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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호기 Jul 17. 2019

4. 기적을 행하는 목자님

<PD수첩>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목사 편 제작기

  이재록 목사는 평범한 목사가 아니라고 했다. 그에게는 '권능'이라는 것이 있어서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을 해낸다고 했다. 쉽게 얘기하면 마음대로 기적을 일으키는 사람이라는 것. 뿐만 아니라 그는 매우 특별한 사람이어서 그가 가는 곳에는 언제나 원형 무지개가 따른다고 했다. 차분히 'P'의 이야기를 메모하며 듣고 있었지만 이 대목에서는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오고 말았다. 그러니까 어벤저스나 무슨 마술사 같은 사람이라는 이야기로 들렸다. 하지만 열심히 설명하던 P의 표정은 진지했다.

출처 : 만민중앙교회 홈페이지

  

  또 이재록 목사는 자신의 권능으로 날씨와 기온까지 조절할 수 있다고 했다. 마치 에어 컨디셔너처럼 너무 더운 날에는 기온을 낮춰 교인들을 시원하게 만들어 줄 수 있고, 반대로 너무 추운 날에는 교인들이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기온을 높여주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 목사는 온 국민의 걱정거리인 미세먼지도 몰아낼 수 있다고 했다. 이 얼마나 은혜로운 목사님인가. 이 정도면 한 교회의 목사가 아니라 더 큰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 분명해 보였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그는 심지어 자유자재로 UFO를 타고 다닐 수도 있다고 했다.


이 목사의 권능이 기온을 26도로 낮췄다고 주장하는 만민교회


네??


  놀랍게도 이 목사의 '권능'은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이 중 단연 압권은 그의 기도로 재난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그가 기도만 하면 거대한 태풍을 사라지게 만들 수도 있고, 지독한 가뭄 지역에는 단비를 부를 수도 있다는 얘기 었다. 이쯤 되니 이재록 목사는 최소 'X맨'이나 '어벤저스'를 뛰어넘어 넷플릭스에 새로운 드라마로 탄생할만한 수준의 인물로 보였다.


  그의 권능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먼저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 강력한 위기가 발생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 위기를 해결해줄 누군가를 간절히 원하기 시작한다. 그러면 어김없이 이재록 목사가 나타나 기도를 하고 그 위기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바로 전형적인 ‘구원자’의 이야기이며 곧 '히어로 스토리' 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조금만 생각해봐도 너무나 황당한 이야기 아닌가? 어떻게 이런 ‘권능’이 2019년에도 통한단 말인가? 믿기 어려웠다. 열심히 메모하던 펜을 멈추자 진지했던 P의 얼굴에도 허탈한 웃음이 번졌다.


저도 얼마 전까진 철석같이 믿었다니까요?


  이재록 목사의 특별한 ‘권능’은 이미 유명했다. 만민교회가 각종 근거 자료들을 총동원해서 매우 적극적으로 그리고 꽤 '과학적으로' 홍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P의 소개를 따라 교회의 홈페이지나 각종 블로그에 들어가 보니 아주 쉽게 그의 권능에 대한 콘텐츠들을 볼 수 있었다. 심지어 교인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수준 높은 홍보 영상들을 꾸준히 제작하고 있었다.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콘텐츠들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되고 또 수 만 명의 신도들이 이토록 비현실적인 그의 권능을 굳게 믿고 있다는 것이었다.


  P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도 교회를 나오기 전까지는 이 목사의 특별한 권능에 대해 단 한순간도 의심해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오히려 P는 그의 특별한 권능이 자신의 간절한 바람을 이뤄줄 것이라 믿었다. 그래서 그는 틈날 때마다 교회에 나가 기도했으며 헌금도 누구보다 많이 하게 되었다. 그래야만 그의 기도와 권능을 조금이라도 더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는 사이 이재록 목사와 만민교회는 P의 삶 그 자체가 되어 있었고, 그가 가진 재산의 대부분도 교회의 것이 되어 있었다.


  대부분의 만민 교회 신도들도 P와 같은 마음이었다. 자신이 따르는 목사에게 이런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고, 이 권능은 곧 예수님이 만민 교회와 함께 하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그렇게 이 목사의 '권능 스토리'가 하나 둘 쌓여갈 때마다 신도들의 신앙은 깊어졌고, 각자의 믿음은 서로의 믿음을 더욱 굳건하게 했다. 2019년 지금 이 순간에도 수 만 명의 신도들을 만민 교회로 나오게 만드는 힘. 그 뿌리는 바로 이 목사의 권능을 통해 자신의 간절한 바람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었다. 하지만 그런 교인들도 정신이 번쩍 들만한 사건이 하나 있었다.


