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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짜장 Jun 11. 2021

맛있는 요리에는 추억이 담겨 있다

[폭식 칼럼] 제 0화. 맛집 기행의 시작

맛있는 요리에는 추억이 담겨져 있다

   맛있는 요리에는 신비한 힘이 깃들어 있다. 음식을 먹는 순간의 분위기, 그 날의 기분, 함께 한 사람과 한 대화까지도 음식의 맛으로써 기억해낼 수 있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비싸고 맛있는 식사만큼 값진 추억이 또 있을까. 반면에 식사 후에 괴로움을 면치 못했다면, 그만큼 슬픈 일이 또 어디 있을까.

    


    [폭식 칼럼]은 수도권 맛집을 소개함과 동시에 한국인들이 보편적으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순간의 분위기와 메뉴를 배합(마리아주 - 결혼이란 뜻으로, 보통은 음식과 술의 배합을 뜻한다)한다. 어쩌면 특별한 순간의 분위기라는 단어는 그렇게 특별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느 날, 어느 순간에 어느 뜨거운 태양 아래 날씨가 유독 더웠을 수도 있고, 똑같은 25℃이라 해도 유난히 덥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한없이 가변적인 상황 아래에서 수만 가지 우연이 달콤한 크레이프처럼 겹겹이 쌓여 만들어 낸 그 오묘한 감정을 음식과 배합시키는 것이 [폭식 칼럼]의 주 과제이다.

    고백할 것이 한 가지 있다면 [폭식 칼럼] 이전에 제대로 된 글을 써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어려서부터 주니어 개발자로 일하면서 언어라면 한국어보다 C언어, Python 등의 프로그래밍 언어를 더 가까이했다. 그럼에도 음식을 너무 사랑하는 마음에 이때까지의 값진 미식 기행을 이렇게 글로써 남긴다. 이번 [폭식 칼럼]은 크나큰 도전이며, 이를 기념하여 2021년 6월 10일 오늘만큼은 스스로에게 한없이 너그러워지고 싶다.


기념일과 파인 다이닝

    파인 다이닝의 사전적 의미는 '좋은 음식'과 '좋은 음식을 먹는 행위'이며, 직역하면 훌륭한 정찬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정의가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면, 값비싼 코스요리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파인 다이닝은 대게 기념일이나 축하할 만한 일이 있을 때, 그리고 그럴 때에만 접할 수 있다. 적게는 6만 원대부터 많게는 20만 원대의 식사를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에게 흔쾌히 지불할 수 있는 날. 그런 날은 기념일밖에 없을 것이다.

    파인 다이닝을 두 단어로 표현하자면 '호강'과 '행복'이다. 파인 다이닝에서는 애피타이저(전채 요리)를 '아뮤즈 부슈(Amuse Bouche - 입을 즐겁게 하다)'라고 부른다. 또한, 파인 다이닝의 식사 시간은 짧게는 1시간부터 길게는 3시간까지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파인 다이닝의 코스 구성은 발단, 전개, 절정, 대단원으로 이루어져 있다(간혹 위기를 포함하는 레스토랑도 있다). 이렇듯 손님을 호강시켜주기 위한 장소가 바로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다.


정식당 Jungsik

Lunch 5 course - 98,000원

아뮤즈 부슈는 입맛을 돋움과 동시에 이 곳의 수준을 실감하게 한다.
부드러운 퓨레와 더 부드러운 뽈뽀. 그 위에 산뜻함까지 더해졌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맛있는 김밥. 가장 특이하면서도 한국인에겐 가장 대중적인 맛.
성게소(우니)와 감태의 미친 조화. 그 아래 탄수화물이 배를 살짝 채워준다.
부끄럽지만 대기업 인턴십 합격했을 때라, 정식당에서 이런 걸 또 준비해주었다.

    임정식 셰프의 뉴코리안 파인 다이닝(출처 - 캐치 테이블) 정식당은 수도권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꿔 보았을 레스토랑이다. 개인적으로는 여태까지 먹어본 파인 다이닝 중 무조건 세 손가락 안에는 든다. 음식 자체가 한없이 겸손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번도 내게 무례하게 군 적이 없다. 모든 음식들이 특별하고, 맛있고, 세련되며 그 어느 것 하나도 뒷맛이 깔끔하지 않거나, 무겁거나, 간이 강하지 않다. 만일 다시 한 번 기념일이 찾아온다면, 혹은 스스로 자축할 만한 일이 생긴다면, 신사임당 두 장 들고 재방문할 의사가 차고 넘친다.


    [폭식 칼럼]을 통한 맛집 기행, 정식당을 필두로 활기차게 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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