벗은 목사와 에덴동산

3. 탈만민

4. 기적을 행하는 목자님

5. 몸에 닿기만 해도 살이 빠진다는 기적의 물

6. 기적의 물, 무안단물

7. 무안단물의 비밀

8. 내 너의 병을 낫게 하리라

9. 예물 심기

10. 피해자 A, B, C

11. 다시, 방송금지 가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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