  황당했죠 '워싱턴 포스트 사건'이라고 해야 할까요?


  때는 2017년 9월. 미국 플로리다 주를 향해 초대형 허리케인 '어마'가 돌진하고 있었다. 최고 풍속 약 300km/h. 허리케인 최고등급인 ‘카테고리 5’로 분류되었던 어마는 전 세계를 긴장시켰다. 만일 어마가 이대로 플로리다 주에 상륙한다면 그야말로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 정말 슈퍼 히어로가 필요한 위급한 순간이었다.



  그 시각 지구 반대편의 이재록 목사 역시 이와 같은 위기의 상황을 모를 리 없었다. 그리고 그 또한 이 거대한 자연의 힘 앞에서 떨고 있을 플로리다 주민들의 안전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에게는 강력한 권능이 있었다. 이 목사는 곧장 이 무시무시한 허리케인을 사라지게 해 달라는 간절한 기도를 드렸다. 결과는 어땠을까? 플로리다 주를 집어삼킬듯한 기세로 상륙 중이었던 허리케인 어마가 정말 소멸되어 버렸다! 이 목사의 어마어마한 권능이 마치 스위치 꺼버리듯 가볍게 허리케인 어마를 소멸시켜 버린 것이다.


  기적과도 같은 일이 일어났는데 이 세상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전 세계가 대한민국의 이재록 목사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특별한 권능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고 만민 교회는 주장했다). 그중 가장 놀라운 성과는 바로 미국의 유력 일간지인 '워싱턴 포스트'도 이재록 목사의 권능을 칭송하는 기사를 실었다는 것이었다. 한국의 언론사도 아니고 무려 워싱턴 포스트에서 떡하니 기사를 냈으니 많은 사람들이 이재록 목사의 권능에 대해 다시 한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만민교회는 이 좋은 소식을 각종 홍보자료와 영상으로 만들었고, 전 세계 만민 교인들에게 발 빠르게 전했다.


'워싱턴 포스트'의 기사를 소개하고 있는 만민 교회


  정말 '워싱턴 포스트'에 기사가 나긴 났더라고요.

  P가 말했다. 실제로 만민교회가 만든 홍보영상을 보니 2017년 10월 6일 워싱턴 포스트에 이재록 목사에 대한 기사가 실려있었다. 심지어 헤드라인도 "허리케인 '어마' 대한민국 이재록 목사의 기도 후 소멸되다'였고, 기사 내용 또한 그의 권능이 허리케인 어마를 사라지게 했다는 내용 그대로였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었을까. 워싱턴 포스트의 데스크가 만민 교회의 가족 이기라도 한단 말인가? 우리는 실제 2017년 10월 6일에 발행됐던 워싱턴 포스트 원본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나중의 이야기지만 우리가 방송을 준비하면서 가장 애를 먹었던 곳이 바로 이 워싱턴 포스트였다. 해당 기사에 대해 약 한 달 동안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서 문의 했으나 방송 당일까지 우리는 그 어떤 대답도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담당자 개인 이메일과 전화를 포함해서 우리는 우리가 접촉할 수 있는 모든 곳에 우리의 공식 질문을 보냈다. 심지어 그들은 우리의 질문을 읽었고 곧 담당자에게 전달하겠다는 대답까지 했었다. 하지만 그들은 끝끝내 대답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우리의 질문이 대단히 복잡한 것도 아니었다. 질문은 간단했다.

왜 '워싱턴 포스트'는 이재록 목사에 대한 '허위 기사'를 '광고'로 실어주었는가?


  이재록 목사의 '워싱턴 포스트 사건'은 아주 뻔뻔한 '사기극'에 가까웠다. 먼저 만민 교회는 이재록 목사의 기도 덕분에 허리케인 어마가 소멸됐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해당 내용에 대한 억지스러운 광고글을 기사 형태로 작성했고, 이를 워싱턴 포스트에 당당히 실었다. 그다음은 더욱 간단했다. 워싱턴 포스트에 해당 광고가 실리자 만민 교회 측에서는 이 광고를 캡처했고 '광고(Advertisement)'라는 단어만 교묘하게 삭제했다. 그리고는 교인들에게 마치 워싱턴 포스트에 기사가 난 것처럼 소개한 것이었다.


