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가 끝나고

인생은 매정하게 흐르고

by 골돌한돌

긴 연휴가 끝나가고 버스가 어둡던 길을 지나 불빛이 가득한 어느 도시의 허리깨를 지난다. 추석이 가고, 가을이 시작되고, 올해가 저문다. 한 해가 또 간다.


같은 집, 달라진 것 없어 보이는 가족들의 얼굴과 목소리. 하지만 어딘가 마모되어가고 있다.


어릴 때와 다름없는 듯한 친구들. 같은 웃음과 표정. 하지만 달라진 이야기, 달라진 무게를 나누고 있다.


시간이 간다. 매정하리만치 단호하고 게으름 없는 태도로 간다. 나는 맹렬하게 달리는 삶의 교차로에 서서 두고 가야 할 것과 짊어져야 할 것을 손에 쥐고 있다. 아무리 꽉 쥐려 해도 으스러지는 모래알들이 쓸어내려지는 소음을 낸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얼굴들이 떠오른다. 내가 순간 버리려 했던 마음들이 뒤돌아본다. 수많은 사람들이 물결처럼 쏟아져 흐른다. 너무 많이 사랑받고 지나치게 미움받는 삶이다. 쥐려 하지 않은 게 쥐어지고, 내려놓고 싶지 않았던 게 버려진다.


며칠 뒤면 일상이 돌아온다. 출근을 하고, 하루하루가 지난다. 저녁을 먹고, 운동을 하고, 스탠드를 끄고 잠에 든다. 언제 만날까 기약 없는 가족과 친구들의 안부를 묻고, 이따금 통화를 한다. 바쁘게 살다 보면 많은 게 곧 잊힌다. 그러다 다시 이렇게 잠시 멈추는 시간이 오면, 미뤄뒀던 슬픔, 헛헛함과 앉는다. 마음대로 걸 수 없는 포커를 오래도록 치는 기분이다. 마음대로 얻지 않고, 잃지 않는 생각을 보낸다.


다음 명절이 되면 또 얼마나 삶이 흘렀는가를 짚어볼 것이다. 자라기를 그만두고도 살아간다. 많은 생명이 넘지 못하는 겨울을 또 한 번 넘는다. 수많은 과오를 감싸준 사람들의 사랑을 먹고 또 한 해를 살아간다.


살아간다는 건 뭘까. 명절마다 불현듯 나이가 든 나와 친구들, 서서히 사라져 가는 가족들을 보며 고민한다. 행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달리는 시간 속에서 지독한 멀미에 시달리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명절이 또 갔다. 다음에는 눈이 오겠다. 그때도 내게 쥐어진 것이 많았으면 좋겠다. 아직 너무 많이 앗아가지는 않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