  이후 우리는, 우리가 취재했던 수많은 의문점들과 함께 이 워싱턴 포스트 사건에 대한 만민교회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문의했다. 하지만 만민 교회 측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자신들에게 불리한 질문은 외면하고 자신들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담은 동영상 파일을 답변으로 전해왔다. 다만 몇 가지 정황은 포착할 수 있었다. 워싱턴 포스트에 기사가 나갈 무렵 교회에서 해외로 약 2~3천만 원가량의 지출이 있었던 것이다. 탈만민들은 이 비용을 워싱턴 포스트 광고비로 추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만민교회와 워싱턴 포스트가 공식 답변을 거부하는 터에 방송에 확정적으로 담을 수는 없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만민 교회가 교회의 자금으로 교인들을 기만했다는 것뿐이었다.     


진짜 황당하죠?


  이제야 호탕하게 웃어버리는 P. 그 웃음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었다. 나 역시 허탈하고 황당한 마음에 머리가 하얘진 기분이었다. 엉망진창인 판타지 영화 한 편을 보고 나온 느낌 같기도 했다. 어떻게 2019년, 그것도 서울 한복판에 있는 초대형 교회에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었던 것일까. 심지어 만민 교회에 남아있는 수많은 교인들은 아직도 이재록 목사가 허리케인 어마를 잠재웠다고 믿고 있다고 했다.    


  이유가 궁금했다. 그가 ‘권능’이라고 주장하는 사례들은 대부분 자연현상일 뿐, 상식적으로 어느 한 사람이 바꿀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물론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기도의 힘에 대해 이야기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가능성을 넉넉히 인정한다 해도 그의 권능은 그것을 완전히 뛰어넘는 차원이었다. 한 사람이 미세먼지를 몰아내고 허리케인도 없앨 수 있다? 이게 대체 다 무슨 얘기란 말인가.


  방송에 어떻게 담아야 할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모든 권능을 일일이 다 과학적으로 검증하자니 그 사례가 너무 많고 다양했다. 무엇보다 너무 황당한 주장에 대해서는 검증하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재록 목사를 직접 섭외해서 미세먼지를 없애보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대신 문제의 본질에 집중해보기로 했다. 만민교회 그리고 이재록 목사는 왜 이런 거짓말을 당당히 하고 있는 것일까? 대체 무엇을 위해서? 그리고 교인들은 왜 그들을 이토록 맹신하고 있는 것일까? 무엇을 위해서? 만민 교회를 둘러싼 수많은 문제들의 본질은 이 질문에 그리고 그 답에 달려있는 것 같았다.


  카페 밖은 어느새 해가 뉘엿 뉘엿 넘어가고 있었다. 2시간 가까이 열심히 메모했던 수첩에는 워싱턴 포스트, 허리케인, 미세먼지, 목사라는 단어들만 엉성하게 적혀있었고 종이에 구멍이 날 정도로 동그라미가 짙게 겹쳐있었다. 우리는 거의 그대로 남아있는 커피잔을 다시 쟁반 위에 올리며 서로가 꺼내 들었던 노트북과 수첩을 다시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서로 똑같이 허탈한 웃음을 내뱉었다. 악수 대신이었다.


  P와는 앞으로 더 편하게 연락을 주고받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P에게 방송에 필요한 몇 가지 증거자료들을 부탁했고, 각종 사례자들과 접촉해주기를 부탁했다. 그는 다부진 표정으로 그러리라 답했다. 이렇게 첫 제보자와의 미팅이 순조롭게 잘 끝나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이다. 그만큼 만민 교회의 문제는 명확하고 심각하다는 얘기이기도 했다. 자리를 일어서며 헤어지려는 차에 P가 갑자기 나를 불러 세웠다.


  그런데 '무안 단물'은 들어보셨어요?



* 이 글은 직접 인터뷰한 피해자들의 증언과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글 싣는 순서>     


0. 징역 16년 확정 판결을 받은 어느 목사의 이야기   

1. 목사의 성폭행 그리고 피해자 A

2. 벌거벗은 목사와 에덴동산

3. 탈만민

4. 기적을 행하는 목자님

5. 몸에 닿기만 해도 살이 빠진다는 기적의 물

6. 기적의 물, 무안단물

7. 무안단물의 비밀

8. 내 너의 병을 낫게 하리라

9. 예물심기

10. 피해자 A, B, C

11. 다시, 방송금지 가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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